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으로 교육 바꿀 것
난 미셸리와 흡사...일제고사 의미있다"

[인터뷰 ⑥] 남승희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2010.04.21 18:20수정 2010.04.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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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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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남승희 예비후보. ⓒ 유성호


한국 학교에서 학업성적 꼴찌는 정말 괴롭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꼴찌도 즐거운 학교'란 기치를 앞세운 후보가 있다. 지난 3월까지 서울시 교육기획관을 지낸 남승희(57·명지전문대학 청소년교육복지과 교수) 후보다.

남 후보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워싱턴 교육감 미셸 리를 만났다고 한다.

"저와 미셸 리는 흡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호하고 원칙을 지키는 면과 매우 성실한 면, 그리고 아이들이 먼저이고 그들의 미래가 지금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저랑 흡사하다고 봅니다."

남 후보 사무실 건물에 걸린 현수막엔 "엄마의 마음을 압니다"란 글귀가 적혀 있다. 그는 지난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학부모발(發) 교육혁명 전국 교육감 후보 연대'를 발족시켰다. 보혁 이념이 아닌 학부모 마음이 담긴 교육정책을 펼치는 교육감이 되겠다는 것이다.

두 아이를 둔 남 후보는 교육공학과 평생교육을 전공한 교육학자이기도 하지만 교육부 초대 여성교육정책담당관을 지냈다. 2006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는 서울시 교육기획관을 하면서 대학생의 초중고 교육봉사 프로젝트인 '동행'을 책임 운영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보수 학부모단체인 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를 맡아 교원평가와 학교정보공개운동 등을 펼쳤으며, 뉴라이트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에 있는 남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용감하게 대처하는 것이 암컷들의 특징"


- '엄마의 마음을 안다'는 현수막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엄마의 마음이란 어떤 마음인가.
"아이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강하고 따뜻하다. 용감하기도 하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어떠한 외부적 고난에도 용감하게 대처하는 것이 암컷들의 특징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깐깐하게 아이들을 챙기고 과감한 교육개혁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런 구호를 적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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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남승희 예비후보. ⓒ 유성호

- 어느 언론은 남 후보를 한국의 미셸 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미셸 리라는 소문 들었다. 저는 개혁적이었고 새로운 가치를 도입했던 사람들의 외로움을 안다. 미셸 리를 나와 흡사하다고 느낀 것이 이런 점 때문이다. 단호한 면, 원칙을 지키는 면, 매우 성실한 면, 아이들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면… 이런 것들이 나와 흡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현수막 색이 한나라당과 같은 청색이다. 청색을 좋아하나.
"청색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청색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당과는 상관없어야 하니까. 내 생각도 그 당과는 상관없다."

- 남 후보가 중도보수 후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보수, 진보, 중도. 언론에서 왜 자꾸 그렇게 분류하는지 모르겠다.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는 책무를 가지려면 지금이라도 그런 자세는 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은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눈높이 엄마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 다른 구호도 많을 텐데 '꼴찌도 즐거운 학교'를 핵심 기치로 내세웠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아이대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사회 구석구석을 경험해보는 그런 교육을 통해서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 그렇게 할 방법을 갖고 있나.
"서울시 교육기획관을 해보니 서울시의 자원만 갖고도 엄청난 교육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시 산하기관들의 건물과 그 안의 전문가들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교육은 교과서가 아닌 실제사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토론하고 발표하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학교부터는 학습에 대한 체제가 잡혀야 한다. 내가 서울시에서 자기주도학습 학교 200개를 뽑아 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교에서는 다양한 진로를 실제로 안내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여러 줄을 세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시스템 속에 분명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렇게 되면 공부는 꼴찌지만 행복할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다."

"비리는 척결해야 하지만,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진 않아야"

- 지금 학교는 일제고사로 성적 한 줄 세우기가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는 최소화해서 실시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우열을 가리기 위한 자료 공개는 안 했으면 좋겠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교를 골라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일제고사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제은행식으로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는 것은 행정적으로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이상만 갖고는 안 된다."

