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주일, 삽이냐 숟가락이냐

[6.2 지방선거와 바람직한 생활정책 ⑧] 지방선거의 한계와 이후 과제

등록 2010.05.27 14:32수정 2010.05.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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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의 삶과 생활을 책임지는 지방자치 일꾼을 선택하게 될 날도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결과는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는 더더욱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서울시장 후보와 같은 당 구청장 후보의 지지율이 따로 움직이는 현상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후보자 선택기준은 복지 중심?

 

이런 흐름을 보이는 것은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기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큰 이슈로 4대강 사업을 가장 많이 지적했지만 지역개발과 지역복지를 내세운 후보자에서 후보 선택 기준으로 응답한 유권자 3명 중에 2명이 복지를 선택한다고 응답하였다.

 

지난 선거와 2008년 총선을 휩쓸고 간 이슈인 뉴타운-재개발 등 지역 개발을 강조하는 후보와 사람중심의 복지를 내세운 후보가 맞붙을 경우에 응답자의 65.1%가 복지 공약을 주되게 내세운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대답하였으며, 지역개발을 주요하게 내세운 후보는 3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해말 18,000명의 지역주민들이 함께한 정책수요조사(ARS조사)에서 분배 우선(72.25%)과 성장 중시(28.75%)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일자리, 보육지원, 지역내 균형발전, 공교육, 학교급식 등이 전국적 아젠다에 선정됨으로써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대다수 지역주민들은 생활밀착형 정책공약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보니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 이슈인 천안함 침몰, 4대강 사업 등 중앙중심의 정치적 이슈만 부각되어 지역의 비전과 정책대안들이 경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실제 내세운 공약들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활정치연구소'는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점검해 의미 있는 정책들을 발굴해 '바람직한 생활정책'을 선정·소개하는 기획을 진행하면서 나타난 흐름 역시 대부분의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들이 지역개발을 강조하기보다는 사람과 복지, 자연과 환경, 일자리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한 생활정책을 중심 공약으로 내세웠음을 볼 수 있었다.

 

사회복지, 교육, 부동산, 지방행정·주민참여, 체육·여가, 환경 등 분야별로 정책들을 보면서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주민이 삶과 생활에 기반한 참된 지방자치로 발전해갈 수 있다는 밝은 희망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번 6·2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도 있겠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내 삶과 밀접한 기준에 의한 선택이 되는 선거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천안함사태로 잠시 잠복해있는 무상급식 이슈에서 보듯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생활과 밀착한 정책들이 대부분 후보들의 공약으로 등장했고, 그 공약들이 기초단체장선거에서는 주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물론 이런 공약이 6.2 지방선거의 승패를 결정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중심의 정책을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앞다퉈 내세웠다는 것만으로 지방자치 발전과 지방선거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뉴타운과 재개발, 대규모 자본 유치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했던 지난 선거와는 다르게 사람중심의 개발,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거의 모든 후보자가 제시하고 있다.

 

개발공약보다는 복지나 생활과 관련된 내용들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와 경기 침체로 인해 이제는 무조건적 개발보다는 생활과 결부된 교육과 복지, 일자리와 삶의 질 개선과 같은 방향으로 전화되어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고 이는 역대 어느 때보다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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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축제 ⓒ 생활정치연구소

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축제 ⓒ 생활정치연구소

 

정책 실행까지 가능할까?

 

하지만 이러한 공약들 일부는 아직도 기본적인 방향과 사업내용만 제시하고 있을 뿐 재원 마련과 정책실행 방안에까지는 부족한 것들도 있었다.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은 개발과 주민 삶과 관련된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하고 있지만, 여당보다는 야당에서 더 많은 복지 공약과 주민 삶과 관련된 실제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번에 평가 대상이 된 서울시 25개 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복지와 교육, 일자리 분야에 대부분의 공약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했던 아파트 위주의 뉴타운·재개발 사업에 대해 주민참여 형태로 추진방식을 수정하거나 지역 내에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약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매니페스토가 정착할지에 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선거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후보자들 역시 많았다. 구체적 실현 가능성, 공약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는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그 편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으로 남았다.

 

주민과 소통하는 지방자치가 되어야

 

우리의 지방자치 선거는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의 현안해결, 지역사회의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구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지방선거는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지역주민과 소통하기보다는 주민과 정책이 없는 지방선거로 치러졌으며 단지 표를 얻기 위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무책임한 공약만을 남발하는 등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해내지 못한것이 그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아직도 중앙정치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다보니 지역사회의 고유한 비전이나 정책이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 지역사회의 의제를 파악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비전을 세우고 소통을 통해 민관이 함께 실천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후보들의 공약작성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의 소통도 이번 선거에서는 예년에 비해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6월 2일 선거 이후 4년 동안 당선된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을 제대로 실천해나가는지 지역 주민들이 지켜보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선거를 저해하고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공약들은 이제 근절되어야 하며, 지역주의와 중앙정치 중심의 낡은 선거문화를 극복하고 공약과 정책에 따라 후보자를 선출해 지방자치 발전을 실천해갈 수 있는 후보자 선택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리의 4년, 소중한 삶이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자치 일꾼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때 후보자가 내세운 정책공약 사항을 꼭 확인해보고 투표장에 가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생활정치연구소 #생활정치 #지방선거 #구청장 #매니페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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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연구소는 구체적인 일상으로부터 생활정치의 의제를 발굴하고 전문가들의 실천적 연구 및 정책화. 이를 뜻 있는 정치인들의 의회활동과 지방자치 활동을 통해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정책 네트워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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