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0년 '애마'의 모습은 보기 흉하지만

엉뚱한 사람의 엉뚱한 기대

등록 2010.03.08 10:39수정 2010.03.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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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사용하고 있는 12인승 승합차를 2000년에 구입했으니 올해로 꼭 10년째다. 차령 10년은 사람 나이로 환갑에 해당된다고도 하는데, 맞는 말인지는 몰라도 자꾸 그 말에 신경이 쓰인다. 차 모양새가 환갑 넘은 내 몰골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세상에는 곱게 늙는 사람도 많고 나이 먹은 표가 전혀 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정직하게 늙는 것도 모자라 험난한 세월이 온몸에 고스란히 덮씌워져 있는 형국이다. 내 차도 그런 꼴이다. 10년 세월의 갖가지 풍상이 차체에 확연히 묻어 있는 모습이다. 그런 차를 보노라면 미안해지는 심정이며 이상야릇한 연민 같은 것이 가슴속을 조수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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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세월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 집 애마 요즘은 집에서 7분 거리인 요양병원을 하루 세 번씩 다니느라고 더욱 바쁘다. 10년 세월의 풍상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 지요하

▲ 10년 세월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 집 애마 요즘은 집에서 7분 거리인 요양병원을 하루 세 번씩 다니느라고 더욱 바쁘다. 10년 세월의 풍상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 지요하

 내 차는 가운데 옆문을 두 번이나 갈아야 했다. 한 번은 2002년이던가, 운전면허를 딴 마누라에게 연습을 시킬 때였다. 좁은 골목길을 벗어날 즈음 길 한쪽에 서 있는 승용차를 피하다가 골목 끝 집 시멘트 담의 돌출 모서리에 옆구리가 걸리는 바람에 그만 문짝이 찌그러지고 말았다. 문짝을 새로 다느라고 40여 만원을 깨끗이 헌상했다.

 

 또 한 번은 2008년 봄 기름제거 자원봉사와 관련해서였다. 성당 신자들을 태우고 소원면 의향리 '개목항' 작업장으로 갈 때였다. 좁은 길에서 교차하던 현지 주민의 포터 트럭이 뒤도 안 보고 후진을 하여 내 차 옆구리를 받는 바람에 문짝이 찌그러지고 말았다. 그때의 상황과 에피소드는 그해 4월 18일 오마이뉴스 지면에 올린 <기름재난이 가져온 또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라는 글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잘못은 뒤도 안 보고 후진을 한 포터 트럭의 운전자에게 있었지만, 내가 원인 제공을 했다는 포터 트럭 운전자의 큰 언성도 있었고, 전국 각지에서 온 천주교 신자 자원봉사자들을 태운 일곱 대의 버스를 안내하는 상황이었고, 포터 트럭 운전자가 기름피해 당사자인 현지 주민인 데다가 어지간히 연만하신 분이고 해서 따지고 볶고 할 것 없이 내가 양보를 하고 말았다. 그때도 40만원 가까운 돈을 깨끗이 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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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작은 재난 손실 좁은 길에서 내 승합차 오른쪽 작은 공간에 비켜섰던 포터 트럭이 뒤를 보지 않고 후진을 한 바람에 내 승합차 옆문이 찌그러지고 말았다. 2008년 4월 12일의 일이다. ⓒ 지요하

▲ 또 하나의 작은 재난 손실 좁은 길에서 내 승합차 오른쪽 작은 공간에 비켜섰던 포터 트럭이 뒤를 보지 않고 후진을 한 바람에 내 승합차 옆문이 찌그러지고 말았다. 2008년 4월 12일의 일이다. ⓒ 지요하

 내 차의 한쪽 엉덩이에는 누구 짓인지 모를 상처도 있고, 차체 곳곳에 이런저런 흉터들이 있다. 견적이 많이 나오더라도 대대적으로 성형 수술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고급 승용차도 아닌 다 늙어 가는 승합차에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우세해서, 내 차는 더럭 겉늙는 형세로 남게 되었다.

