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줄에 들어선 700만 베이비, 그들은 누구?

낀세대, 쉰세대 그래도 대한민국의 허리는 바로 "나"

등록 2010.04.24 11:29수정 2010.04.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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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온다. 4월임에도 날씨가 미쳤나, 올해는 눈보라가 치고 얼음까지 얼었다. 천안함 참사로 목숨을 잃은 장병들을 애도하는 국민 모두의 슬픔이 눈이 되고 비가된 모양이다. 대통령의 추모연설로서도, 주책없이 흐르는 낸 눈물로도 이분들의 슬픔을 감싸 안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천명의 나이 오십줄에 들어선 지금, 왜 이리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가.


나에게 나이란 무엇인가. 순간순간이 이어져 영원이 되다던 사춘기적 공책에 끌적여 놓았던 문구가 생각난다. 촌스럽게도 원두커피보다는 자판기커피가 난 입에 맞다. 그 커피를 한잔 놓고 오늘 새삼스레 내 살아온 순간순간이 정말 현재의 영원으로 이어졌는지를 반추해 본다. 60년9월23일생. 경북의 산골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난 나는 소위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란 무엇을 말하는가. 인터넷 용어사전을 찾아보자. 베이비붐 세대란 "전후에 태어난 사람을 뜻하며, 나라에 따라 연령대가 다르다. 한국의 경우 55년에서 63년 사이에 태어난 약 700만명이 해당된다. 미국은 46년부터 64년까지 태어난 7200만명이, 일본은 47년부터 49년까지 출생한 806만명이 베이비 붐 세대에 속하는 이들"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어느 정도 상황이 좋아지자 우리의 부모님들은 결혼을 하였고 당연히 자식을 보았다. 나역시 한해 100만명이 탄생한 한사람의 '베이비부머'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태어난 그시절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한학급에 70명이 넘는 학생들이 오전, 오후반 수업을 받기도 하고 메뚜기와 번데기가 최고의 영양 공급원 반찬이였던 도시락세대이기도 하다. 학기마다 송아지를 팔고 그것도 모자라 농협대출로 어렵게 다닌 대학, 그러나 대통령이 시해 당하고 부하였던 인간은 탱크를 몰고 쳐들어와 정권을 잡던 군사시절. 5·3인천사태, 5·18 광주민주화 운동 등 격동과 혼돈 속에서 내 청춘은 얼룩졌었다.

베이붐세대들의 시절이 끝났다? 천만의 말씀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베이비부머들은 우리나라의 앞에 서 있었다고 감히 말한다.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기회가 또 많았던 우리들이였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였던가. IMF이후 베이비부머들은 말그대로 나이만 먹은 베이비로 전락, 추락하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건 날개가 없다. 명퇴, 강퇴, 동태, 생태에 이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원했던 것처럼 끌려나간 희망퇴직까지. 우린 정말 산전수전 공중삼회전에 김연아도 놀라 자빠질 별별 묘기를 다해 봤다.


문제는 앞으로다. 쇠도 달구면 더 단단해진다지만 베이비부머들은 그렇치 못하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빠른 사회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느렸다. 소위 말하는 낀세대, 쉰세대가 되어 버린 계륵과도 같은 존재. 순간순간이 영원하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고고씽~할 줄 알았다. 정신적인 공황이 왔다. 마른먼지 풀풀나는 황무지에 버려진 기분이다. 주식해서 말아먹고, 나보다 더 굶주린 하이에나에게 사기당하고…. 하여간 국 쏟고 거시기 된 기분이 매일같이 이어지다보니 어디 한 군데 제대로 성한 곳이 없어 보였던 지난 시절.

베이비붐은 고사하고 요즘은 애를 안낳는다. 2008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은 1인당 1.2명. 교육비와 생활고에 뜨거운 맛을 본 우리들도 이제는 애놓으라면 안놓을 터 그러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하나도 아니 놓을려 한다. 국가차원에서 애도 자원이다. 이러다간 자원은 고갈(?)되고 재원역시 바닥나게 생겼다.

베이붐세대 2명 중 한명은 연금 혜택도 못 받는다니...

그런 와중에 베이비붐 세대 2명 중 한명은 국민연금 혜택도 못 받는다는 전망이 나왔다. 베이비붐 세대 나이에 해당되는 46에서 54세 되는 사람들 중에 약절반 정도만이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한다. 고령화 사회에 우리는 아직도 부양할 부모와 자식들이 있음에 정작 우리의 노후 보장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환장이 따로 환장이 아니다.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이 오래가면 장이 뒤집어지고 얼굴도 누렇게 뜨고, 그저 살아온 세월이 헐~무상하고 앞으로 남은 세월도 맨발에 가시밭길 같으니 아주 독한놈 아니면 환장하게 되있는 게 현실이다. 뭐 그렇다고 다 환장하는 건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더한 세월도 살아온 나는 질경이, 인동초, 질긴 잡초, 무대포 인생이라고 어금니 깨물면 까짓것 못할 건 또 뭐 있겠나.

닭모가지를 비틀면 닭은 죽어도 새벽이 오는 건 사실이다. 제 아무리 4월에 눈보라치고 얼음이 얼어도 따듯한 봄기운만은 물리칠 수 없다. 이제 내 나이도 마라톤 풀코스의 반환점을 돌았다. 당연히 남은 거리가 더 힘들겠지. 그러나 아직도 반남았구나가 아닌 어느새 반왔구나 그리 생각하자. 죽을 힘이 없어 죽지도 못한다면 그냥 살아 있음에 감사하자.

700만 베이붐세대, 베이비부머들. 우리에게는 비록 베이비복스같은 아름다움과 예능은 없어도 청국장같은 심성과 막걸리같은 걸걸함이 있지 않은가. 쥐뿔도 없다고 한탄말자. 본래 쥐에게는 뿔이없다. 내게도 뿔이없다. 60년 경자생 쥐띠인 나, 그러나 솔방구리에 쥐새끼 드나들듯 오늘도 난 열심히 쏘다니면서 살아간다…. 왜냐구? 그길 밖에는 없잖아유….
#그냥얼덜결후다닥 #베이비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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