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시'의 홍수, 뉴타운 재개발도 '녹색' 포장지

[6.2 지방선거 알고 찍자 ⑦] 환경부문 BEST 공약

등록 2010.05.27 13:05수정 2010.05.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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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와 바람직한 생활정책

'생활정치연구소'는 6·2지방선거와 관련해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해 의미 있는 정책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사회복지, 교육, 부동산, 지방행정·주민참여, 체육·여가, 환경 등 분야별로 참신한 정책들을 선정해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이를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안정론'과 '심판론' 등 정치적 의미부여가 관심사이지만, 지방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에 주안점을 둔 기획입니다. - 기자말

 

지역별 이슈를 중심으로 한 검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 정책 공약을 토대로 구청장 후보들의 환경공약을 검토해 보았다. 언뜻 생각하면 '서울시 25개 구의 행정이 얼마나 차이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환경 공약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지역별 상황의 차이와 그에 따른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따라서 구청별 특수 여건을 전제로 후보들의 공약 차이를 보는 것은 환경정책 공약을 검토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우선 종로구, 중구 등의 도심 지역은 주거지역보다 상업지구로서의 용도가 커서 공약이 전반적으로 도시의 '경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공통적으로 환경공약이 별로 없다. 경제 수준이 높은 경우 환경의 요구가 많아져 공약도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과 달리 서초, 강남, 송파 등에는 환경 공약이 여야를 통해 별로 없다. 예외적으로 강남구의 이판국(민) 후보가 생태, 에너지, 대기오염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수준 있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중랑천을 중심으로 한 동북지역 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은 서울시의 동북르네상스 개발계획과의 연계가 큰 분수령을 이루는데, 그 적극적인 수용을 통한 개발입장과, 생태를 고려한 이용과 복원이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크게 차이를 보인다. 특히 중랑구의 경우 '중랑구를 동북권 르네상스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문병권(한) 후보에 비해 '중랑천을 철새가 찾는 친환경 둔치로 조성해 중랑구를 친환경 도시로 만들겠다'는 김준명(민) 후보의 정책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중랑천 양안에 위치한 몇몇 뱃길 조성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은 4대강 사업 진행과정에서와 같이 개발과 생태보전이라는 상반된 정책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실제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

 

영등포구의 양창호(한) 후보는 또 다른 관점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환경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영등포구의 45%가 준공업지역으로 되어 있는 현실에서부터 영등포구를 '공장구'에서 '공원구'로 바꾸기 위해 폐공장 부지를 공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지역 상황을 이해하고 지역에 꼭 필요한 환경 정책 방향을 적절하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강북, 도봉 지역은 북한산 자연공원의 보존으로 인한 개발 제한 완화가 주민들의 큰 요구사항으로, 여당후보와 야당 후보들이 모두 개발 규제의 완화를 공약하고 있으나 여당 후보들이 보다 직접적인 개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구청장 후보 개인들의 공약이 환경관점에서 어떠한지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서울시 전체 관점에서 보존과 개발의 균형과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고민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천구는 항공기 소음 문제가 주요 환경이슈이며, 구로구는 경인 철도와 도로로 인한 소음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실생활에서 소음공해의 피해가 심각한 것에 비하면 각 구청장 후보들이 소음문제를 별도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데, 양천구와 구로구는 공항과 철도의 입지 문제로 소음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해결에 있어 후보별로 구체적인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여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약이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차별성도 크지 않다.

 

이슈별 평가

 

환경정책 몇 가지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공약을 검토해 볼 수 있는데, 기후변화는 새롭게 부상하는 환경문제로 그다지 많은 후보들이 다루지는 못하고 있다.