 

 <2>

 

 내가 사는 아파트 앞 주차장에는 세 개의 장애인 주차장이 있다. 가운데 주차장은 내 자리나 다름없다. 앞 유리에 국가보훈처에서 발급한 장애인 차량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는 덕이다. 일반 주차장보다 넓어서 주차하기가 편리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매번 주차하기가 용이한 것은 아니다. 다른 차들이 장애인 주차장을 침범해 있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주차장이 넓은 것을 시기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주차장 라인을 밟고 있기 일쑤고, 아예 라인을 살짝 넘어 주차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쪽 차만 그런 경우라면 큰 문제는 아닌데, 양쪽 차가 그런 식으로 주차를 하고 있으면 화도 나고 후진 주차를 하기가 힘이 든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화단의 수목들과 낮은 층 집들을 생각해서 '전면 주차'를 하도록 권장하고 팻말까지 꽂았지만, 주차장 앞 길가에 주차해 있는 차량들 때문에 핸들 각도가 나오지 않아 후진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

 

 한 번은 장애인 주차장 라인을 먹어 들어온 차량들 사이로 후진 주차를 하다가 그만 한쪽 차를 살짝 건드리고 말았다. 찌그러진 것은 아니고, 옆구리 페인트에 두어 줄 금이 간 상태였다. 나는 그 차의 여성 운전자가 마침 아파트 로비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자수하듯 실토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는 대로 차를 고치고 수리비 금액을 내게 알려 달라고 했다.

  

 그 여성 운전자는 차체를 살펴보더니 남편과 상의해서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다음날 차를 공장에 넣었다고 했고, 수리비는 5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 차가 주차위반을 해서(장애인 주차장을 많이 먹어 들어와서) 생긴 일임을 명료히 의식했지만 그 말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까짓 5만원 때문에 이웃 간에 콩이냐 팥이냐 따질 필요 없다는 생각을 더 명료히 하면서 5만원을 마누라 편에 보내 주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해미성지 물을 길어다가 여러 집들에 나누어 드리는 일을 할 때였다. 골목길에서 차를 돌리다가 그만 집 앞에 주차해 있는 승용차의 앞 범퍼 한쪽을 살짝 건드렸다. 내려가서 살펴보니 찌그러지지는 않았고, 페인트가 조금 벗겨진 상태였다.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차를 안전한 곳에 세워놓고 그 승용차가 세워진 집으로 들어가 주인을 찾았다.

 

 안면 있는 사이인 그 주인이 차를 살펴보더니 2만원이면 될 것 같다고 해서 2만원을 주었는데, 나중에 만나니 5만원 들었다고 해서 3만원을 더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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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옆문짝 두 번이나 옆 문을 갈아야 했다. 현재 문은 멀쩡한 상태지만, 문이 찌그러질 때의 충격 흔적이 문 바로 옆에 노출되어 있다. ⓒ 지요하

▲ 세 번째 옆문짝 두 번이나 옆 문을 갈아야 했다. 현재 문은 멀쩡한 상태지만, 문이 찌그러질 때의 충격 흔적이 문 바로 옆에 노출되어 있다. ⓒ 지요하

 최근에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아들녀석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아침에 노친이 계신 요양병원을 다녀왔는데, 녀석이 후진 주차를 하다가 그만 한쪽 옆 승용차의 엉덩이 부위를 살짝 스치듯 건드렸다. 다행히 찌그러지지는 않았고 두어 개 줄이 생겼는데, 그것도 마음먹고 보아야 식별이 가능한 상태였다.

 

 천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그 줄을 내 마음속에서 지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또 아들녀석에게 필요한 교육이다 싶어서 차 임자를 찾아 변상을 하기로 했다. 뉘 집 차인지 알 수도 없고, 주위에 아무도 없어 물을 수도 없었다. 마누라를 내려오게 해서 혹 아는 차인가 물었더니, 차 뒷문 유리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집의 바로 옆집 차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일단 집 현관으로 올라와서 옆집 초인종을 눌렀으나 기척이 없었다. 마누라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종이쪽지에 글을 적었다. "우리 집 왕초보 아들이 실수를 했어요. 차 한쪽 엉덩이 부위에 약간의 줄이 생겼어요. 시간이 되면 수리를 하시고, 수리비 알려주세요. 미안합니다." 이런 내용의 글이었다.

