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9시 15분설 보고받은 바 없어"

정부 관계자 "여러 정황 감안할 때 9시 22분이 제일 정확"

등록 2010.04.04 19:43수정 2010.04.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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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천안함 침몰관련 상황일지. 이 일지에 따르면 최초 상황 발생 시간은 26일 밤 9시 15분으로 되어 있다. ⓒ iMBC


천안함 사고의 발생 시각이 지난달 26일 오후 9시 15분이었다는 MBC 보도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방부는 "당일 9시 19분경 천안함과 해군 2함대사령부간에 통상적·일상적인 교신이 있었다"(박정이 민군합동조사단장)고 의혹을 일축했고, 청와대도 국방부 발표와 같은 '9시 22분' 설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군이 그동안 천안함 침몰사고의 발생시점을 수차례 정정한 터라 논란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4일 익명의 정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국방부 보고가 청와대에 처음 올라온 것은 지난달 26일 오후 9시45~50분경.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9시 50분경 "우리 배 천안함이 NLL(북방한계선) 근처에서 침수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올렸고, 10시경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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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해군 초계함 침몰과 관련해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 청와대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고발생 시각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청와대는 "3월 26일 밤 9시 15분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지금까지 올라오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오후 9시 15분에 사고가 처음 발생한 징후가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도 그와 같은 보고가 올라올 리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논리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천안함에 9시 15분경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해군과 해경에 보고됐다"는 언론보도들에 대해 '급박한 상황에서 나온 실수'라고 해명했다. <오마이뉴스>도 해양경찰청 관계자로부터 "관련기관(군)으로부터 사고시각을 밤 9시 15분으로 통보받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3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천안함 침몰관련 상황일지. 방공 33진지에서 폭음을 들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 iMBC


정부 관계자는 "밤 9시 16분 백령도 방공진지에서 폭음을 감지했다는 보고가 상황일지에 적혀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이유를 상황병의 실수로 몰았다.


오후 9시 45분에 보고를 받은 상황병이 폭음 청취 시간을 10시 16분으로 적었다가 상부에서 '10시 16분 상황을 어떻게 9시 45분에 보고받을 수 있냐'고 지적하자 '10시 16분이 아니라 9시 16분인 것 같다'고 답변하는 바람에 그와 같은 정정이 이뤄졌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지를 쓰는 사람들에게 사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상황 초기 병사들이 받아적는 과정에서 정밀하지 못한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경 측 보고서에 대해서도 "해경은 해경대로 경위를 설명할 것"이라며 "최초 상황 시점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오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실제로 배가 갈라지기 시작한 시간은 TOD 촬영, 지진파 검사 등 여러 가지 정황을 감안할 때 9시 22분 직후가 제일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2함대사령부가 해군작전사령부에 '9시 15분'으로 보고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못하고 "합동조사단이 오늘내일 중에 종합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4일 첫 브리핑에 나선 박정이 민군 합동조사단장(육군 중장)은 "추가적인 검증과 조사 후 추후에 정확한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당일 9시 19분경 천안함과 2함대사령부 사이에 통상적·일상적인 교신기록이 남은 것으로 보아 9시 15분설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합조단의 입장이다.

청와대도 '9시 15분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9시 15분설을 인정할 경우 정부가 초기 단계부터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지필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MBC 보도에 대해 "언론보도에 나온 보고서 내용들이 객관적인 팩트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며 "청와대에도 언론보도와 같이 사고시각을 밤 9시 15분이라고 명시된 보고서가 군에서 올라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천안함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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