국회의원들, '불온서적' 즐겨 읽는다

2009년 국회도서관 최다대출 도서에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록 2010.02.20 15:22수정 2010.02.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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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 표지. ⓒ 부키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은 지난해 국회도서관(관장 유종필)에서 '불온서적'을 가장 많이 대출해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18일 단독 입수한 '2009년도 국회도서관 최다대출 도서'(10위) 목록에 따르면, 국회의원실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대출해 읽은 책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장하준, 부키, 2007)와 <국부론(상·하)>(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2007)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방부는 지난 2008년 7월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 동화작가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 작가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 등 23종의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고, 영내 반입을 금지했다. 결국.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불온서적으로 '낙인'찍은 책을 가장 즐겨 읽은 셈이다.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은 베스트셀러 보증수표?

이 같은 결과는 국방부가 시대착오적으로 불온서적을 지정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그 직후에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23선 공개' 타이틀을 붙인 '불온서적 마케팅'으로 주목을 끌었으며,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예스24 같은 인터넷서점과 G마켓, 옥션, 인터파크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별도로 '불온서적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은 베스트셀러 보증수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처럼 '불온서적'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불온서적'이란 표현을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책'이라고 변경했다.

<국부론>(상·하)에 이어 그 다음으로 5위까지 많이 대출된 책은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에세이>(노희경, 헤르메스미디어, 2008) ▲ <해커스 토익 reading : 문법, 독해, 어휘에서 실전까지!>(David Cho, 해커스어학연구소, 2005) ▲ <日本軍事史>(藤原 彰, 시사일본어사, 1994) 등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3위)는 방송작가 노희경씨가 쓴 에세이집으로 베르나르의 <신>과 함께 지난해 인터넷서점 예스24가 누리꾼 온라인 투표로 뽑은 올해의 책에도 선정된 바 있다. 토익시험 전공서인 <해커스 토익>(4위)이 상위에 랭크된 것이 눈에 띈다. <日本軍事史>(5위)는 후지와라 아키라가 일본 근대사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이 시기의 전쟁과 사회문제를 다룬 책이다.

그 다음으로 ▲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장편소설>(스테프니 메이어, 대한교과서, 2008) ▲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장편소설>(신경숙, 창비, 2008) ▲ <화폐전쟁>(쑹붕빙,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 <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이외수, 해냄, 2008) ▲ <담대한 희망>(버락 오바마, 랜덤하우스, 2007) ▲ <신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1~6>(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08)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4>(아르놀트 하우저, 창작과비평사, 1999) 등이 뒤를 이었다.

<뉴문>(6위)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서스펜스 로맨스 시리즈물로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인기를 모았는데, 한국에서도 영화가 상영된 바 있다. 세계의 경제주체들이 화폐 발행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치열한 암투를 음모론적 시각에서 파헤친 <화폐전쟁>(공동 7위)은 중국에서도 '판매속도가 가장 빠른 책'으로 관심을 끌었다. <하악하악>(9위)은 작가 이외수씨가 자신의 플레이톡 홈페이지(www.playtalk.net/OISOO/)에 매일 올라온 원고 중에서 누리꾼의 뜨거운 댓글로 인정받은 수작들만을 엄선해 개작한 책으로 누리꾼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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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불온서적 마케팅'. ⓒ 알라딘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은 여전히 정치인 필독서

한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담대한 희망>은 베르나르의 <신>,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와 함께 대출순위 공동 10위를 기록해 여전히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에게 '인기 있는 필독서'임을 입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28일까지의 전체 의원실 대출 목록을 조사한 것이다. 대부분이 그 전년도(2008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일본군사사>처럼 1990년대에 출간된 책도 2종으로 나타났다. 국회에 대한 입법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춰 국내 최대의 장서 종수(種數)를 갖추고 있는 국회도서관은 일반인의 자유로운 열람은 가능하지만 관외 대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불온서적 #국방부 #장하준 #니쁜 사마리아인들 #국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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