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은 이 땅의 역사와 이야기마저 앗아간다"

[4대강 현장르포9] 대구대교구 사제들과 낙동강 현장을 가다

등록 2010.04.01 16:29수정 2010.04.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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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재에서 내려다본 도동의 아름다운 모습과 오니로 농지가 매립되는 도동의 전혀 다른 두 모습이다. 그러나 왼쪽의 풍경도 곧 처참하게 바뀐다. ⓒ 정수근

다람재에서 내려다본 도동의 아름다운 모습과 오니로 농지가 매립되는 도동의 전혀 다른 두 모습이다. 그러나 왼쪽의 풍경도 곧 처참하게 바뀐다. ⓒ 정수근

 

지난 주말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들과의 낙동강 공사현장 답사는 여러 가지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낙동강 22공구' 달성보 현장 소장을 만나, 비록 일방적 홍보였긴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와 시공사측 입장을 잘 들어 볼 수 있었고, 현재의 공사 진행사항 등도 생생히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가한 일행들은 그 홍보용 영상과 현장 소장의 설명만으로도 '4대강 사업'의 가공할 만한 규모와 속도에 놀라기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영상과 설명을 다 보고 듣고 난 이후 함께 돌아본 현장은 그 영상과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런 상황들은 동행한 사제들이나 순례 참여자들이 눈 앞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주교 내에서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대구대교구 소속 신부들이 이런 사회적 행동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 사업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할 하나의 기준이 된 것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여간 이런 것들을 생각해볼 때 그날의 과정은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4월 10일로 예정된 대구대교구 신부들과 함께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할 준비를 하러 낙동강을 좀더 다녀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도동서원에서 만났던 한 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 또한 이 사업에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도동서원과 낙동강의 얽힌 설화와 굽이굽이 전해져오는 이야기들도 몽땅 쓸어가 버리는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현장 소식도 전해봅니다.   -   기자 주   

 

서원건축의 백미를 자랑하는, 대구 도동서원을 가다

 

'낙동강 순례' 일행은 달성보 현장사무소를 나와서 4월 10일로 계획된 대구 사제들이 중심이 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할 장소를 물색한 뒤 낙동강의 공사현장을 좀더 목격할 목적으로 계속해서 낙동강을 따라 아래로 달렸다. 일행은 서원건축의 백미를 자랑하는 도동서원이 있는 도동으로까지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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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한가운데 오니의 거무퉤퉤한 무덤들이 저렇게 생겨 있다. ⓒ 정수근

강 한가운데 오니의 거무퉤퉤한 무덤들이 저렇게 생겨 있다. ⓒ 정수근
도동서원으로 가는 내내 계속해서 만나는 낙동강은 거대한 공사장이었고, 군데 군데 오니토들이 거무퉤퉤한 색깔을 한 채 강변에 혹은 강 안쪽에 드리워 있었다. 강변 숲과 모래사장과 농지들은 매립되고 있었고, 크고 작은 공사들이 한창이었다. 이런 현장을 보면서 일행은 현장사무소에서 보고 들었던 영상이나 설명이 얼마나 현실과는 다른가를 잘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사업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게 된 것일 터이다.

 

일행은 계속해서 달려서 도동서원이 있는 도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다람재'에 다다랐다.  다람재에서 바라본 도동과 그 앞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은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도동,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뜻의 그 道東의 의미가 어렴풋이 잡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도'가 아름다움을 찾아 온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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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서원을 가면 앞의 김굉필나무가 먼저 보이고, 그 뒤에 작고 아담한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조선 서원건축의 백미를 보여주는 도동서원이 자리 잡고 있다 ⓒ 정수근

도동서원을 가면 앞의 김굉필나무가 먼저 보이고, 그 뒤에 작고 아담한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조선 서원건축의 백미를 보여주는 도동서원이 자리 잡고 있다 ⓒ 정수근

 

