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주민, 강남구민 된다

서울행정법원 "구룡마을 주민, 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은 위법"

등록 2010.05.20 15:40수정 2010.05.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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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이자 마지막 노른자위 재개발지역인 '구룡마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했다면 구청이 거주자의 전입신고를 받아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H(69)씨는 지난 2002년 8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속칭 '구룡마을'로 이사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고, 2003년에는 구룡마을 자치회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등록상에 거주지 등재가 되지 않은 H씨와 구룡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자신의 거주지에 주민등록등재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H씨의 주소지는 남양주시 화도읍으로 등재돼 있다.

H씨의 민원을 이첩 받은 강남구청은 "구룡마을 대부분(95%)은 사유지로 구성돼 있어, 전입신고의 정확한 주소지 등재를 위해서는 지적측량(토지소유지 등 이해관계인의 동의)이 필요해 주민등록 등재가 어렵다"며 전입신고 수리를 거부했다.

대모산 및 구룡산 북측 자락의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에 위치하고 있는 구룡마을은 1980년대 초에는 농업용 비닐하우스들이 세워져 있다가 1988년경부터 광명시 철산동 일대의 무허가건물 철거민들을 포함해 여러 곳의 철거민들이 이주해 오면서 기존의 비닐하우스들을 주거용 건물로 개축하거나 새로 무허가 가설물을 축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을 지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구룡마을은 현재 약 130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 건물이 대부분 목재, 합판, 보온용 담요,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을 이용해 급조되고 주거생활에 필요한 각종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재해에 취약한 지역이다.

하지만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재개발 지역으로 그동안 위장전입 시비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법원의 판결로 구룡마을 주민들도 강남구민이 되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이인형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구룡마을 주민 H씨가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전입신고수리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가 2002년 8월부터 구룡마을에 장기간 거주하고 있는 이상, 피고는 주민등록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원고의 전입신고를 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당초의 처분사유와 같은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어 피고의 이 사건 회신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등록법은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항상 명확하게 파악해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와는 무관한 사유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주민등록법의 입법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할 수 없어 여러 공법상의 이익들을 향유할 수 없게 되거나, 공법관계에 의한 법률효과를 부여받지 못하게 되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주민등록법을 위반해 실제 거주하지도 않는 곳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전입신고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행정관청이 주민들에게 주민등록 위장전입과 같은 불법을 조장하고 주민들을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소 등 주민등록 전입신고에 관한 신고사항이 제대로 신고 되지 않은 경우에는 관할 행정청이 이를 조사해 바로잡도록 할 수 있으나, 원고가 장기간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이상, 사유지에 대한 지적측량이 필요해 구룡마을에 관한 정확한 주소지 등재가 어렵다는 포괄적인 이유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구룡마을 #전입신고 #주민등록 #위장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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