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식구 노을아, 사랑한데이~~"

작은 강아지 노을이가 우리집 새 식구가 됐어요

등록 2010.03.02 16:36수정 2010.03.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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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새 식구 여우같은 뾰족입을 가진 노을이와 방울이 ⓒ 문혜준


오늘도 여전히 시끄럽다. 방울이와 노을이 녀석 때문이다. 우리 집에 온 지 세 달 정도 밖에 안 되는 노을이가 터줏대감 방울이를 물어뜯고 쳐다보며 짖어대고 난리가 아니다.


원래 우리집에는 몰티즈인 방울이만 있었다. 길을 잃고 헤매다니던 방울이는 잠시 데리고 계시던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잠깐 데려다가 키워볼래?" 하시는 통에 우리집 식구가 되었다.

그리고 두 달 전에 노을이가 우리집 새가족이 됐다. 지난해 11월말쯤 처음 노을이가 우리집에 왔을 때는 아주아주 작은 강아지였다. 손바닥 위에 살포시 올려놔도 아주아주 가벼운 작은 강아지였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방울이보다 다리도 길어지고 키도 훌쩍 커지고 무거워졌다.

노을이는 "이게 다 큰 거다"는 강아지 파는 아주머니의 말에 홀랑 속은 아빠가 시장에서 만원을 주고 사오면서 우리집 식구가 됐다. 아빠가 노을이를 봤을 때 노을이는 조그마한 양파망에 갇혀서 불쌍하고 처량한 눈으로 아빠를 봤다고 했다. 조그만 강아지가 양파망에 갇혀 아빠를 보는 것이 안스러웠던 아빠는 방울이가 있어 망설였지만 그 예쁜 눈을 외면하지 못해서 노을이를 사오셨다.

하지만 만원? 노을이는 우리집에서 제 몸값보다 비싼 일을 많이 벌였다. 그만큼 돈을 벌었냐고 물으신다면 천만의 말씀. 망가트린 물건이 제 몸값을 훨씬 넘는다는 이야기다.

핸드폰 충전기도 다 물어뜯어 망가트리고 내 지갑도 물어뜯어서 버려야 했다. 장난치자며 남혁이 얼굴을 할퀴고 강혁이 옷을 물고 잡아당겨서 죽죽 늘어나서 못입게도 만들었다. 게임기 충전기며 카메라와 컴퓨터 연결선을 물어 뜯어 망가트린 것은 어쩌고.


우리가 잠시 강아지들만 두고 외출을 하게 신발이란 신발은 거실에 다 물어다 놓고 휴지통에 들어있던 온갖 휴지며 화장실에 있는 비누며 신발 빠는 솔까지 다 가져다가 늘어놓는다. 한마디로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다. 한숨이 팍팍 나온다.

내가 학교갔다 돌아오면 제일 먼저 반기는게 노을이긴 하지만 거실의 상태를 보면 말이 안 나온다. 게다가 엄청난 먹보에 욕심쟁이라서 이것저것 아무거나 다 먹겠다고 달려든다. 엄청나게 매운 김치도 먹겠다고 달려들어 먹고는 매워서 캑캑 댄다. 요즘엔 꾀가 늘어서 일단 달라고 했다가 못 먹겠으면 슬쩍 뱉어버리기는 하지만.

먹는 양도 방울이보다 많다. 방울이가 사료를 한주먹 먹으면 노을이는 세주먹씩이나 먹는다. 빵빵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도 노을이는 우리가 뭐만 먹는 눈치가 보이면 재빨리 달려와 달라고 꼬리를 흔들어 댄다.

그리고 노을이는 방울이를 아주 좋아한다. 방울이가 귀찮아서 으르렁거려도 노을이는 매일 방울이의 꼬리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방울이가 계속 귀찮다고 으르렁거리면 자기도 화를 내면서 안 놀아준다고 멍멍거리며 짖는다.

방울이와 노을이의 전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싫다는 방울이와 놀자는 노을이.. 하긴 가끔은 방울이도 노을이와의 싸움을 즐기는 것 같기는 하다. 우리가 다 학교에 가고 없으면 혼자 있다가(청거북이와 자라, 장수풍뎅이가 있기는 하지만 같이 놀아주지는 못하니까) 친구가 생기니 귀찮기는해도 재미는 있어하는 것 같다.

다른 집 강아지들은 싸우지도 않고 친하게 지내던데 우리집 강아지들은 왜그런지 모르겠다. 잘못 말렸다가는 도리어 우리가 물린다. 언젠간 둘이서 친하게 지내는 날이 오겠지? 누가 방울이랑 노을이가 싸우지 않게하는 방법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말썽장이 노을이를 말릴 수 있는 건 먹을거 뿐이다. 먹을 것만 주려고 하면 까치발을 서면서 온갖 애교는 다 부린다.

하지만 방울이도 노을이도 우리집에 와서 우리집 가족이 됐으니 오래오래 이들이 친해지는날이 오겟지? 우리집에 보내진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즐거움을 줬으니깐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말썽쟁이 노을이를 최대한 얌전하게 키워봐야 겠다.

그리고 방울아 노을아 누나는 니들을 아주아주 사랑한데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방울이 #노을이 #혜준 #강혁 #남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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