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에 묻혀 MBC가 침몰하고 있다"

[인터뷰] 파업 사흘째 맞은 이근행 MBC 노동조합 위원장

등록 2010.04.07 15:25수정 2010.04.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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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민주의 터'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더 이상의 인내, 파업으로 회사가 입게 될 상처를 고려할 수 없게 됐다"며 "김재철 사장은 국민과의 약속,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유성호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민주의 터'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더 이상의 인내, 파업으로 회사가 입게 될 상처를 고려할 수 없게 됐다"며 "김재철 사장은 국민과의 약속,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유성호
"이명박 정권에 의해 의도된 덫이라 해도 피할 길이 없다. 천안함 이슈에 묻혀 MBC가 침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은 황희만을 전격적으로 부사장에 앉히며 지금이 '적기'라고 했다. MBC 무력화의 적기,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나?"

 

무척 핼쑥해졌다. 잘 웃는 편인데, 웃어도 웃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조인트 폭행 파문'이 빚어졌는데 왜 파업을 안 하느냐고 촛불세력에게 비판도 받았다. 그래도 별말 없었다. 그냥 '일'을 했다.

 

그러나 5일 나섰다. 전날 김재철 사장이 노조와의 약속을 깨고 황희만 특임이사를 전격 부사장에 승진시킨 게 화근이었다. 5일 오전 6시부터 MBC 노동조합은 전격 파업을 결행했다. 벌써 사흘이 흘렀다.

 

이근행(45)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본부장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민주의 터'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더 이상 인내하고, 파업으로 회사가 입게 될 상처를 고려할 수 없게 됐다"며 "김재철 사장은 국민과의 약속,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재철 사장이 조인트 폭행 파문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2주째 방치하다 결국 김 전 이사장이 미국으로 출국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황희만 특임이사를 느닷없이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는 게다.

 

이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이 MBC에 안착하고 실질적으로 조직을 장악하게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며 "MBC가 정권에 장악되는 마지막 전선에 서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뉴라이트는 끊임없이 MBC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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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 유성호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 유성호

또한 이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정권의 전리품이 된 방문진의 제도개혁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이번 MBC 파업에는 출구가 없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그는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방문진 뉴라이트 세력은 끊임없이 MBC를 흔들었다"며 "황희만 보도-윤혁 제작본부장 체제는 청와대가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동의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또 "KBS와 MBC, SBS, YTN 등 방송들이 권력과 자본의 독립이라는 공동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언론노조 차원의 연대파업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특히 김재철 사장에 대해 "MBC 창립 이래 최단기간에 '바람 난 사장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며 "비서실조차 그의 동선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MBC 사장 이후 사천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공영방송 MBC를 활용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다음은 이근행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MBC가 결국 파업을 결행했다. 내부 상황은 어떤가.

"조합원 모두 언론노동자로서의 의식이 살아 있다. 사실 파업 첫날에는 모든 어려움을 조합 집행부가 다 껴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틀째 되던 날 조합원들을 만나보니 이들이 바로 이 싸움을 이끌어가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그런 판단을 대행해 파업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하게 되니 아주 기분이 좋았다."

 

- '조인트 폭행 파문' 당시 파업을 결행하지 않아 비판이 많았다.

"MBC가 처한 위기를 꼭 파업으로 풀어야 하느냐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했다. 3월 4일 황희만 보도본부장 인사를 철회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김재철 사장이 받아들여 우리는 그의 실체를 인정했다. 싸움이 제2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다.

 

낙하산 논리만 갖고 싸우지 말고 실체를 갖고 싸우는 것으로 정리한 셈이다. 그러나 빠른 시간 안에 김재철 사장의 실체가 드러났다. 결정타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폭탄발언이다. 이로써 청와대 개입 사실이 드러났다. 급기야 지난 2일엔 낙하산 황희만을 전격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부사장은 MBC 내부를 총괄하는 위치다.

