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된 금강산... 손놓고 있는 정부

북 "관광 재개 안하면 4월 1일 특단 조치"

등록 2010.03.25 20:12수정 2010.03.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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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남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북한의 김광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장은 이날 오전  금강산을 방문한 현대아산 등 남측의 금강산 투자기업 관계자들에게 "내각의 위임에 따라 부동산조사를 실시한다"면서 "이번 조사는 지난 4일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래 아태) 대변인 담화문에서 밝힌 특단의 조치에 따른 실천적 조치"라고 밝혔다. 아태는 지난 4일 "남한 당국이 금강산·개성관광을 계속 막으면 사업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국장은 계속해서 아태위담화문을 낭독한 뒤 부동산 소유자별로 투자계산 기초자료와 관광지구 배치도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15분간 진행된 이 자리에는 북한의 군당국자도 참여했다.

31일까지를 조사기간으로 잡고 있는 북측은 조사 첫날인 이날 정부 소유 건물인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를 둘러봤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산가족면회소는 금강산 관광과 무관한 건물로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요식 금강산 기업협회의 수석부회장에 따르면, "북측은 이번 조사에 대해 관광 중단 장기화에 따른 조사로 재개를 위한 목적도 있다"면서  "4월 1일까지 남측에서 응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특단의 조치'의 주체에 대해서는 "관광총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후 조사일정을 통보했으며, 이와 함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면 다음달 1일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에는 남측인사 30명과 북측인사 22명이 참석했으며, 금강산 관광지구 내 목란관에서 점심을 함께했다고 한다.


북한은 그동안 단계적으로 압박강도를 높여왔다. 지난 4일 아태 대변인 담화에서 '사업계약 파기'를 언급했고, 이어 14일에는 주간지 <통일신보>를 통해 "금강산관광 사업포기 담화는 마지막 경고"라고 했다. 이어 18일에는 다시 아태가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통지문을 보내 "부동산 조사를 실시하고 남측 소유자들이 3월 25일까지 금강산으로 오지 않으면 자산을 몰수하겠다"고 했다. "남측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 4월부터 새 사업자와 관광사업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25일부터 실제로 조사를 시작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완전히 금강산 문을 닫기는 어렵겠지만 재개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겠다고 계속 수위를 높이고 있고, 남측은 신변안전 보장 등 3대 조건이라는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남과 북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6자회담 재개 등의 외부환경 변화가 있어야 반전의 계기가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압박강도 높여온 북... "모멘텀 만들어야 할 정부, 소극적 자세 고수"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에게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면 그 시설물을 보상하기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워 이번 부동산조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북한도 폐쇄 후폭풍을 우려해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 8일 개성에서 열린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북측은 후속 접촉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남측은 이 "북측에서 진전된 입장을 가져 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부했다. 그 뒤 후속접촉 제안 등의 노력은 없었다.

김용현 교수는 "정부는 계속해서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해왔다"면서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북측은 남북관계를 미뤄놓을 것이기 때문에 외부환경이 변할 때 고립상황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 정부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강산 #치킨게임 #현대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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