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형 민방위 훈련, 꼭 필요한가요"

교육생들은 딴청, 온풍기에서는 냉풍이... 민방위훈련이 아니라 혹한기훈련

등록 2010.03.25 20:27수정 2010.03.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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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민방위 훈련 졸음이 밀려온다. ⓒ 이장연

지루한 민방위 훈련 졸음이 밀려온다. ⓒ 이장연

지난해 4월 1일 만우절에 이어 올해 3월 24일, 민방위훈련 2년차 소집통보를 받았습니다. 아침도 거른 채 자전거를 타고 교육장으로 달려갔더니, 교육장 입구를 딱 막아선 한 정당 선거운동원들이 선거 홍보지를 돌리고 있더군요. 그들을 피해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가니 지하 교육장은 지난해와 같이 음침했습니다.

 

달라진 것도 있었습니다. 1년차 민방위훈련 때 볼품없는 민방위 장비 전시대에 대해 한소리 했더니, 그 때문인지 파마 머리에 민방위 모자를 쓰고 화장을 한 미녀 마네킹을 비롯해 장비 전시대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녀 마네킹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물은 그대로고 전시대 전면만 통유리로 바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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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장비 전시대에서 미녀 마네킹이 사라졌다. ⓒ 이장연

민방위 장비 전시대에서 미녀 마네킹이 사라졌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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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장비 전시실도 배치를 바꿔 놓았다. ⓒ 이장연

민방위 장비 전시실도 배치를 바꿔 놓았다. ⓒ 이장연

하여간 "오늘 민방위대원 여러분도 통제에 잘 따라주세요"를 반복하는 관계자의 말과 함께, 오전 9시부터 오후1시까지 4시간의 교육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재난대비, 교통사고시 응급처치(심폐소생술) 등등을 초빙강사가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강의를 했는데 슬슬 졸음이 밀려옵니다.

 

가져온 책을 읽거나 비좁고 불편한 의자에 쪼그리고 고개를 숙인 이들이 곳곳에 보였고, 필자도 덩달아 그 대열에 합류해 지루한 강의와 마이크 울림소리를 자장가 삼아 졸았습니다. 그냥 인터넷 동영상으로 봐도 될 내용을 지하 교육장에 200여 명을 한데 모아놓고 열심히 설명하는 강사에게는 미안했지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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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과 사업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마지막까지 틀어댔다. ⓒ 이장연

정부정책과 사업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마지막까지 틀어댔다. ⓒ 이장연
 

그런데 밀려오는 졸음도 민방위 교육장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장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콜록콜록" 거리는 기침소리가 들리면서 너도나도 "교육장이 춥다"고 중얼거리기 내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장 앞뒤에 에어컨 겸용 온풍기가 있었는데, 그 속에서 찬바람을 휭휭 뿜어댔기 때문입니다.

 

2시간째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민방위 관계자에게 교육장이 춥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알아본 관계자가 "밸브를 열어놓지 않았다"고 말해 주더군요. 그래서 민방위 대원들은 민방위 훈련이 아니라 혹한기 훈련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3시간 동안.

 

오죽하면 쉬는 시간에 다들 교육장을 빠져나가 봄볕에 냉장 상태의 몸을 녹일 정도였답니다. 이렇게 최첨단 디지털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형 민방위 교육훈련, 정말 필요한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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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교육확인표를 받자마자 우르르... ⓒ 이장연

민방위 교육확인표를 받자마자 우르르...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3.25 20:2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방위훈련 #민방위 #추위 #혹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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