 

김우룡 전 이사장의 고소고발도 기자회견까지 열어 국민들과 약속해놓고 결국 질질 끌다 그가 미국으로 도망가도록 방치했다. 국회 청문회, 국정조사는 깔아뭉갠 채.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김재철은 MBC에 안착하고 실질적으로 조직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그는 정권의 요구에 충실한 자기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고. 더 이상의 인내하면서, 파업으로 회사가 입게 될 고려, 도저히 할 수 없게 됐다. MBC와 노동조합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결국 MBC가 김재철과 정권에 장악되는 마지막 전선에 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천안함 이슈에 묻혀 MBC가 침몰되는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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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 유성호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 유성호

- 지금이 파업의 적기인가. 

"가만히 보면 이명박 정부가 우리에게 파업을 유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은 천안함 침몰 등 빅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MBC 노조의 파업을 얼마나 관심있게 지켜볼까였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안 싸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설령 이번 파업이 '의도된 덫'이라 해도 피할 길이 없다.

 

천안함 이슈에 묻혀 MB정권에 의해 MBC가 침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황희만을 전격 부사장에 앉히면서 '지금이 적기'라고 했다. MBC 무력화의 적기, 크게 놓고 보면 MBC 상황만큼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 

 

- 정권의 살의가 느껴진다고 말한 바 있다.

"MBC는 국민들로부터 공영방송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역할을 위임받은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선 안 되는 일이다. MBC가 공영방송을 하는 데 있어서 상처를 주거나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참고 참았다. 김재철 사장은 정권과 함께 MBC를 엄청난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거침없이 도발하고 있다. 준비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괴멸하려는 계산이 작동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살의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 파업 이후 김재철 사장이 MBC 본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최단기간에 '바람 난 사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루에 서너 시간씩은 추적이 안 된다. 공영방송 사장은 시스템으로 보좌를 받는데 어딜 다니는지 체크가 안 된다. 비서실이 그의 동선을 모른다. 물론 사장의 행보를 감출 때도 있겠지만 최소한 회사를 위한 일로 다닌다면 정책기획 라인이 알아야 하는데, 베일에 가려져 있다."

 

- 사천 출마설도 거론되던데.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내 '5도2촌'이라는 말이 있다. 김 사장이 5일은 서울, 2일은 사천에 머문다는 말이다. MBC 사장 이후 국회의원이든 지방선거든 준비한다고 들었다. 결국 김 사장은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공영방송 MBC를 활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 노동조합이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제작본부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방문진 김우룡 체제는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뉴라이트 라인업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엄기영 사장의 축출을 위해 노력했다. MBC를 흔들었다. 결국 엄 사장의 인사권을 무력화하면서 그가 나가도록 했다. 두 사람을 보도와 제작에 앉히려는 것은 MBC의 보도와 프로그램에 직접 정권이 손을 대겠다는 신호다.

 

황희만과 윤혁은 정권이 임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을 우리가 동의할 수 있겠나. 김 사장은 이 같은 노조의 뜻을 받아들여 보직해임하더니 천안함 침몰 사건을 틈타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건 합의 파기이며 노조에 대한 무시다. 정권이 애시당초 요구했던 구도대로 MBC를 통제하려고 하는 거다. 그래서 우린 이번 인사를 이렇게 부른다. 청와대의 MBC 직할통치를 위한 김재철-황희만 투톱체제라고."

 

- 부사장에 새로 임명된 황희만씨는 어떤 사람인가.

"친한나라당 인사다. 보수 성향이고. 지난번 조영택 의원이 말한 바에 따르면 청와대를 출입하는 목사의 추천, 그러니까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임명된 사람이다. 윤혁씨는 스스로 MBC가 좌빨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외부 뉴라이트와 하등 다를 바 없는 MBC 내 선임자노조 출신이다. 이런 사람들을 시켜서 MBC를 손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인정할 수 있겠나."  

