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배추'로 차린 밥상 보셨나요?

모든 반찬에 곰보배추 효소·분말 첨가한 건강식단

등록 2010.04.19 09:00수정 2010.04.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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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쌈밥에 나온 상추와 쑥갓 그리고 곰보배추. ⓒ 이돈삼


쌈밥을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그것도 '곰보배추'로 쌈을 싸먹는 밥을…. 며칠 전 처음 먹어봤는데,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입니다. 기침이 잦고 가래가 끓는 몸에 특효가 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시쳇말로 곰보배추가 '기침 잡는 도사'라는 게 아이들 엄마의 얘기였습니다.


'쌈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다를 게 있냐'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집을 나섭니다. 약을 먹어도 잘 잡히지 않는 기침과 가래를 쌈밥이 어떻게 해줄 것이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습니다. 그냥 외식하러 가는 셈 치고 아이들과 함께 따라 나섰습니다.

아이들 엄마가 안내한 곳은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응용리였습니다. 응용리는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광주광역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한적한 농촌마을입니다. 곰보배추쌈밥을 한다는 식당은 그 마을 초입에 있었습니다. 겉모습이 깔끔해 보이는 식당의 이름은 '보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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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쌈밥에 앞서 나온 도토리묵. '보자기' 주인장 최미경 씨가 직접 쑨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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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쌈밥을 선보인 '보자기' 주인장 최미경씨. 쌈채 재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 이돈삼


'곰보배추 쌈밥'을 주문했더니, 물이 먼저 나옵니다. 여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맑은 물이 아니었습니다. 보리차와 비슷해 보이는데, 맛은 그게 아닙니다. 궁금해서 주인장(최미경·여·44) 씨에게 물었더니 '곰보배추 음료'라고 합니다. 곰보배추 원액을 물에 희석시켰다고 합니다. 맛이 괜찮습니다.

향토음식 자원화사업의 하나로 곰보배추를 선택했다는 주인장의 곰보배추 자랑이 이어집니다. '못난이배추'라고도 불리는 곰보배추가 기침, 감기 같은 기관지 질환에 특효라는 것입니다. 폐렴, 생리불순 같은 부인과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옛날 시골사람들은 곰보배추의 잎으로 진액을 만들어 물에 타 마셨다고 합니다. 생잎 말린 것을 보리차처럼 끓여 마셨다고도 합니다. 곰보배추를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약재로도 썼다는 게 그녀의 얘기였습니다.


'정말 그럴까' 의문을 품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주인장의 곰보배추 자랑이 이어집니다. 우리 몸의 세포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없애준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며 식품위생 검사기관의 검사결과서까지 내보입니다. 곰보배추가 천연항생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논문으로 여러 편 발표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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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쌈밥에 나온 돼지고기 수육. 곰보배추를 끓여 추출한 엑기스를 넣어 재운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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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와 쑥갓, 곰보배추에다 돼지고기 수육 한 점. 그리고 곰보배추된장에다 마늘까지. 맛깔스럽게 생겼다. ⓒ 이돈삼


잠시 뒤 식탁에 반찬이 놓입니다. 쌈채와 된장도 올라옵니다. 모두 정갈해 보입니다. 첫 느낌이 깔끔해서 좋습니다.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도토리묵을 맛 봤습니다. 맛이 좋습니다. 어라! 괜찮은데….

곰보배추 자랑을 늘어놓던 주인장은 "여기 올라온 식재료는 모두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곰보배추와 겨자채, 쑥갓, 양상추, 치커리도 뒤뜰에서 직접 가꿨답니다. 마늘과 고추까지도…. 심지어 쌈된장과 회무침에 들어간 우렁이까지도 남편(김재규)이 직접 양식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곰보배추쌈밥이니 만큼 곰보배추에 먼저 관심이 갑니다. 대체 어떻게 생긴 것이기에 그런 효능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곰보배추를 보기 전엔, 그냥 배추인데 단지 조금 못생긴 배추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배추처럼 잎이 퍼져 있을 뿐 들풀 같았습니다.

