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인물들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닥종이 입체화 작가 이경숙, 인형작가 신성옥 작품 전시회에서 만난 작품들

등록 2010.04.10 19:25수정 2010.04.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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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입체화 작품 '풍년축제' ⓒ 이승철


전시실에 들어서자 놀라운 풍경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닥종이로 만든 '한지 입체화'작품들과 한지로 만든 '닥종이 인형'들이었다. 전시장의 한쪽은 입체화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반대쪽엔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건 물감으로 그린 것이 아니고 종이로 만들었잖아요, 참 놀랍네요. 어떻게 만들었는지, 입체감이 있어서 그런지 그림보다 훨씬 더 실감이 나는 걸요"


전원풍경 한지 입체화를 둘러보던 아주머니들 두 사람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이 말타기 놀이를 하는 그림과 전통혼례식을 형상화한 그림은 정말 놀랄만한 수준이었다.

그림 속의 인물이 그림 밖으로 뛰어 나올 것 같은 실감나는 입체화

그림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왔다. 그가 바로 작품을 만든 주인공인 '한지입체와 전문작가' 이경숙씨였다. 그에게 그림 한 편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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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기 놀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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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식 풍경 ⓒ 이승철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한지로 모형을 만들어 배치하고 그 위에 색칠을 해야 하는 작업이어서 일반 그림보다 훨씬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일곱 명의 우리 전통 사물놀이패들이 신명나게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풍년축제"는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작품을 들여다보던 아주머니들은 그림 속의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떤다.


"해질 무렵 한 농부가 논일을 마치고 터덜터덜 검정고무신을 끌며 어깨 위에 삽자루 올려 메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여치 한 마리가 날아와 농부의 삽자루에 앉았습니다. "허! 이놈 봐라!" 농부는 여치가 날아가지 않도록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여치도 농부의 삽자루에서 여유롭게 노래를 부르며 농부와 함께 집에 도착했습니다. 좋은 길동무가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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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앞에선 작가 이경숙씨 ⓒ 이승철


그림 여름풍경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림을 살펴보면서 작가의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모형 하나나가 매우 섬세할 뿐만 아니라 채색도 매우 정교했기 때문이다. 맨 뒤쪽에 전시되어 있는 전통 혼례식 그림은 대형작품이었다. 그림이 클 뿐만 아니라 그림 속의 인물들도 그 숫자가 많고 갖가지 표정과 동작들이 표현되어 있어서 만드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작품으로 보인다.

혼례식을 올리는 그림이며, 신부가 가마타고 가는 모습, 신랑이 말을 타고 가는 모습과 잔치를 준비하는 모습들까지 그야말로 전통 혼례식 잔치가 직접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실감나는 그림이었다.

맞은편에는 닥종이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역시 한지인 닥종이를 빚어 만든 작품들이었다. 인형들도 섬세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림과 달리 인형들은 다양한 주제와 모습으로 공간과 공간을 메우고, 조화롭게 배치되어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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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종이 인형 작품 '엿장수'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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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날 ⓒ 이승철


전통 엿장수는 엿판과 가위로 옛 정취를 풍겨주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신랑신부는 옛 결혼식 풍속을 보여주었고, 손수레에 이삿짐을 잔뜩 싣고 어머니는 앞에서 끌고 꼬마 아들은 뒤에는 밀고 가는 모습에서는 가난했던 옛 시절의 한 단면을 가슴 뭉클하게 떠올리게도 했다.

우리전통의 멋스러움에 푹 빠져들게 하는 닥종이 인형들

항아리들과 함께 옛날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재현한 '그리움'을 보고 있노라면 백여 년 전으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또 각종 스포츠 경기 선수들의 모습을 구현한 작품들은 하나하나 힘찬 역동성을 드러내고 있어서 손에 불끈 힘이 가기도 했다.

절구질을 하는 아낙네의 모습이며 약탕기에 한약을 달이는 모습도 정겹기는 마찬가지, 모형들의 정교한 모습이며 작품 전체에서 풍겨주는 예스러운 풍경과 입체적인 사실감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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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이 사는 풍경 '그리움'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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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질 ⓒ 이승철


"한국무용의 원초적 형태는 축제의 흥이 어깨에서 구체화되어 리드미컬하게 온몸으로 퍼져 멋으로 승화된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그러나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이러한 한국궁중무용의 특성은 변형되었다. 고려, 조선시대의 윤리와 사상의 근저를 이루었던 불교와 유교의 가르침은 자연스럽게 발로되는 감각적인 육체의 미를 부정하였고, 그 때문에 육체의 노출은 금기되어 왔다. 그러나 일반 민속무용은 한국무용 고유의 원형을 살리고 중국의 무용을 흡수 소화하여 경쾌하고 우아하며 변화가 거침없는 무용으로 발전하였다."

한국무용을 주제로 만든 인형들에게서 받는 우리전통 무용에 대해 일깨워주는 말이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져 조화롭고 예스럽게 배치되어 있는 닥종이 인형들이 연출하는 우리문화와 전통에 대한 멋스러움이 어깨 들썩 흥겨움으로 빠져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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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작품 앞에선 닥종이 인형작가 신성옥씨 ⓒ 이승철


한지 닥종이를 소재로 만든 '한지 입체화'와 '닥종이 인형' 전시회는 서울 강북구에 있는 '북서울 꿈의 숲' 아트센터 드림갤러리에서 4월 18일까지 열린다.
#닥종이 인형 #한지 입체화 #이경숙 #신성옥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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