- 반전교조 독자후보 추진 모임인 바른교육국민연합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많은 분들이 서울 전 교육감(공정택)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적극 지지해 줬는데 참 뜻밖이다. 매우 실망스럽다. 보수의 대표는 깨끗했으면 좋겠다.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단체가 우선 도덕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도덕성 검증을 부탁드렸는데 그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 상황이 어떻든 바른교육국민연합 소속 단체가 지지해줘야 당선에 유리할 텐데.
"지지를 해주면 편할 것이다. 하지만 당선이 되고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다 보듬어 안고 가야 될 것인데…."

- 교육비리 문제로 한창 시끄럽다. 정부가 초빙형 교장공모제로 교육 비리를 막겠다고 하는데….
"당연히 비리가 있는 것은 법적인 처벌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존경을 받아야 교육이 가능하다. 학교 안에서 현장 체포하는 것은 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비리는 근절해야 되지만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일단 공모제는 대폭 확대하되 학연이나 지연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공모제도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장의 길도 여러 개가 필요하다.  100% 초빙형 공모제가 또 다른 문제는 없을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장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내부형이든 초빙형이든 개방형이든 여러 가지를 해보고 정책자체가 어느 것이 경쟁력이 있는지 본 다음에 나중에 비율을 조정하면 될 것이다."

"이념 편향 막고 교육 중심 시민운동하려 했다"

남승희(1953)
경복여자고 졸업, 이화여대 불어불문과 졸업
미국 인디아나 대학 석박사(교육공학, 평생교육)
초대 서울시 교육기획관 역임
초대 교육인적자원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 역임
교육부 교과용도서위원, 대학 설립 심사위원 역임
한국 사학진흥재단 융자 심사위원장 역임
한국 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역임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 역임
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역임
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정책위원
현 서울지역 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 무상급식이 이슈로 떠올라 있다.
"전면 무상급식이냐, 선별 무상이냐에 대한 논의보다는 학교 급식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나는 초등학교는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이를 위한 예산확보 방안이다. 초등의 경우 2000억 원이 든다."

- 서울시가 무상급식 예산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보았나. 이 당시가 교육기획관으로 근무할 때 아닌가.
"내가 서울시에 있을 때 학교급식지원센터와 친환경유통센터를 만들었다. 급식 과정에서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일을 해왔다. 서울시가 저소득층 아이들 중식과 방학 중 급식을 지원하지 않았나. 그런데 무상급식 예산이 0원이란 보도는 맞지 않다. 이전에도 무상급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다가 유무상보다 학교현장의 급식 시스템을 안전하고 질 좋게 구축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시 예산으로 학교 급식실 시설투자를 하고 오븐기를 지원했다. 이것은 내가 주도해서 한 일이다."

- 정부가 사교육 잡겠다고 자율형사립고를 확대한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과 약속한 것이다. 그 약속은 지켜야 한다. 약속은 지키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율고가 문제가 있다면 문제점을 찾아 해결할 것이다.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 특목고의 입학사정관제 평가항목에서 고비용 유발 비율을 낮출 것이다."

"학연·지연서 자유롭고 도덕적으로도 깨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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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남승희 예비후보. ⓒ 유성호

- 고교평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고교평준화 깨라, 3불정책 폐지하라'는 주장은 이념적으로 옳아 보이더라도 현장에서 부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예상 밖의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 쉽게 없애자는 얘길 하는 데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 하지만 남 후보가 공동대표를 맡은 바른교육권실천행동에서는 평준화와 3불 폐지를 주장했다.
"내가 만든 단체이지만 그때는 내가 그만 둔 때다. 처음엔 학부모권리를 찾기 위해 만든 단체였다. 학부모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교원평가를 요구하는 등 학부모 권리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념적 편향을 부단히 막고 교육현안 중심으로 나아갔다."

- 두발 자유와 체벌 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 인권존중의 풍토를 정착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것보다는 학교의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 사이에 인격적인 관계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는 서울 학생위원회를 만들어서 학생 인권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학생인권변호사제도 운영할 것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
"교육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권한이 막강한 자리가 아니라 책무가 막중한 자리다. 초중고 교육현장을 모르면 교육감 일을 하기가 어렵다. 나는 교육부에서 3년, 서울시에서 3년 반 동안 서울시 1200개 학교 가운데 많은 학교들을 직접 가봤다. 한 분야에만 있었던 분들보다 이해력이 높다고 자부한다. 교육행정의 수장은  교육계 구성원들의 톱니바퀴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교육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구보다 학연과 지연 연결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남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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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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