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온금동 사람들

등록 2010.02.27 20:04수정 2010.02.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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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금동 사람들

                              글쓴이: 김 정 관

      유달산 돌계단을 타박타박 오르다보면

      깎아지른 바위 밑으로 조용히 부서지는

      바다물결 소리 들을 수 있을게다.


      뱃사람 과부의 구성진 "목포의 눈물"을

      소리 내 울지 않아도 만날 수 있을게다.

      언제나 반기는 온금동 사람들을 만나면

      어쩌면 삶에 애환이 너무 슬퍼

      가슴에 칼날을 품고 사는 그들에게

      그만 눈물을 들켜 버릴지 모를 일이다.

      "목포의 눈물"을 몰라도

      역전 째보선장의 슬픈 사연을 몰라도

      이 땅의 모든 항구엔 저마다의 슬픈 기억과

      생선 비릿한 고단한 삶이

      온금동 좁디좁은 골목 계단 틈에 숨겨져 있을게다.

      저마다 항구에는

      애비의 애환과 자식의 기쁨이 교차하고

      억새고 거친 뱃사람들의 호흡이

      조기 생선의 지느러미처럼

      살아야 한다고 펄떡거리는 곳.

      애비를 따라 아들은 바다로 나가야 하고

      어미를 따라 딸년은 술집으로 나가야 하는

      가난한 뱃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온금동, 대반동에 가본 일이 있는가.

      웃다가도 울컥 서러운 저들의 출렁이는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본 일이 있는가.

      일등바위에 올라 아침 햇살이 술잔에 고일 때

      비워둔 고향집 마당가 우물 속에도

      여귀산 아침 햇살 비추고 있을게다.
#사람 사는 세상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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