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교원평가제 불가하다

등록 2010.03.05 13:09수정 2010.03.0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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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라는 이름으로 교장ㆍ교감ㆍ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학교의 구성원들이 교사의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와 교장, 교감의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하여 평가 또는 만족도를 조사하는 교사평가제가 실시된다.

교원평가제의 명목상 목적은 "교원의 전문성 향상, 학교교육의 능력증대, 교육방법의 개선이다. 그리고 실질적 목적은 "교육경쟁력 상승, 교원경쟁력 강화, 교육복지 격차 해소이다. 이렇게 교원평가제는 교원 끼리 '경쟁력'을 붙이고 교사동료 상호간에 평가를 하겠다는 뚱딴지같은 논리다. 한 마디로 말해서 교육을 경쟁논리로 몰아가겠다는 발상이다.

교육은 경쟁논리로 풀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영역이다. 교사는 상호 경쟁상대가 아니다. 교사는 교육을 담당하는 인격체이다. 교육사업장에서 지식 따위를 파는 장사꾼이 아니다. 학생으로 하여금 교사의 인격이 아닌, 상품의 품질을 평가케 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인격은 경쟁논리로 평가되는 게 아니다. 지금 나와 있는 교원평가의 방법으로 본다면,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인 교사라 할지라도 교감이나 교장 또는 동료교사에게 밉살맞은 교사는 당연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

또 개구쟁이 학생들은 마음의 장난에 따라 엉뚱한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을 '빨갱이'로 아는 학보모도 참여한다. 학교에서 교장, 교감 및 간부교사에게 밉상을 받을 우려가 있는 교사들은 대체로 전교조에 가입한 선생님들이다.

때문에 이번의 교원평가제는 국가의 문교정책과 소속 학교의 교육방침에 잘 순응하는 소시민적 교사들을 양성하겠는 발상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좀 더 참교육을 위하여 제도교육의 부조리와 모순을 깨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교사는 퇴출시키겠다는 심산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전교조를 퇴출시키겠다는 발생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전교조가 어떤 조직인가. 전교조가 물론 최근에 와서는 그 교육활동이 일부 경색되고 몰지각한 교사들의 가입 등으로 활동과 본질이 퇴색하였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교조의 취지는 훌륭하다. 지금도 전교조는 대한민국의 참교육을 위해 노력하며 헌신하고 있다. 박정희ㆍ전두환 등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던 민주시민들에 의해 이 나라가 민주사회로 진전해 왔다.

이렇듯이 전교조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한국사회의 교육도 맑아지고 발전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전교조를 겨냥하여, 잘못되었을지도 모르는 학교방침에 무조건 순응하는 교사만을 양성하기 위해 교원평가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다. 결국 훌륭한 인격체를 가진 참교육 지향의 교사는 학교를 떠나라는 말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교원평가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전교조에 가입된 교사들이 많이는 조직을 탈퇴하리라 본다.


본 이야기로 돌아가자. 참교육의 목적은 경쟁에 있지 않다. 직업인을 양성하는 데 있지 않다. 좋은 상급학교(대학)에 가는데 있지 않다. 다들 아는 바와 같이 교육은 인격의 도야에 있다.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양을 쌓는데 있다. 남과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교양을 쌓는 데 있다.

더구나, 남보다 내가 잘 살려고 교육을 받는 게 아니다. 남을 이기려고 교육을 받는 게 아니다. 남을 밀치고 내가 더 앞서려고 교육을 받는 게 아니다. 게다가 교육은 자본논리로 풀어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권력에서는 교육문제를 자본논리로 풀어가려고만 한다. 이러한 생각부터 잘못이다.

