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져라! 따뜻한 사람들이 저지른 참한 짓

대구 칠곡 부영 5단지 마을 도서관 '부엉이' 개관

등록 2010.03.29 15:10수정 2010.03.2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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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개설을 위한 준비 관리소 직원과 여성회 회원들이 기증받은 책장에 도색을 하고 있다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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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개관식 풍경 개관식 장식(?)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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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현판 향기가 있는 열린공간 부엉이 도서관 현판 ⓒ 정학윤


지난 26일 오후 8시 대구 칠곡 부영 5단지 관리동 지하에서 '향기가 있는 열린 공간 부엉이(이하 부엉이)'라는 긴 이름의 마을 도서관 개관식이 있었다. 5단지 입주자대표회의의 적극적인 지원과 5단지 여성회가 주관이 되어 운영하게 될 이 도서관은 문화센터를 겸하고 있다.


'부엉이'를 꾸리는 재원은 아파트 내에서 나오는 재활용품 판매수익금 전액을 바탕으로 마련되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아파트 관리상에서 나오는 재활용품 판매 수입금을 두고 아파트 자생단체(주로 '부녀회')와 입주자대표회의 간에 관할 싸움이 벌어지고 때로는 법정싸움으로 비화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가 많았다.

5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재무이사를 맡고 있는 신종석(46) 씨에 따르면 "위와 같은 폐해를 온전히 극복하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활용품 판매수익금 전액을 지원하자는 동대표 결의를 통하여 도서관 및 문화센터 개관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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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판 1 여성회에서 직접 만든 알림판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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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판 2 여성회에서 직접 만든 알림판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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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개관식 식전 모습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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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내 아직 도서가 완비되지 않았다.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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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내 도서관 알림판 ⓒ 정학윤


그런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입주자대표회의의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감당할 조직체가 존재해야 하는데, 부엉이 개관을 위하여 쏟은 5단지 여성회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5단지 여성회의 특색은 임원 전체가 30대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임원 전체가 초등학생 이하 자녀들을 돌보아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부엉이 개설 결정 후 도서목록을 결정하고, 문고 개설에 따른 행정절차를 밟는가 하면 적은 돈이라도 아끼기 위하여 직접 도색을 하고 물품을 만드는 등 동분서주했다. 도서관 이름은 주민공모를 통하여 결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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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한 마리? 부영5단지 여성회 회장 박정현(37)씨. 그니는 매우 소탈하다. 여성회 최초 모임 때 아이 손을 잡고 함께 내려왔었다. 본인의 말을 빌면 "얼떨결에 회장이 되었다"고. ⓒ 정학윤


5단지 여성회 회장 박정현(37)씨에 따르면,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아파트 생활에서 도서관의 주 이용객이 될 아이들을 매개로 하여 어른들의 친교가 이루어지고, 아울러 어른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게 될 문화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이들끼리의 친교도 가능할 것"이라고 하면서 "부엉이가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 구실을 할 것"이라 기대감을 내보였다.


수석부회장 정근희(37)씨는 "이 같은 마을 도서관이 법제화 된다고 하지만 그 지원책은 너무나 미미하더라. 조금만 지원이 된다면 좋겠다" 며 아쉬워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나가는 말로 "그나저나 후원회 가입 좀 하이소. 책 한 권이라도 더 구비하고 싶은데"라며 겸연쩍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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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식 모습 따뜻한 풍경이다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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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한 아이들 개관식을 하고 있는데도 벌써 독서에 열중이다 ⓒ 정학윤


'부엉이' 운영은 '여성회'가 주관하되, 전적으로 주민들의 자원봉사체제로 꾸리게 된다. 도서 기증 및  문화센터 강사도 주민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문화센터 강좌는 '도자기' 'POP' '한자교실' '공예교실' 등으로 출발하게 된다. 주변의 뜻 있는 분들은 문화센터 강사를 자임하기도 했다. 1차 도서 구입 목표는 1,500권이고, 1000권 이상 도서를 보유할 경우에 행정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으로부터 1,000권의 도서를 장기대여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한단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최근 독서량은 월 평균 0.8권이라고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인터넷에 몰입하면서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파트의 패쇄적이고 건조한 생활은 '우리 동네'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삼켜 버렸다.

이런 세태와 생활에서 '책 읽는 아이들, 함께 하는 이웃'을 되살리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작아 보이지만 마침내 큰 울림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참 따뜻한 사람들이 참으로 참한 일을 저질렀다. 보기에 좋다. 
#마을도서관 #부엉이도서관 #부영5단지입주자대표회의 #부영5단지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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