 

강남구의 이판국(민) 후보는 저탄소배출 마일리지제도를 확대하며, 에너지등급 부착, 신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공공건물에 태양광 발전시설 의무화와 지원을 공약하고 있다. 이의 추진을 위한 환경예산 확대와 환경민원 처리 원스톱센터 설치를 함께 공약해 이 분야에서는 가장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강동구의 이해식(민) 후보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 및 신재생 에너지 도입, 생태 녹지 공간 확보 등 저탄소 녹색 도시 여건 강화를 포함하고 있고, 도봉구의 이동진(민) 후보도 친환경에너지 보급 확대/대체 에너지 지원, 에너지 고효율 주택 개량 지원 등의 정책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밖에 광진구 김기동(민) 후보와 노원구의 김성환(민)후보가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교육쎈타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특히 자전거도로는 교통분야의 정책이지만 기후변화에 대비한 이산화탄소 절감 대책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전거 도로에 대한 정책은 크게 생활 체육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보는 관점과 실제 자동차를 대신하는 교통수단으로서의 관점이 있다. 첫 번째 관점은 기후변화의 대책으로 볼 수 없으며, 양평에서 자전거 산책길을 조성하기 위해 오래된 유기농 단지를 없애는 것과 같이 오히려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자전거 환승 주차장 건설과 인도와 분리된 안전한 자전거 도로 건설을 공약한 도봉구의 이동진(민)후보와 기존의 자전거 도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노원구 김성환(민)후보의 공약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서 의미가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녹색도시'라는 제목의 실제 내용은 '뉴타운 사업의 조속한 마무리와 주거환경개선'이다. '친환경 명품도시', '쾌적한 도시', '친환경 생태도시', '녹색도시', 등의 내용들도 대개 뉴타운 등 재개발 공약을 수식하는 말들로 실제로는 환경정책과 상반되는 내용을 담은 경우가 많다. 그린워시라고 부르는 이러한 수식어의 홍수 속에서, 실제로 재개발에 환경적 의미를 담은 몇몇 후보의 공약은 신선하다. 강동구의 이해식(민) 후보의 공약은 그런 점에서 생태, 에너지 절감, 신재생 에너지 등에 대한 대책을 포함하고 있는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추구하는 정책으로 의미가 있고, 영등포구 양창호(한) 후보의 공약도 도시의 생태적 조화를 염두에 둔 훌륭한 공약으로 칭찬할 만하다.

 

공약의 구체성과 이행가능성에 대한 평가

 

공약이 얼마나 구체적인가와 실행을 위한 예산이 확보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공약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양천구 권택상(한) 후보의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나 구로구의 철도 지하화 같은 공약은 사업 범위나 규모, 예산 등의 관점에서 구청장 후보의 공약으로는 신빙성이 낮다. 전반적으로 현직에 있는 구청장이나 행정 경험이 있는 후보들의 경우 공약의 구체성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환경분야의 정책 입안 범위가 워낙 협소하고 문제가 주로 개발부서에서 발생되는 만큼 큰 폭의 행정 구조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이러한 구체성을 좋게만 보기가 어렵다. 현역인 구청장 후보들이 제시하는 구체성은 현재 해당 구청의 환경정책을 나열한 것으로 오히려 현재 환경예산의 상대적 열세와 기존 행정에서의 위치를 반영하는 한계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준다. 구체성을 바탕으로 좀 더 도전적인 과제의 설정과 기존의 행정 관행을 넘어서는 통합적 접근을 볼 수 있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종합평가

 

소속 정당의 정책 기조가 있어 그런지, 한나라당의 정책이 환경성이 낮고 '그린워시'의 경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개발 정책을 수용하고 연계하는 선상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터이다. 영등포구 양창호(한) 후보의 경우는 아주 예외적으로 이미 개발된 도시를 환경적으로 복원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돋보이는 사례이다.

 

후보들 사이의 편차가 크기는 하지만, 대체로 민주당 후보들의 환경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동구의 이해식(민) 후보는 단순한 환경정책의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발전의 철학을 바탕으로 친환경 도시농업과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연계시키고, 생활방식을 자연 친화적이고 자원 순환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의 이판국(민) 후보도 환경정책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아쉬운 것은 지방자치 초기에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보였던 적극적인 조직개편에까지 이른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이 개발부서와 환경부서를 분리해 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오는 한계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이 평가 자체에도 한계로 작용하는데, 통합적인 시각에서 각 분야 사업의 환경성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환경정책만을 별도로 평가할 수밖에 없어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 전체의 영향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향후에는 지속가능발전 평가지표를 활용하는 등 평가 방법도 개선될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김은경 前지속가능위원회 기획실장이 쓴글로 생활정치메타블로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5.27 13:0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김은경 前지속가능위원회 기획실장이 쓴글로 생활정치메타블로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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