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동경한, 그 친구가 그립다

실종자 강준 중사 친구, 인양 앞두고 미니홈피에 글 남겨

등록 2010.04.15 11:06수정 2010.04.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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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초계함 천안함 인양이 15일 오전부터 본격 시작된 가운데, 실종자 중 한 명인 강준(30) 중사(4월1일 진급)가 결혼을 한달 앞두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강 중사는 4월1일 중사 진급을 앞두고 출항 전 중사 계급장까지 준비해 간 것으로 알려져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강중사는 천안함의 3월 26일 갑작스런 사고로 진급신고일이었던 4월 1일 실종상태에서 중사로 진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고흥 출신으로 3남1녀의 막내로 태어난 강 중사는 순천공업고등학교(화공과) 졸업 후 1년정도 취업전선에 뛰어든 후 해군부사관으로 자원 입대했다. 강 중사는 교교시절에는 전교학생회 임원을 지내는등 리더십을 발휘했다. 바다생활을 동경한 그는 오랫동안 운동(태권도 유단자)을 하여 자연스럽게 해군에 자원 입대하게 되었다. 입대 후 해군군수사령부를 거쳐 2~3년 전 천안함에 부임했으며, 천안함에서는 주로 군수보급임무를 담당해왔다.

 

강 중사는 오는 5월 9일 결혼할 예정이어서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예비신부도 해군출신이어서 모든 생활이 해군과 깊은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친한 친구인 김OO(30)씨는 "온순하고 책임감이 강해 친구들을 먼저 배려하는 멋진 친구였다"며 "항상 만나면 너희 어머니의 순두부찌게가 먹고 싶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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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중사를 그리워하며 친구가 미니홈피에 남긴 일기 ⓒ 화면캡처

▲ 강준중사를 그리워하며 친구가 미니홈피에 남긴 일기 ⓒ 화면캡처

 

결혼을 한달 앞둔 친구 준에게


친구야!!

불러도 대답없는 네 핸드폰. 목소리를 듣지 못한 지가 벌써 한달이나 지났구나.

지난달 26일,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온몸이 파르르 떨리며 기운이 쑥 빠지고 말았단다.

내가 무기력하게 사랑하는 모든 것과 이별할 채비를 갖춘 그런 존재인 줄은 몰랐었다.

 

어제는 내 꿈에 정장을 차려입고 멋지게 나타난 너의 모습이 진짜지?

'나 절대 천안함에 안 탔어, 걱정마, 울지마'라며 달래던 너의 모습이 진짜지?

나쁜 자식! 다음달에 결혼한다고 실컷 자랑해놓구선 연락도 없이, 무정한 자식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건 아니지?

 

"마지막 명령이다. 무사히 귀환하라"는 애원이 들리지 않니?

슬프고 마음이 무거울뿐이다.

빨리 돌아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꽃을 닮은 5월의 신부가 기다리잖아.

 

친구야! 보고싶다.

친구들 미니홈피 사진첩에도 방명록에도 너의 흔적이 너무 많단다.

그래도 너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단다.

 

오늘 아침부터 백령도 앞바다에는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갈매기들이 구슬피 우는구나. 평생 한번도 해보지 않은 기도, 오늘은 진심으로 너를 위해 무릎 끓고 기원해본다.

기쁨도 소망도 없는 이 악한 세상을 헤치며 그리워 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살펴주소서.  

바다밑에서 부르시는 젊은 청춘들의 소리를 살피시고, 도와 주시옵소서.

 

- 2010. 4. 15 친구 김OO

 

다음 달 결혼식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한창 부푸러 올랐을 그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른다. 바다를 동경하여 바다와 결혼하고 바다에서 청춘을 바친 그대가, 오늘따라 보고싶다.

2010.04.15 11:06 ⓒ 2010 OhmyNews
#천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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