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위기 처한 민주당의 시민공천배심제

개혁실종 우려... 민주당은 약속 지켜야

등록 2010.03.29 14:04수정 2010.03.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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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굳게 약속해왔던 시민공천배심제가 침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혁신과통합위원회'를 만들어 당내개혁과 야권연대를 도모해왔습니다. 혁신은 시민공천배심제로, 통합은 5+4 야권연대로 상징화되어 왔습니다. 두가지는 서로 맞물리면서 민주당과 다른 야당 및 시민사회세력 상호간에 지방선거 승리라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민주당은 동원경선 폐해를 극복하고 공천개혁을 제도화하기 위한 장치로 '시민공천배심제'를 만들었습니다. 시민배심원과 전문가배심원을 선정하고 심도있는 정책토론과 자질검증을 통해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약속해왔습니다.

 

지난 1월에는 중앙위원회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제도정비를 마쳤습니다. 수도권과 호남의 인구 50만 이상 복합선거구(국회의원 3인 이상 기초단체장)에 적용한다는 기준까지 마련했습니다. 그 기준에 부합하는 부천의 경우, 지난 3월초까지도 수차례에 걸쳐서 시민공천배심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공연히 약속했습니다.

 

축소 변질되어가고 있는 '시민공천배심원제'

 

그러나 적용지역이 대폭 축소되더니, 그나마도 '시민배심제 50% + 당원경선 50%'로 변질되었습니다. 배심제의 도입 취지 자체가 당원경선을 대체하는 것인데 50%를 섞으면, 도입 취지 자체에 반하는 것입니다. 19일의 공식발표에도 곧 수도권을 중심으로 10개 지역 정도에 확대적용하겠다고 예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말을 지난 22일에는 서울 강서구와 인천 남구, 그리고 전남 여수 3곳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기존의 배심제 적용지역마저 '시민배심제 50% + 당원경선 50%'로 공식 변질시켰습니다.

 

공천개혁의 상징이던 배심제라는 옥동자는 제대로 울어보지도 못한채 생사의 기로에 처해있습니다. 지도부는 개혁의 실종, 옥동자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개혁의 실종보다 더 큰 위기는 신뢰의 상실입니다. 배심제의 적용이라는 지도부의 약속을 믿었던 후보들은 일반시민과 전문가 배심원 앞에서의 정책토론과 자질검증에 대비하여, 정책개발에 힘을 쏟고 시민사회단체들을 방문하여 정책아이디어와 애로사항을 논의하였습니다. 그런 후보들은 그간 심혈을 기울였던 정책자료집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배심제에 반대하여 당원경선을 해야한다는 후보는, 단체장 후보 누구나 하는 출판기념회도 없이, 당원들만 만나러 다녔습니다. 알아서 당원명부를 빼내고 향우회와 산악회 등을 통해 애경사를 찾아다니는 것이 누구에게나 당원경선에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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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열렸던 민주당 서울시장후보 선출을 위한 '모의 시민공천배심원경선대회' ⓒ 김종호

지난 2월 6일 열렸던 민주당 서울시장후보 선출을 위한 '모의 시민공천배심원경선대회' ⓒ 김종호

 

물론 내용적으로 배심제가 당원경선보다 개혁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 제도도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약속의 파기와 룰의 변경입니다. 배심제와 당원경선은 손을 쓰는 농구와 발을 쓰는 축구처럼 완전히 다른 경기 룰을 갖고 있습니다. 배심제의 좌초와 당원경선 실시는 시합을 앞두고 갑자기 종목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입시제도로 치면, 논술과 면접으로 뽑겠다고 했다가, 시험을 코 앞에 두고 '내신성적'을 들고 나오는 것처럼, 어떻게 대응해볼 여지가 없는 반칙입니다. 내신성적이 좋은 특정 후보를 위한 부당한 룰의 변경입니다.

 

민주당에서 당원경선 룰을 들고 나오면서 이제 수도권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후보 경선은 원칙도 없고 신의도 저버린 채 막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배심제는 최고위 결정사항이고 중앙당 공심위 권한인데, 경기도당이 후보자 압축까지 하는가 하면, 당원경선 적용방식도 편의에 따라 바뀌는 등 도대체 책임있는 결정단위가 누구인지, 결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어떤 절차로 결정되는지 모든 것이 뿌연 황사처럼 불투명한 채 그저 소문처럼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약속은 지켜질 때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당원을 상대로한 약속을 저버리고 신뢰를 잃는다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누구한테 어떻게 호소해야하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태에서 실종된 공천개혁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간 공공연히 해 온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초심대로 취지를 훼손하지 말고 침몰위기에 처한 100% 시민배심제를 원안대로 실시해야 합니다. 어렵게 낳아놓은 옥동자를 살려내야 합니다.

2010.03.29 14:04 ⓒ 2010 OhmyNews
#민주당 #시민공천배심원제 #부천시 #개혁공천 #6.2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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