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들고 있는 당신이 희망입니다"

[현장] 24일 100회차 맞은 수원역 앞 광장 촛불문화제, 시민 100여명 참석

등록 2010.02.26 11:05수정 2010.02.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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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엔 수원촛불입니다" 시민들이 촛불을 밝힌다. 매주 수요일 밤이면 경기도 수원역 앞에 어김없이 모여 촛불로 수를 놓는다. 24일 그 촛불이 100차를 맞았다. ⓒ 이민우

▲ "수요일엔 수원촛불입니다" 시민들이 촛불을 밝힌다. 매주 수요일 밤이면 경기도 수원역 앞에 어김없이 모여 촛불로 수를 놓는다. 24일 그 촛불이 100차를 맞았다. ⓒ 이민우

2008년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시작된 수원촛불이 24일 100차를 맞았다. 몰아치는 비바람과 찜통더위도 수원촛불을 끄진 못했다. '상습시위꾼'이란 정권의 낙인과 영하 16도의 혹한 속에서도 촛불은 어김없이 수요일 밤마다 타올랐다.

 

직장인과 주부, 학생, 건설노동자, 대학강사, 시민단체 활동가. 나이와 성별, 직업은 달라도 그들은 수요일 밤이면 한 마음, 한 뜻이 됐다. 100차 동안 수원촛불을 지켜온 시민들에게선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가 넘쳐났다.

 

"힘들었지만 정말 소중한 순간들이었어요"

 

"힘들었죠.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소중한 순간들 이었어요." 시민 김정태씨의 말이다.

 

한 30대의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작은 힘이 모이면, 그 어떤 독재와 억압도 두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착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지요."

 

수원촛불의 단골 가수 김미정씨는 아픈 현실 속에서 느낀 촛불의 감흥을 이렇게 표현했다 "소박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지는 수원촛불이 있기에 우리 민주주의는 희망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어린 딸의 고사리손을 잡고 함께 촛불에 참여해 온 시민 이종희씨. 그녀는 딸에게 좀 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며 다짐했다. "우리 아이가 세 살 때 처음 촛불을 들었는데, 이제 다섯 살이 됐어요. 앞으로 더욱 힘을 내야죠. 서민들이 아니라 기업하기만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이명박 정권을 임기 전에 몰아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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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들고 있는 당신이 희망입니다." 다른 지역의 촛불이 하나둘 사그라졌지만 수원촛불은 의연했다. 100차 수원촛불을 기념한 펼침막에 적힌 글귀가 그 비결을 알려준다. "촛불을 들고 있는 당신이 희망입니다." ⓒ 이민우

▲ "촛불을 들고 있는 당신이 희망입니다." 다른 지역의 촛불이 하나둘 사그라졌지만 수원촛불은 의연했다. 100차 수원촛불을 기념한 펼침막에 적힌 글귀가 그 비결을 알려준다. "촛불을 들고 있는 당신이 희망입니다." ⓒ 이민우

"지금은 어둡지만 새벽이 곧 올 거예요"

 

임미숙 민주노동당 수원시위원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임 위원장이 생각하는 '100차 수원촛불'의 의미는 간단하지만 분명했다. "MB 때문에 힘든 가운데도 100번 동안 촛불을 밝힌 것 자체가 희망이지요. 지금은 어둡지만 새벽이 곧 올 거예요."

 

이날 촛불문화제에선 100차를 맞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수원촛불을 위해 애써온 '수캔들'과 '진알시'(진실을 알리는 시민)가 소개됐다. '수캔들'은 수원촛불을 인터넷 아프리카(http://www.afreeca.com/)에서 생방송하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한다. '수캔들'은 수원의 '수', 영어 '캔들(candle, 촛불)'을 붙여 만든 말로 수원촛불의 독립미디어를 꿈꾸고 있다.

 

'진알시'는 매주 수요일 아침 수원역에서 시민들에게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나눠준다. 진알시'는 "조중동 아웃과 진실을 알리려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의  열린 모임이다.

 

촛불문화제 현장 한 켠에선 다양한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4대강 정비사업 폐지', '무상급식 실현', '학생인권조례 통과 촉구', 'KBS 수신료 인상 반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의료보험 민영화 저지' 까지. 무려 6가지.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 풀어야 할 현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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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차 촛불 힘내라" 시민들은 무지개떡에 촛불을 붗여놓고 노래부르며 서로를 격려했다. "100차 촛불 힘내라. 수원 촛불 힘내라. 사랑하는 우리들 수원촛불 힘내라." ⓒ 이민우

▲ "100차 촛불 힘내라" 시민들은 무지개떡에 촛불을 붗여놓고 노래부르며 서로를 격려했다. "100차 촛불 힘내라. 수원 촛불 힘내라. 사랑하는 우리들 수원촛불 힘내라." ⓒ 이민우

 

"사랑하는 우리들 수원촛불 힘내라"

 

이날 촛불문화제는 무지개떡에 촛불을 켜고 노래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노래하며 축하할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라 여겨 아이들 100일 때처럼 100차 수원촛불을 맞아 무지개떡을 마련한 것이다.

 

시민들은 '생일 축하 합니다'란 곡의 노랫말을 바꾼 '100차 촛불 힘내라'를 다함께 부르며 서로를 격려했다.

 

"100차 촛불 힘내라.

수원 촛불 힘내라.

사랑하는 우리들 수원촛불 힘내라."

 

사회를 본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100차 수원촛불을 마감하며 각오를 밝혔다.

 

"수원촛불은 처음엔 그냥 촛불 하나 들고 있던 아이엄마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울까진 갈 순 없지만 간절한 호소가 모여 오늘 100차까지 온 겁니다. 200차까지 갈지 안 갈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손에 촛불이 꺼지지 않는 한 우리가 이깁니다. 우리가 승리합니다. 여러분 힘냅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2.26 11:0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촛불 #100차 #수원시 #이명박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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