그리고 그 도동의 한가운데 들어앉은, 서원건축의 백미를 자랑하는 도동서원은 작고 아담한  절제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일단 서원의 앞에 심겨진 한그루의 은행나무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풍기고 그 나무 뒤로 도동서원이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그런데 이런 도동서원이 격조 있게 들어앉아 있고, 그 앞을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이 아름다운 도동의 모습도 곧 바뀌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짐작하듯 '4대강 사업' 때문으로 이곳의 하천부지 밭들과 강변 숲과 풍부한 모래밭 모두를 건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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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서원 환주문 도동서원의 정문격인 수월루를 지나 '강당'에 오르려면 이 환주문을 지나야 한다. 환주문은 "이 문을 들어서면 자신이 주인이 된다"는 뜻으로 그만큼 자신을 겸손히 하면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라는 뜻이라고 하고, 이 문 곳곳에는 그러한 장치들이 숨어있다. ⓒ 정수근

▲ 도동서원 환주문 도동서원의 정문격인 수월루를 지나 '강당'에 오르려면 이 환주문을 지나야 한다. 환주문은 "이 문을 들어서면 자신이 주인이 된다"는 뜻으로 그만큼 자신을 겸손히 하면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라는 뜻이라고 하고, 이 문 곳곳에는 그러한 장치들이 숨어있다. ⓒ 정수근

 

선조들이 이곳에 서원을 지었던 것은 이 모든 풍경과 어우러진 풍수로 이곳 도동을 택했을 터이고, 이런 도동은 수억년의 역사를 거쳐 형성이 된 것일진대 '4대강 사업'은 그 역사를 거스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 땅의 역사와 이곳에 얽힌 이야기마저 앗아간다고 하니 참으로 통탄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 땅의 역사와 이야기들마저 앗아가는 '4대강 사업'

 

도동서원에서 만난, 매주 토요일마다 나와서 관람객들에게 도동서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그는 "낙동강이 개발되면 이곳에 존재해오던 모든 이야기들이 사라질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들려준 이야기가 도동서원 앞 낙동강 안에 자리 잡은 작은 산인 잠산과 칼바위에 얽힌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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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서원과 잠산 도동서원의 앞은 이렇게 낙동강이 흐르고, 강에는 칼바위 설화로 유명한 저 잠산이 자리잡고 있다. 저 잠산의 오른쪽 부분에 움푹 깎인 것이 도동서원 뒷산의 칼바위가 내려쳐서 저런 모양이 되었다고 칼바위 설화는 전한다고 한다. ⓒ 정수근

▲ 도동서원과 잠산 도동서원의 앞은 이렇게 낙동강이 흐르고, 강에는 칼바위 설화로 유명한 저 잠산이 자리잡고 있다. 저 잠산의 오른쪽 부분에 움푹 깎인 것이 도동서원 뒷산의 칼바위가 내려쳐서 저런 모양이 되었다고 칼바위 설화는 전한다고 한다. ⓒ 정수근

 

"앞에 보이는 잠산의 앞부분이 날아간 것이 서원 뒤에 있는 칼바위가 내리쳐서 생긴 모양"이라고 하면서 이 잠산과 칼바위에 얽힌 설화를 재미나게 들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단호히 이야기했다.

 

"이제 낙동강 공사가 본격화되면 이 잠산도 잠길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이 칼바위 설화도 함께 묻히고, 이 물길을 따라 전해져오는 굽이굽이 이야기들도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하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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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원래 미술가라는 그 해설사는 도동서원을 와보고 도동서원과 이곳 도동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서 자주 이곳을 찾았고, 그런 인연으로 현재는 매주 이곳에서 와서 해설사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의 설명을 바탕으로 다시 돌아본 도동서원은 정말 아름다움을 넘어 서원 자체가 예술에 가까워 보였다. 그는 도동서원과 그 앞을 흐르는 낙동강에 얽힌 이야기들이 사라지는 현실을 너무 안타까워 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4대강 주변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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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2리에서 본, 하천부지 밭들이 오니로 매립되는 현장이고, 그 높이가 저 전봇대 높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 정수근

도동2리에서 본, 하천부지 밭들이 오니로 매립되는 현장이고, 그 높이가 저 전봇대 높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 정수근

 

그렇다. 이렇듯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도 '4대강 사업'은 바꾸어 놓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움을 넘어 '뿔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미 공사가 시작된 아랫마을의 강변 하천부지 농지가 매립되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을 본 일행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2010.04.01 16:29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4대강사업 #낙동강 #도동서원 #사제 #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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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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