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3년 전 한-일 문화교류의 흔적

[일본 간사이 지역을 찾아서 49] 백제인의 향수가 숨 쉬는 백제사

등록 2010.04.06 10:33수정 2010.04.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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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존에 모셔진 십일면관세음보살상, 이곳에서는 식목관음(植木觀音)이라고 합니다. 삼나무의 아랫부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 박현국


시가켄에는 비와코라고 하는 큰 호수가 있습니다. 이 호수 주변에는 논이 펼쳐져 있고 이 논이 끝나는 지점에 산이 있습니다. 이 비와코 동쪽 산기슭에 백제사가 있습니다. 백제사라고 하는 한자의 음독명은 한글이 만들어진 다음 지어진 것이고, 원래 이 절은 처음 지을 때부터 햐쿠사이지였다고 합니다.

일찍이 고구려 스님 혜자가 당시 일본의 성덕태자의 스승이 되어 둘이 비와코 부근을 여행하다가 밤에 산 속에서 이상한 빛이 발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여겨 다음날 찾아가 보았답니다. 산 속에 있는 거대한 삼나무가 빛을 발하는데 주위에서 원숭이들이 나무 열매를 바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이 상서로운 곳이라 하여 절을 짓고, 이상한 빛을 발하는 삼나무로 십일면관세음보살상을 만들어 하나는 백제의 용운사에 안치하고 한 기는 백제사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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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견원서원(喜見院書院)과 본존 사이에 있는 인왕문입니다. 안에는 한국 사천왕상과 비슷한 나무 조각상이 양 옆으로 두 기가 있습니다. ⓒ 박현국


이 절을 처음 지은 때는 서기 606년 10월 21일로 비와코가 있는 오우미(近江), 지금의 시가켄에서 가장 먼저 지은 절입니다. 당시 삼나무로 만들었던 십일면 관세음보살상은 지금도 같은 모습으로 본존에 모셔져 있는데 지금은 식목관음이라고 합니다. 삼나무 한 그루로 관음보살 두 기를 만들어 하나는 백제 용운사에, 하나는 당시 일본 백제사에 안치한 것은 1500여 년 전 있었던 한일 교류의 상징이자 징표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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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사 종루입니다. 한국 절에서는 스님이 정해진 시간에 종을 치지만 일본 절에서는 누구나 불전함에 돈을 넣으면 종을 칠 수 있습니다. 한국 종은 땅바닥에 가깝게 놓여 있지만 일본 종은 한국 종과 비교하면 하늘에 가깝습니다. ⓒ 박현국


절 이름을 백제사라고 한 것은 당시 이곳에 옮겨와 살던 백제인을 위해서 그 당시 백제에 있던 용운사를 본떠서 그대로 지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백제사는 처음 지어진 뒤 많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화재로 소실되거나 정치적으로 배척을 당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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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견원서원(喜見院書院) 안쪽에 있는 연못 정원입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아 연못을 만들고 물속에는 잉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 박현국


백제사는 산 아래쪽에 희견원서원(喜見院書院)이 있고 산길을 따라서 300여 미터를 오르면 나무로 만든 십일면관세음보살입상을 모신 본존이 있습니다. 희견원서원은 부처를 보신 법당과 스님이 사는 요사체가 있는데 이 두 건물 사이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아 만든 정원이 있습니다. 산 중턱에 있는 본존은 다른 절보다 자유롭게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열려져 있습니다. 본존 오른쪽에는 종류가 있고 왼편 산 속에는 5층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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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사 곳곳에 심어진 삼지닥나무입니다. 4월 초 잎보다 먼저 연노랑꽃이 피었습니다. ⓒ 박현국


시가켄에 있는 백제사의 위도는 북위 35.1도인데 이곳에서 똑바로 서쪽으로 880 킬로미터를 가면 백제 땅 광주와 맞닿는다고 합니다. 희견원서원에서 본존에 오르는 양 옆 숲에는 동백꽃과 삼지닥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4월 무렵 방문하면 동백꽃의 빨간 입술을 볼 수 있고 삼지닥나무의 노란 꽃이 내는 꽃 내음을 맡을 수 있습니다.

- 가는 법
오사카나 교토에서 JR 동해도본선 비와코(琵琶湖)행을 타고 오우미하치망(近江八幡)역에서 내려 다시 그곳에서 출발하는 오우미(近江) 철도를 타고 요카이치(八日市)역에서 내려 백제사행 버스를 타고 갑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백제사 #햐쿠사이지 #식목관음 #시가켄 #용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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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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