풀밭에서 봤다면 단순한 풀로 생각했을 것이었습니다. 이파리 양쪽에 잔털이 조금 나 있고, 가장자리는 톱니모양이었습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풀인데, 여러 효능을 지니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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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된장. '보자기' 최미경 씨가 특허를 얻은 전통된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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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된장으로 끓여낸 된장국. 맛이 구수하고 깔끔한 게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이다. ⓒ 이돈삼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입안에 넣어 봅니다. 씹히는 맛이 괜찮습니다. 밥을 지을 때도 곰보배추 분말을 넣었다고 합니다. 쌈채와 어우러지는 곰보배추된장은 특허 등록된 것이라고 뽐냅니다. 메주를 쑤고 장을 담글 때 곰보배추를 끓여 넣거나 곰보배추 분말을 넣은 것이랍니다.

곰보배추된장은 양파와 표고버섯, 고추, 우렁이 등을 첨가해 만든 우렁이쌈장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된장국도 곰보배추된장으로 끓였답니다. 곰보배추 효소나 분말이 들어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지만 맛은 좋습니다. 된장 고유의 맛이 살아있고 조미료 없이 맛을 냈는지 개운해서 더 좋습니다.

겉절이, 버섯 반찬에도 곰보배추 효소를 첨가했답니다. 특별히 곰보배추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걸 맛으로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곰보배추의 성분과 효능은 그대로 살아있는 게 노하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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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쌈밥.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맛 있다며 좋아한다. ⓒ 이돈삼


돼지고기 수육도 곰보배추 진액을 넣어 재웠다고 했습니다. 고기가 맛깔스럽게 생겼습니다. 실제 맛도 느끼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젓가락질이 부산합니다. 밥도 맛있고 고기도 맛있다고 합니다. 쌈채도 맛있답니다.

온통 곰보배추로 차려낸 식단입니다. 시쳇말로 곰보배추가 들어가지 않은 게 없을 정도입니다. 김치를 빼고는…. 아이들 엄마도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요리"라고 말합니다. "주부가 맛을 보면 다 안다"고 으스댑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 과식을 했는데, 전혀 갈증이 나지 않았다"면서 '과식을 불러오는 식단'이란 말로 칭찬을 대신 합니다.

몸에 좋다고 말을 들은 탓인지 식구대로 밥 한 그릇씩 다 비웠습니다. 반찬도 고기도 몽땅 먹어 치웠습니다. 곰보배추가 들어있는 쌈채는 물론 후식으로 나온 곰보배추차까지도…. 겉보기엔 특별할 것 없는 쌈밥이었습니다. 하지만 다 먹고 나니 그게 아닙니다. 좋은 쌀과 곰보배추가 어우러진 밥상이라 생각하니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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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쌈밥의 밑반찬으로 나온 우렁회무침. 각종 야채는 물론 우렁이까지도 최미경 씨가 직접 키운 것으로 무쳤다. ⓒ 이돈삼


밥상이 향기롭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만 같습니다. 곰보배추쌈밥 한 그릇에 오래 묵은 천식도 줄어든 것만 같습니다. 음식은 마음으로 먹고, 음식도 약이 된다는 게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긴 예부터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했습니다. 약과 음식은 근본이 같다는 말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곰보배추쌈밥 한 그릇이 보약 한 사발 같은 느낌이 든 것도 이런 연유입니다. 보약 1인분에 8000원이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보약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그때까지 평범하게만 보이던 주인장도 다른 사람으로 보입니다. 대장금 같기도 하고, 허준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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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쌈밥. 된장과 수육에서부터 밑반찬까지 곰보배추 효소와 분말이 다 들어 있다. '곰보배추 식단'이다. ⓒ 이돈삼


#곰보배추쌈밥 #최미경 #보자기 #곰보배추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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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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