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은 선거가 아니다

[서평] <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 를 읽고

등록 2010.05.20 18:12수정 2010.05.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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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영원할 것 같던 군부독재가 시민들의 항쟁으로 무너졌다. 이를 통해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것은 국민들 스스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대표자를 뽑는 직선제가 도입된 것이었다.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주의하면 선거와 직선제가 떠오르게 됐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21세기에 와서도 민주주의는 나라를 이끌어 갈 대표자를 뽑는 선거로 정의되고 있다.

다가오는 6월 2일은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지방 선거가 있는 날이다. 많은 후보들이 5월 20일부터 공약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표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치인, 정당 이외 시민단체에서도 저조한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투표 독려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국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일까? 선거만 잘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들고 민주주의의 수준도 높일 수 있는 것일까?

87년 이후 많은 선거가 있었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23년 동안 우리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했다. 군부독재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대표자들이 실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는 커지고, 불안정한 일자리, 자연 환경 파괴, 사회적 약자 차별 등의 문제는 점점 불거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잘 뽑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민주주의는 개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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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 ⓒ 우리교육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손석춘 원장은 <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우리교육 펴냄)라는 책을 통해 민주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선거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란 한낱 투표 제도가 아니라 우리 삶, 인생, 자아실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인생, 싸움, 대화, 정치, 경제, 주권, 사랑으로 정의 내린다. 작가는 7가지 색깔을 주제로 우리 인생에 밀착되어 있는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란 자신의 인생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이전 시대, 사람들은 자유롭지 못했다. 노예나 천민 계급인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하지만 계급이 사라지고 귀족과 왕족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다수를 위한 민주주의가 널리 퍼지게 되면서 한 개인의 권리 또한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노예, 농노라는 이유 때문에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받는 일은 없게 된 것이다.

"사람이 다만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바로 인권입니다. 인권은 단순한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 권리를 뜻하지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인권의 개념도, 그를 밑절미로 한 민주주의도 가능합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인 동시에 경제여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경제 문제는 민주주의와 관련 없다고 얘기되고 있다. 오히려 민주주의 경제하면 내가 가진 것들을 희생해서 못 먹는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사회주의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민주주의 문제가 포함되지 않는 경제 체제는 어떠할지는 현재 한국 경제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경제 문제는 경제로만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1997년 경제 위기를 맞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경제 문제의 해답을 기업의 자율성에서 찾았다. 기업이 상품을 잘 생산하기 위한 길을 열어준다면 경제 위기를 극복 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기업의 금융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 노동의 유연화, 외국 자본 투자 규제 완화 등을 허용하였다. 이런 경제체제를 통해 한국 경제가 IMF의 빛을 청산하고 세계 경제 대국으로 편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업 위주의 경제 체제는 일부 자본을 가진 사람의 이익만을 증대시켰다. 97년 이후 빈부격차가 심화 되었고 비정규직 노동자, 신용 불량자 수가 대폭 늘었다. 국가 경제의 규모는 커졌고 경제성장률은 안정화 되었지만 국민들의 일자리와 복지는 점점 축소 되었다.

"민주주의가 말 그대로 '민중의 자기 통치'라면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사회에서는 마땅히 민중이 잘 살아야 합니다. 민중이 밥을 먹게 해주는 것은 물론, 더 잘 먹게 해 주는 게 민주주의어야 마땅합니다. 자로 그 점에서 민주주의는 정치인 동시에 경제여야 옳지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일곱 가지 습관   

작가는 민주주의의 문제를 개인의 인권과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대화, 사랑 등의 측면에서도 살펴본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독자들에게 꼭 한 번 실천 해봤으면 하는 7가지 습관을 제시하고 있다.

1. 민주주의가 자신의 인생이라는 진실에 눈떠라.
2. 사람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사람이나 세력과는 싸워라.
3. 신문, 방송의 틀을 벗어나 대화하고 토론하라.
4. 직업 정치인이 정치를 독점하도록 방관하지 말라
5. 생계 차원을 넘어 창조적 경제생활을 하라.
6. 단 한 번인 자신의 인생을 주권자로 살아가라.
7. 다른 사람의 삶을 존중하며 사랑하고 연대하라.

6월 2일 한국 사회의 지방 곳곳을 이끌어갈 대표자를 선출하게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좋은 공약을 내건 대표자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선출된 대표자들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민주주의 취지에 어긋난다. 국민 스스로가 직업 정치인에만 정치를 맡기지 않고 스스로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할 때 민주주의는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 -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청춘들에게

손석춘 지음,
우리교육, 2010


#민주주의 #손석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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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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