 

"정해진 출구는 없다... 우리가 만드는 길이 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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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 유성호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 유성호

- 노동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항상 그랬다. 언론사가 생존권이 아니라 정치독립을 위해 싸울 때는 불법 운운했다. 나중에 민형사상 처벌을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 노조탄압의 순서다. MBC 파업에 대한 관계기관대책회의가 가동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가?"

 

-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만일 김재철 사장이 기자회견 당일 김우룡씨를 형사고소했다면 도피를 못했을 것이다.  출국금지에 걸렸을 테니까. 김 사장이 김우룡씨의 도주를 도와준 격이다. 김우룡씨는 청문회와 국정조사에 대비해 나간 거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도피사건과 같다. 이 정권은 늘 이런 식이다. 치부 드러나면 꼬리 자르고, 덮고, 핵심 당사자는 빼돌리고."

 

- 김 전 이사장이 돌아오겠나.

"상황이 불리해지면 안 돌아온다고 본다. 그렇지만 김우룡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행위 자체는 현정권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김우룡씨가 지적한 곳이 '큰집'이니까. 결국 그 문제를 시인하는 꼴이 되는 거다."

 

- 언론노조가 동조파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SBS는 사영방송의 폐해가 있다. 지상파 방송인데 사주의 이익에 봉사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SBS 노조 창립 이래 가장 노동조합의 투쟁이 돋보이는 국면 같다. 뭔가 성과를 이루지 않겠나 기대한다.

 

KBS 새 노조는 어려움 속에서도 체제를 정비하고 나가고 있다. YTN도 큰 싸움 끝에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모두 방송의 독립이 문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의제가 깔려 있다. 이것은 공동의 위기국면이다. 따라서 공동파업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 출구전략은.

"출구가 없는 싸움이다. 우리가 출구를 만드는 싸움이다. 그 이유는 생사를 건 싸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죽어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의 거름이 되는 것도 출구다. 단계적으로 투쟁의 수위를 높여갈 생각이다. 이번 주는 권력으로부터 MBC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 점을 알릴 것이고, 국민들이 MBC 문제에 주목하게 되면 좀 더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일 것이다. MBC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고 정권의 MBC 장악음모를 밝히고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다. 또 제도적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이번 파업으로 해고되면 복직 없다? 

 

- 방문진 제도개혁도 포함되나.

"MBC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방문진 체제와 직결돼 있다. 지금처럼 정권의 전리품화 되는 방문진은 존재 의미가 없다. 그들은 정권의 MBC 장악을 위한 전위대로 나섰다. 김우룡은 이미 사퇴했지만 여권 뉴라이트 이사들이 여전히 포진돼 있다. 인적 청산이 필요하고 방문진 제도개혁이 불가피하다. 방문진이 정권으로부터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이 돼서 사장을 선임된다면 우리는 아무런 투쟁을 안 할 것이다."

 

- 정치권과 연대도 할 생각인가.

"민주당이 MBC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렸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동안 수많은 이슈들에 대해서 정치적 솔루션을 제공한 적이 있나? 민주당은 수적 열세, 한나라당은 끄떡도 안 한다 뭐 이 논리인데, 야당에 뭘 기대하기 어렵다. 용산참사, 4대강, 미디어법 등 이슈는 많았지만 정치적으로 해결된 게 없다. 무기력증이랄까. 정치가 실종됐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우리가 열심히 싸우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싶다."

 

-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고, 이번 파업으로 해고되면 복직은 없다고 했다.

"MBC는 항상 파업 때마다 무노동 무임금이었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해고 운운하는데, 참 후안무치한 짓이다. 나가야 할 사람이 누구에게 해고 운운하나. 누군가를 신상필벌하려면 스스로 도덕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 김재철이 도덕적 우위에 있나?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데. 중간간부들도 김 사장을 비웃는다. 사내 김재철을 신임하는 사람이 없다."

2010.04.07 15:25 ⓒ 2010 OhmyNews
#이근행 MBC노동조합 위원장 #김재철 #김우룡 #MBC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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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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