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9일 경기도 안산시 문화복합돔구장 건립 계획을 둘러싸고 시의원들이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사건을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각하했다.
한마디로 시의원과 의장간 분쟁은 권한쟁의심판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문화복합돔구장을 건설하기 위해 안산도시공사를 설립한 안산시는 초지동에 있는 체육용지를 안산도시공사에 현물 출자하기 위해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변경안은 2009년 7월 4일 안산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의결됐고, 의장은 7월 11일 본회의에서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표결절차 없이 이 변경안을 가결된 것으로 선포했다. 이에 안산 시의원들은 "심의ㆍ표결권 등을 침해해 무효"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주장은 이렇다. 기획재정위원장인 A의원은 2008년 7월 지방공기업인 안산시시설관리공단의 이사직에 취임해 2009년 6월 퇴임했으므로 지방자치법 겸직금지의무조항에 따라 공단이사직에 취임한 2008년 7월 지방의원 직에서 당연히 퇴직해 의원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또 A의원은 이 변경안의 상임위원회 의결 당시인 지난해 7월 안산도시공사의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어 위 의결은 자신이 이사로 있는 안산도시공사가 안산시로부터 5000억 원에 달하는 토지를 현물출자 받는 사안이어서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척사유에 해당돼 상임위원회 표결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사건 변경안은 2009년 7월4일 상임위원회에서 A의원을 제외하면 찬성 3표, 반대 3표로 부결된 상황이었는데, 표결에 참여할 수 없는 A의원이 찬성 의사를 표시해 찬성 4표, 반대 3표로 가결됐다는 것이다.
그러자 시의원들은 "안산시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상임위원회에서 적법하게 의결된 안건만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데, 표결에 참여할 수 없는 A의원이 표결권을 행사해 가결된 것이므로, 이는 부적법하게 의결된 안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이 변경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을 뿐만 아니라, 본회의에서 표결절차도 없이 가결된 것으로 선포해 표결권을 침해했으므로 헌법에 위반돼 당연무효"라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
이에 대해 전원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의결기관인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지방의회 의원과 그 지방의회의 대표자인 의장간의 권한쟁의심판은,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의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해 각하한다"고 밝혔다.
조대현, 김희옥 재판관 "심의ㆍ표결권 침해돼 권한쟁의심판청구 가능"
반면 조대현, 김희옥 재판관은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원이 지방공기업의 임직원을 겸직하는 경우 의원직에서 당연히 퇴직하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A의원은 이 사건 의결 당시 시의원이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A의원의 의결권을 제외하면 찬성 3표, 반대 3표로 부결로 처리돼야 함에도 가결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변경안이 본회의에서 의결할 당시 이의를 표시한 의원이 있었으므로, 시의회 회의규칙에 따라 표결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장은 표결절차 없이 의안이 가결된 것으로 선포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 변경안 안산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가결선포행위와 본회의의 가결선포행위 모두 위법한 것이고, 그로 인해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그러면서 "따라서 헌법재판소법에 지방의회 의원과 의장 사이의 권한쟁의를 심판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더라도, 지방의회 의원도 의회의 위법한 의결절차로 인해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된 때에는 의회나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산시의회가 이 사건 변경안을 표결 없이 가결 선포한 것은 위법하고, 그로 인해 시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확인해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