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친구 1명만 있으면 된다는 요즘 대학생들

[생활정치의 재발견 ⑧-1편] 우리에게 대학이란? - 김예슬 선언으로 본 대학

등록 2010.05.11 13:55수정 2010.05.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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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재발견⑧-1

지난 3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예슬씨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와 함께 자퇴를 선언했다. 김씨 사건은 '우리 사회에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과연 현재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대학'이란 어떤 의미일까.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자격증 브로커'로 변질된 대학?

- 시장주의 속 대학의 기능은 과연 무엇일까?

- 졸업장이 신분이 되버린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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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열린 '생활정치의 재발견' 현장좌담회 ⓒ 김종호

지난 5월 3일 열린 '생활정치의 재발견' 현장좌담회 ⓒ 김종호

▶ 일시 : 2010년 5월 03일(월) 오후 04시

▶ 장소 : 여의도 생활정치연구소 회의실

▶ 사회자 : 정해구(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 생활정치연구소 소장)

▶ 참석자 : 연제도, 구민정, 김이민경, 김지현,박범진

 

정해구 : 요즘 대학의 성질이 학문을 위한 곳이 아닌 것처럼 변질된 듯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김예슬 선언 그 후...

 

정해구 : 우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예슬씨의 자퇴 선언'사건이 있었습니다. 제게는 충격이었어요. 교직에 있는 입장에서 과연 나를 포함한 선생들이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등등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김예슬 선언'을 보고 난 뒤 느낌이 어땠는지, 친구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연제도 : 잘 알기 전에는 노이즈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본 뒤에는 용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대 경영학부'라는 꼬리표를 떼고 맨몸으로 나간 거잖아요. 과연 나라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과 함께 '선언문'이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또한 예슬씨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사회가 실천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했습니다.

 

김이민경 :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해서 문제가 됐던 것들이잖아요. 또래들의 반응은 양극단이었습니다. 예슬씨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말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문제 제기는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박범진 : 선언문 내용이 제 생각이랑 일치했습니다.

 

김지현: 대학교의 추세가 상품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예슬씨의 선언에 공감이 됐습니다.

 

구민정 :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부러웠습니다. 우리 사회의 대학의 지위는 민주화 투쟁에서 엘리트 배출의 산실, 현재는 취직을 위한 발판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왜 대학에 왔을까?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고등학교때는 무조건 대학입학만 하면 된다고 여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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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진, 김이민경, 연제도(왼쪽부터) "예슬씨의 문제의식을 사회가 어떻게 실천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 김종호

박범진, 김이민경, 연제도(왼쪽부터) "예슬씨의 문제의식을 사회가 어떻게 실천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 김종호

 

우리가 생각하는 대학, 우리가 원하는 대학

 

정해구 : 국가와 시장과 대학이 시장주의에 종속되어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학의 기능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학은 어떤 곳입니까? 대학의 지향점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연제도 : 고등학교때만 해도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어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죠. 막상 대학에 들어와보니 처음에는 제약이 없어서 좋더군요. 군대 제대 후 복학했더니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보다는 내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되었고요, 나라는 존재에 대해 하나씩 꼬리표를 추가시키는 수단의 하나가 돼버렸습니다.

 

4학년이 돼서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과연 대학을 다녀 좋은 게 뭘까?' 고민됩니다. 굳이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대학을 다닌 게 의미가 있는 행동이었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대학은 적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김씨처럼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대학의 현실은 이런데..내가 생각하는 이상하고는 차이가 있는데도 말이죠. 이상을 실천하기보다는 지금은 현실에 순응하고 마는...

 

구민정 : 내가 무엇을 공부하느냐보다 '어디'에서 공부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듯해요. 대부분의 대학생은 20대 초중반입니다. 젊음의 시기인데 우리나라의 80%가 넘는 20대들이 대학이라는 장소에 갇혀 평준화된 공부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재능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건데..... 자신을 죽여가면서까지 옆사람과 똑같아지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대학이 그걸 조장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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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구민정(왼쪽부터) "내가 무엇을 공부하느냐 보다 '어디'에서 공부하느냐가 중요한 듯 해요." ⓒ 김종호

김지현, 구민정(왼쪽부터) "내가 무엇을 공부하느냐 보다 '어디'에서 공부하느냐가 중요한 듯 해요." ⓒ 김종호

 

신분이나 다름없는 대학 졸업장, 그 씁슬함...