 

 마누라는 그 쪽지를 옆집 문에다 붙여놓았는데, 그 집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중에 만났을 때 물어보니 자기네 차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차의 주인(젊은 여성)을 만나 그 얘기를 하니, 자신은 여태까지 차 엉덩이 부위에 줄이 생긴 것을 알지 못하고 살았다며 괜찮다고 했다.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3>

 

 지난해 12월 초 또 한 번의 접촉사고로 내 승합차 한쪽 엉덩이 부위에 상처가 생겼다. 골목길에서 교회 버스와 교차를 하다가 생긴 일이다. 교회 버스가 길 한 옆에 잠시 멈춰 있는 내 차를 보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을 한 탓에, 버스 한쪽 앞바퀴의 볼트가 내 승합차 엉덩이 부위를 찍어서 그만 큰 흠집이 생기고 말았다.

 

 일단 차를 빼어 안전한 곳에 놓은 다음 교회 버스의 젊은 운전기사가 내게로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곧 연락을 하겠다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버스에 생겨진 교회의 이름은 우리 지역에 널리 알려진 이름이었다. 나도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음을 내비치면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그 젊은 기사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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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손상 한동안 안면이 손상된 상태로 그냥 산 시절도 있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결국은 성형을 했다. ⓒ 지요하

▲ 안면 손상 한동안 안면이 손상된 상태로 그냥 산 시절도 있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결국은 성형을 했다. ⓒ 지요하

 그 뒤로 며칠이 지나도록 그 젊은 기사에게서도 교회에서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일주일을 넘긴 시점에서 내가 교회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의 신분을 물으니 담임 목사라고 했다. 내가 전화를 건 이유를 말하니 자신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젊은 운전기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고, 쉽게 적을 수 있었다.

 

 곧 그 운전기사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게 교회에서 아무 연락이 없었느냐고 되묻고는 자신이 다시 연락을 하겠노라고 했다. 잠시 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회 바로 옆에 있는 자동차정비공장에 가서 견적을 뽑아보고 교회에 견적 내용을 알려주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교회에서 연락이 갈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자동차정비공장에 가니 교회에서 전화가 왔었다며 28만원의 견적을 제시했다. 나는 자동차정비공장 여직원에게 교회에 견적 내용을 알려주도록 부탁하고 일단 정비공장을 나왔다. 노친이 계신 요양병원을 가야 하는 사정 때문에 오래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 교회에서는 또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는 이번에도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그 교회의 버스기사 노릇, 즉 운전 봉사를 그만두고 다른 교회에 나간다고 했다. 그 교회에서 내 차를 고쳐주지 않으면 자신이 고쳐주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좋은 일을 하다가, 교회 봉사를 하다가 접촉사고를 냈는데, 그 비용을 운전기사에게 지우면 말이 되겠느냐, 내가 교회에 직접 연락을 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나는 교회에 전화하는 일을 미루었다. 성탄절을 비키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되고 연초가 되었다. 나는 마누라의 채근과 성화를 감내하면서 연초부터 언짢은 전화를 하기가 싫어 좀더 미루었다가 1월 중순쯤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그 교회의 담임 목사는 아직 그 일이 해결되지 않았느냐고 되묻고는 모레 월요일 차를 가지고 교회로 오라고 했다. 교회 직원이 차를 가지고 서산으로 가서 고쳐오겠다는 말씀이었다. 왜 바로 옆에 정비공장을 두고 서산까지 가느냐 하니, 서산에 값싸게 감쪽같이 잘 고치는 단골로 이용하는 집이 있다고 했다.

 

 일단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눈이 많이 내려 움직이기가 어려워서였다. 나는 다시 전화로 눈 때문에 당장 움직이지 못하니 눈이 그치고 길이 좋아지면 또 연락하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눈이 다 녹고 길이 좋아진 상황에서도 다시 그 교회에 전화를 하지 않았다. 마누라가 왜 차를 고치지 않느냐고 성화를 부렸다. 차 엉덩이 부위의 흉터를 볼 때마다 속상해했다.

 

 하지만 나는 차를 고치는 쪽보다 마누라를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차를 고칠 수 없는, 고치고 싶지 않은 이유들을 설명했다.

