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밥은 공짜밥, 친구랑 먹어서 좋아요"

[현장] 새 학기부터 무상급식 실시한 평택 갈곶초의 점심시간

등록 2010.03.10 19:27수정 2010.03.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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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3월부터 도서벽지와 농어촌 읍면지역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김진표 민주당 의원(오른쪽부터)이 3학년 학생들과 함께 무상으로 제공된 급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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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3월부터 도서벽지와 농어촌 읍면지역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종걸 민주당 의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김진표, 안민석 민주당 의원(왼쪽부터)이 3학년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배식하고 있다. ⓒ 유성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국회의원들이 나란히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 주걱·집게·국자를 들었다. 하얀 가운, 모자, 마스크, 장갑으로 무장해 위생도 꼼꼼히 챙겼다.

무상급식 선두주자인 김상곤 교육감은 물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종걸·김진표·안민석(민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낮 12시 평택시 갈곶초등학교 점심시간에 3학년 어린이 52명을 위한 도우미로 나선 것이다.

이날 식단은 비빔밥과 단호박 튀김, 미소된장국, 배추김치, 딸기. 김 교육감과 의원들은 "더 줄까? 괜찮아?", "남기지 말고 맛있게 먹어요"라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배식을 마치고서는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밥도 먹었다. 이들은 주로 선생님과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몰려든 취재진들이 마냥 신기한 어린이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밥 먹는 속도가 평소보다 좀 느렸다. 그러나 식판은 싹싹 다 비웠다. 아이들은 김 교육감이 배식했던 딸기를 가장 좋아했지만, 매운 비빔밥이나 배추김치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아이들은 "학교 밥이 맛있어요,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먹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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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학교 찾은 김상곤 경기 교육감 ⓒ 김윤상


"눈칫밥 먹느라 소화 안 될까 봐 걱정했는데..."

이 학교는 지난 2일 새 학기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올해부터 경기도가 농촌지역 읍면 단위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변화다.

최행식 교장은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급식비를 잘 내지 않는 학생들이 10여 명 있었는데 결국 그만큼 (예산이 줄어들어) 급식 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오히려 급식을 무상으로 전환하면서 안정적인 예산이 확보돼 질이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도 하나같이 "무상급식이 돼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임채연 학교운영위원장은 "(급식 관련)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차상위계층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눈칫밥을 먹고 소화도 안 될까 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허경자 학부모회장 역시 "다른 부모들에게 물어봤는데 모두 찬성했다"면서 "중고등학생 두셋을 둔 집은 더 부담이 크다, 그 무게를 줄여달라"고 무상급식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위원장인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잘 사는 사람에게도 급식을 주는 것은 사회주의 아니냐고'는 사람도 있지만, 무상급식은 UN아동권리협약에 보장된 인권이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장관 출신 김진표 민주당 의원 역시 "오늘 현장에 와보니 급식비 못 내는 아이들의 상처도 사라지고, 선생님도 급식비를 걷어야하는 괴로움이 없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상급식도 부족하다... '친환경' '의무급식' 외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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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3월부터 도서벽지와 농어촌 읍면지역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무상으로 제공된 급식을 받아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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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3월부터 도서벽지와 농어촌 읍면지역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무상으로 제공된 급식을 먹고 있다. ⓒ 유성호


갈곶초등학교에서는 무상급식이 이뤄졌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의 바람은 더 원대하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도입되어야 하고, 나아가 무상지원 부분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배옥병 학교급식네트워크 대표는 "무상뿐 아니라 안전한 급식이 되어야 한다, 지역급식센터를 통해 생산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친환경급식을 만들자"고 제언했다. 경기도만 해도 친환경 관련 예산을 한끼당 140원밖에 쓰지 않는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김현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무상급식'이라는 말도 뭔가 (시혜적으로) 준다는 느낌이 있다, '의무급식'이 되어야 한다"면서 "준비물 사고 학용품 사는 데 돈 내고 체험학습이나 학예회 한다고 돈 낸다면 의무교육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이시우 교육과학부 학교지원국장은 "의무교육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고 이론의 여지가 많다"고 반론을 폈다.

또 이후 교육부의 급식지원계획에 대해서도 "열악한 저소득층부터 지원을 늘려, 2012년까지 저소득층 101만 명에 무상급식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전체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면 좋겠지만 재원을 다른 급한 데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소득과 상관없이 학생들 전부에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야당 측 주장과 간극이 크다.

김상곤 교육감은 현재 상황이 무상급식의 1단계라고 말했다. 원래 도시지역 동 단위까지 무상급식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경기도의회에서 관련 추가경정 예산이 통과되어야 한다.

전날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본회의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산된다. 김 교육감은 "그동안 이해과정이 많이 필요했는데, 이제 무상급식이 도민들의 바람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어서 (통과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김상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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