 

정해구 : 졸업장이 신분이나 다름 없지요. 좋은 학벌을 사면 학벌이 보장해 주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학벌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

 

김이민경 :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다들 얘기합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벌을 결정한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시스템안에서 어느 대학에 다니느냐는 거부되어야 하는데... 사실, 그러기가 힘듭니다. 고졸자와 대졸자 사이의 임금 격차.... 같이 노동함에도 격차가 납니다. 이런 서열 구조 안에서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는 건 힘들어집니다.

 

구민정 :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감싸안아야 합니다. 하지만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상류층의 이익만을 위해 법을 만든다는 생각이듭니다. 입법활동이 과연 누굴위한 법일까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연제도 : 맞아요. 실제로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인 경우가 많죠. 기득권층에서 자기들의 이득과 상반된 층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게 좀 답답해요.

 

김지현 : 자신의 욕구보다는 남들의 시선에 맞추고 있지 않나요? 취업이 우선이라서... 자기가 가고 싶은 기업을 위해 기업에 맞추면서 노력을 합니다. 공부도 기업이 원하는 것만큼만 하죠. 하기 싫지만, 억지로 비싼돈을 주면서 대학졸업장을 얻습니다. 기업이 원하니까요. 계속 세상에 맞추고 있는겁니다.

 

정해구 : 사람들이 과보다 학교 레벨을 많이 따집니다. 적성을 생각하지도 않고요.

 

김지현 : 자기 적성이 있고 각자의 분야가 있는데 학교 간판만 보는게 현실입니다.

 

박범진 : 이상적인 대학의 모습은 학문 탐구 장소예요. 그러나 시장경제 속에서 이상만을 바라볼 수는 없어요. 돈벌이가 돼야 하니까요.

 

대학생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정해구 : 대학에 다니면서 행복합니까? 지금 대학생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물질적인 것은' 풍요로운데 과연 행복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요.

 

구민정 :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할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학교마다 필수과목으로 심어놓는 것들이 참 많아요. 중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하고, 토익 점수 안따면 졸업 안되구요. 기업에 학생을 팔기 위해 심어놓은 제도들이란 느낌이 들죠. 씁슬합니다. 학문의 전당인데 말이지요.

 

또 인간관계가 파편적입니다. 과제 조모임이 끝나면 흩어지고요, 어느 기사에서 보니 친구를 1명 이상 만들이 않는다네요, 밥 먹을 친구 1명만 필요하니까요.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잖아요. 헌데 작은 사회인 대학에서부터 이러면 사회 나가면 어떨까... 정(情)이 지금은 초코파이 정에만 있는 듯해요. 또 여러 이론을 배우고 싶은데, 특정 학파만 모여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균형적인 학문을 배우고 싶어요.

 

박범진 : 앞으로 졸업 후에 해야 되야 것들 땜에 불안해요. 먹고 살 걱정 때문에...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지만 다른 것들 포기해야 할 생각 때문에 살짝 슬플 때도 있습니다.

 

김이민경 : 저는 행복합니다. 전 지금 4학년 1학기인데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우울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이런 저린 일 꾸미면서 놀고 있습니다. 제가 '노는'일들이 저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학 온 것에 대한 후회도 없습니다. 평생을 함께 고민할 친구들을 만나서 행복해요.

 

김지현 : 저는 좀 외로워요. 고등학교 친구들과 좀 더 오랜 우정을 간직하고 있어요. 다들 아르바이트, 학점관리 등으로 바쁘고요, 또 개인 플레이가 많아요.

 

정해구 : 우리랑 반대네요. 우리 때는 사회 고민을 많이 해서 대학 친구가 유대감이 많은데... 그만큼 경쟁구도속에서 대학이 파편화 되어 있다는 의미겠지요.

 

그녀의 행동이 대학을 변화시키는 활동으로 이어지길...

 

정해구 : 김예슬씨 선언을 보면서 정말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이들이 공감해서 대학을 변화시키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구민정: 저는 대학생들이 좀 더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합니다. 내 개인에 초점 맞추고 스펙보다는 개성있는 삶을 위해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요.

 

김이민경: 예슬씨의 선언이 개인의 일로 사라지지 않길 바랍니다.

 

연제도: 대학생들이 자기 앞만 보지 말고 주변 상황도 둘러보고 다른 곳에서 일어난 일들에 관심을 갖는다면 좋겠습니다.

 

박범진: 주변에 대해서 냉소적인 시선보다는 안아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김지현 : 취업이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도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우리에게 대학이란? - 김예슬 선언으로 본 대학 [생활정치의 재발견 ⑧-2편]은 5월 24일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5.11 13:5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생활정치 #생활정치연구소 #대학생 #김예슬 #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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