 

 "차를 공장에 맡긴다면 적어도 하루는 어머니 계시는 요양병원을 갈 수 없어. 지금 어머니 상태는 내가 반드시 하루 세 번씩 계속적으로 병원을 다니며 보살펴 드려야 할 상황이야. 또 현재 우리 아들녀석에게 운전 연습을 시키는 중이야. 자칫 차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어. 그리고 이미 내 차는 여기저기 흠집이 많아. 이미 다 늙은 고물 차야. 엉덩이 흉터 하나 없앤다고 해서 차가 전체적으로 산뜻해지는 것도 아니야. 그런 차를 고친다고 남에게 손해 끼칠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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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엉덩이 부위의 큰 흉터 교회 버스 앞바퀴 볼트에 찍혀 한쪽 엉덩이에 보기 흉한 상처가 생겼다. 이 상처를 성형 치유하는 일을 나는 끝내 포기했다. 내 애마에게 미안한 심정이다. ⓒ 지요하

▲ 한쪽 엉덩이 부위의 큰 흉터 교회 버스 앞바퀴 볼트에 찍혀 한쪽 엉덩이에 보기 흉한 상처가 생겼다. 이 상처를 성형 치유하는 일을 나는 끝내 포기했다. 내 애마에게 미안한 심정이다. ⓒ 지요하

 마누라는 어이없어 했다. "사람이 늙을수록 입성이며 모양에 신경 써야 하는 것처럼 자동차도 고물일수록 대접을 잘해 주어야 하는 법"이라는 제법 그럴 듯한 말을 하더니 "아예 이 기회에 돈을 좀 들여서라도 차체를 전체적으로 고치든지 차를 바꾸는 게 어때요?"라고 했다. 그러잖아도 10년을 넘기면 차를 바꿀 생각이 없지 않아서, "하여간 1년만 더 이대로 이용하자"고 하면서 나는 마누라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여기저기 흉터도 있고 10년 세월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내 차에 이상한 연민의 정도 있어서, 어쩌면 계속 이런 상태로 이 차를 이용하며 살게 될지도 몰라. 내 모습을 잘 닮은 것 같은 내 차의 이런 모습이 난 더 좋아."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인 마누라에게 나는 좀더 이상한 말을 했다.

 

 "나는 지금 그 교회 목사님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뭔 전화를요?"

 "내가 눈이 그치고 길이 좋아지면 다시 전화를 허겄다고 헤놓고 계속 전화를 허지 않고 있으니 그 목사님이 궁금해허지 않겄어? 혹 내 신상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도 헐 수 있지 않겄남?"

 "당신이 누구라고 밝히긴 했나요?"

 "누가 됐든지 간에, 또 누군지 알건 모르건 간에, 차 고치는 일로 전화를 허거나 차를 가지고 오기로 헌 사람이 아무 연락도 없으면 당연히 궁금허기도 허고 걱정도 되지 않겄어? 나 같으면 그럴 것 같은디."

 "아유, 그건 당신헌테나 해당되는 거지, 그걸 누구헌테 바래요?"

 "저 쪽은 교회 목사님 아닌감? 당연히 궁금해허고 걱정도 헐 것 같은디. 그래갖구 내게 전화를 헐 것 같은디. 내 연락처를 알기로 들면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일 테니께."

 "관둬요. 바랠 걸 바래야지…."

 "내가 너무 엉뚱헌가?"

"원래 엉뚱헌 양반이 어디 가겠어요."

 

 그 뒤로 어느 새 달포나 지나버렸다. 이제는 옛날 일이 되어 버렸다. 내 승합차는 한쪽 엉덩이 부위에 계속 보기 흉한 흉터를 지니고 다닌다. 이제 와서 그 교회 목사님께 고쳐달라고 하기는 다 글렀다. 그래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다.

 

 그 교회 목사님에게서는 내가 기대했던 '엉뚱한' 전화가 오지 않았지만, 내 엉뚱한 기대를 접했던 마누라가 남편의 엉뚱한 성품을 또 한번 인정해 주었으므로….

2010.03.08 10:39 ⓒ 2010 OhmyNews
#자가용승합차 #접촉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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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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