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다면 '검열단' 받아들여 그들을 심문하라

합조단 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다섯가지 이유

등록 2010.05.21 17:01수정 2010.05.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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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오른쪽 옆구리에 자상이 발견되었다. 왼손잡이인 유력혐의자가 사건 발생 당시 집에 없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상의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유력혐의자가 피해자를 칼로 살해하고 도주했다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어떤 살해사건의 조사 결과가 위와 같이 나온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유력혐의자가 집에 없었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 또한 유력혐의자를 제외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왼손잡이가 아닌 이상 왼손이 사용된 범죄라고 해서 '왼손잡이 유력혐의자'가 범인이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소위 민군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의 20일 천안함 조사 발표는 위의 살해사건 조사발표와 전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범인을 먼저 지목하고 그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조작으로 일관되어 있을 뿐이다.

 

천안함 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

 

1. 제시되지 않은 북 잠수정의 침투 경로

 

"동 기간 중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한 척과 여러급 잠수함 한 척이 각 기지에서 이탈해 활동한 것이 확인됐다. 사용된 어뢰의 종류와 수심 등을 종합 평가해본 결과 연어급 잠수정 한 척이 본 도발에 운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침투와 도발 경로는 식별되지 않고 엄밀하게 침투하기 위해 수중으로 공해 외곽을 우회하여 침투한 것으로 판단한다. <중략> 도주 경로에 대해선 도발을 한 이후 신속히 현장을 이탈해 침투 경로를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했다."

 

조사단 발표에 의하면 북한 잠수정은 침투 했던 경로를 통해 '되돌아' 갔다. 이 사실이 '확인'되기 위해서는 퇴각 경로의 비교 대상인 침투 경로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 정확하지 않은 침투경로는 퇴각 경로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민군합조단이 침투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북한 잠수정의 침투경로는 합조단 발표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4월 14일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 잠수함 2척 정도가 관측되지 않은 것만 가지고 그 배들이 내려왔다고 입증할 만한 것은 없다"라고 밝힌 것과 180도 다른 결론이 아무런 근거나 설명 없이 '북한의 침투'로 둔갑한 것이다.

 

2. 납득할 만한 설명이 결여된 '1번' 표기

 

 "잉크는 장시간에 걸쳐서 분석하면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합조단은 자신들이 결정적 근거로 제시한 스크류에 육필로 표기된 '1번'이라는 글씨에 대한 잉크 감정을 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그러나 그 잉크가 북한에서 사용되는 잉크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적 근거 운운은 그만큼 '결정적 근거'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와 비교대상으로 언급되는 '4호'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북한 어뢰는 연습용이기 때문에 폭파되지 않아 '4호'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을 수 있지만 '1호'가 적힌 어뢰는 수중에서 고온·고압으로 폭파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명하게 글씨가 남아 있다는 점 또한 의문이다. 합조단은 이같은 의문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

 

3. 갑자기 등장한 물기둥 관련 진술

 

"첫 번째는 백령도 초병이 해상에서 높이 100m, 폭 20~30m의 하얀 섬광 기둥을 발견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두 번째는 (생존자들이) 천안함 좌현 견시가 폭발과 동시에 넘어진 상태에서 얼굴에 물바닥이 튄 것을 진술한 것이다. 세 번째는 생존자들이 천안함 탈출할 때 좌현 외벽 부분에 현창과 같은 곳에 물이 고여 발목이 빠졌다는 진술도 했다. 네 번째는 흡착 물질 즉 폭약이 폭발해서 발생한 잔재들이 함수에서 함미 포탑에서 검출되는 등 선체 전반에서 검출된 것이다. 이런 모든 정황 조합해 봤을 때 천안함 침몰 사건은 물기둥이 발생한 결과라고 확인할 수 있다."

 

선체 전반에서 흡착물질이 발견되었다 것 역시 그들의 '주장'일 뿐이지만, 위의 세 가지 진술은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들이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앞서 지난달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기둥을 보거나 물에 젖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물기둥을 본 초병은 누구인가.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처음에 물에 젖지 않았다고 진술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합조단 결과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4. 공개되지 않은 것들

 

2~30m의 폭을 가진 물기둥이 100m 높이까지 치솟았다는 것은 그만큼 어뢰의 폭발력이 컸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합조단의 발표대로 한다면 천안함의 가스터빈실은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군당국은 가스터빈실을 인양한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으며, 합조단은 가스터빈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뿐인가. 군 당국은 사고 당시의 TOD 동영상 및 교신기록, 항적 등을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물기둥 관련 진술이 새롭게 나온 마당에 TOD 동영상은 합조단 발표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것이다. 100m 치솟는 물기둥이 동영상에 잡히지 않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5. 소형 잠수정이 중어뢰를 장착하는 방법

 

합조단 발표에 의하면 북한은 소형 잠수정에서 중어뢰를 발사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 그러나 180톤급 연안함 잠수정이 직경 21인치, 무게 1.7톤, 폭약무게 250kg의 중어뢰를 싣고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다.

 

이날 합조단이 천안함에 사용된 어뢰와 크기와 형태 등 설계도면이 일치했다고 밝힌 북한산 CHT-02D 어뢰는 직경 21인치, 무게 1.7톤으로 폭발장약이 250kg에 달하는 중어뢰다.

 

초등학생이 해병대의 눈을 피해 바주카포를 쏘고 신속히 사라져버린 격이다.

 

진실 규명을 위해 해야 할 일 세 가지

 

1.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합조단의 결론은 '근거 없음'이 드러났다. 합조단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실을 침몰시켰다.

 

국회의 국정조사만이 해법이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국회 진상규명위원회가 아니라 실질적 조사 권한을 갖는 국회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하여 사건 직전의 TOD 동영상 등 정부가 감춰왔던 모든 정보를 확보하여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2. 당당하다면 북한의 검열단을 받아 들여 그들을 심문하라

 

북한 국방위원회가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군부의 검열단을 받아들여 한국 국민과 국제 사회가 보는 앞에서 합조단의 조사 결과는 '날조'라는 북한 주장의 허구성을 증명하라.

 

북한 검열단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합조단 발표가 '조작'임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 해 회피하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존재할 수 없다.

 

3. 오바마 정부는 사고 발생 당시의 동영상을 공개하라.

 

미 백악관 대변인은 합조단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오늘 국제 조사단의 발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 검토를 반영한 것"이며 "이번 조사 결과는 북한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비난하기에 앞서 '북한의 공격'임을 입증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합조단 발표 이후 물기둥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졌다. 천안함 침몰 사고 당시 한미 합동 군사훈련 과정을 주한미군이 동영상 촬영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한미군 측이 촬영한 동영상은 이같은 의혹을 해소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공격'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사고 발생 당시의 동영상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 논평을 약간 수정해 올린 글입니다.

2010.05.21 17:0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 논평을 약간 수정해 올린 글입니다.
#천안함 #합조단 발표 #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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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특임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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