또한, 교사는 직업의 논리로 풀어서도 안 된다. 교사는 직업인이기에 앞서 학생의 부모와 함께 인간을 훈육하는 지고(至高)의 스승자리에 있다. 그리고 민주사회에서 교육의 목적은 공공의 질서와 공공의 이익을 지킬 줄 아는 민주시민의 양성에 있다. 때문에 학생이 사회에 나와 남과 경쟁을 잘 하기 위하여 제도교육을 받는 게 아니다. 더구나 남을 이기고 자신만이 우뚝 서는 인간이 되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게 아니다. 남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는 교육은 기술교육ㆍ체육교육ㆍ연예교육 등 비교육적 사교육기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남과 경쟁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교육은 공교육에서 실시되면 안 된다. 공교육은 물질보다는 인격을, 사익보다는 공익을, 경쟁보다는 공생을, 독생(獨生)보다는 공존을, 전쟁보다는 평화를, 거짓보다는 진실을, 사악보다는 정의를, 우월보다는 평등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런데 공교육에서 경쟁논리를 도입하여, 좋은 인격의 함양보다는 더 많은 물질의 취득을, 공생주의보다는 우월의식을 가르친다면 이것이 교육인가. 우리는 핀란드의 공교육에서 참교육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

핀란드는 경쟁을 가르치지 않는다. '나만'을 강조시키지 않는다. 때문에 핀란드는 모든 국민이 공생과 평화,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핀란드의 교육을 4차원의 교육이라고 하지 않는가. 경쟁논리를 가르치고, 우월주의를 가르치고, 물질주의를 가르치고, 전쟁논리를 가르치고 하는 교육은 단세포적인 2차원 교육이다. 지금의 한국이 바로 그렇다.

이명박 권력에 들어와서 경쟁논리의 2차원 교육세계로 되돌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안에는 국민교육의 이상과 행복을 위한, 그리고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한 게 없다. 현 권력의 방해세력인 전교조의 억압과 현 권력에 반대하는 불순한(?) 교사들의 목을 조르겠다는 속셈만이 보이는 듯하다. 교육마저, 정치논리로 희생시키는 이 나라의 정치세계가 부끄럽다.

그래서 우리는 물질제일주의 경제성장만을 부추겨온 박정희의 우둔함을 본다. 인간의 얼(혼, 정신)보다 '한국적 근대화'의 피켓을 들고 오로지 개발독재의 논리만을 밀어붙인 그 결과 말이다. '한국적 근대화' 악영향이 오늘에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박정희ㆍ전두환ㆍ이명박으로 이어지는 물질제일주의ㆍ경쟁제일주의 교육정책이 한국의 미래에는 어떻게 나타날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교원평가제가 실시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에는 학생과 교사에게서 인간성ㆍ인격의 말살만이 남을 뿐이다.

지금도 때가 늦지 않다. 교원평가제의 실시를 중단해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교사는 그 자체가 인격체이다. 그런데 어떤 인격체가 어떤 인격체를 평가한단 말인가. 불량한 인격체를 가진 교사가 선량한 인격체를 가진 교사를 평가할 수 있는가. 개인의 인격체는 각자가 모두 다르다. 그리고 다양한 인격체로부터 받는 교육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이번의 교원평가제는 교사를 획일적 인격체로 만드는 우둔한 정책이다. 그리고 훌륭한 인격을 소유한 학생을 배양할 수 없게 만든다.

교육은 공부성적의 향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인격의 함양이다. 지금 전 세계는 다국적 기업의 패스트푸드라는 음식이 휩쓸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의 성격이 획일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마저 국가와 학교 당국의 교육정책에 순응하는 획일화된 교사를 양성하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음식에 이어 교육마저 획일화된다. 교육의 획일화는 인간의 로봇화를 만든다.

물론 인간이 로봇화 하면 정치권은 좋을지 모른다. 정치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먹는 문제만 해결해주면 말 잘 듣는 인간이 될 터이니까. 그런데 그 뒤의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다. 주인의 말을 잘 듣는 동물화된 인간이 과연 인간일까. 개가 아니던가, 원숭이가 아니던가. 그때가 되면 인간은 단지 포유동물이 될 뿐이다.

그러한 세계를 한번 상상해 보라. 얼마나 끔찍한 세계인가. 그때가 되면, 개 같은 사람이 말 잘 듣는 인간을 지배하게 되리라. 이런 의미에서도 교원평가제는 그 중단이 촉구된다. 실시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거나 시행을 중단한다는 것은 이미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 중단해라.
#교원평가제 #전교조 #참교육 #교육의 목적 #교사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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