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지방선거 외면하고 '북풍전도사'로 나서

6.2지방선거 민언련모니터단, KBS 주요 시사·특집 프로그램 비교 모니터

등록 2010.06.01 21:30수정 2010.06.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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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방송3사는 '천안함 사태'에 쏠려 선거보도에는 소홀했다. 뉴스 프로그램 외에도 지방선거나 선거관련 의제를 다룬 시사교양프로그램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KBS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주요 시사프로그램과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북풍' 띄우기에 앞장서면서도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지난 5월 한 달 KBS가 주요 시사·교양프로그램과 특집프로그램에서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 관련 내용을 각각 얼마나 다뤘는지 비교해 보았다.

 

[표]에서 드러나듯이 KBS 주요 시사·교양프로그램 가운데 지방선거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것은 5월 9일 <취재파일4321> '4대강에서 무슨 일이?' 딱 한 건이었다.

 

그 외에는 '서울시장 후보초청 정책토론회' 뿐이었는데, 그나마도 토론회의 형식과 내용이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하게 기획돼 야당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한 차례 취소한 끝에 다시 열린 것이다.

 

반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9회(토론프로그램 2회),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2회를 다뤘다. 

 

<KBS스페셜>은 5월 16일 '2010년 5월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에서는 북한의 '실상'을 담았다는 르포를 방송했다. 방송은 시작부터 천안함 인양, 장병들의 장례식 장면 등을 보여주며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미묘한 시점에 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을 우려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고,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목적으로 정상회담이 진행됐다며 화폐개혁과 3대 세습 문제 등에 비판적인 주민 인터뷰와 북한 현황을 전했다. 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나는 그게 우리나라가 아니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이 불같이 나죠"라는 한 평양시민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이 방송은 합조단의 '천안함 발표' 이후 23일 낮에 재방송되기도 했다.

 

또 이날(23일) 저녁 방송된 <KBS스페셜> '긴장의 서해 NLL을 생각한다'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형식이 아닌 '토론'으로 구성돼, 합조단 발표 이후 '급조'된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합조단 발표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준 뒤, 안보태세 강화를 주요하게 '토론'했다.   

 

합조단 발표 직후 방송된 특집프로그램도 비슷했는데, <긴급진단 천안함 사건 후속 대책은?>(5/20), <특별기획 천안함 이후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5/22)는 모두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한국국방연구소 등 '보수성향'의 토론자들을 스튜디오로 불러내 합조단의 발표와 향후 대응방안 등을 토론하는 형식이었다. 방송 내용은 합조단 발표가 '객관적 조사', '결정적 증거'라는 점을 부각하고, 안보태세 강화를 주문하는 등 정부발표에 힘을 싣는 것이었다.

 

(지난 24일 <KBS스페셜>팀의 PD 15명은 사내게시판에 "더 이상 경영진이 일방 지시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없다"며 "프로그램을 정권의 도구나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 "사장·부사장·제작본부장이 스페셜 PD이고, 제작진은 정해진 아이템에 따라 촬영·편집만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자조가 나온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이른바 상부의 '오더'로 제작된 프로그램 목록도 공개했는데 그 중에는 22일 '천안함 특집'과 23일 <KBS스페셜>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요진단> 2일 방송에서는 김태영 국방장관과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이 출연했다. 방송은 합조단의 1차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의문점, 군 대처능력 문제 등을 다뤘지만, 출연자들이 정부 입장과 합조단 발표를 사실상 대변하고 나서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했다.

 

23일 방송에서는 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원과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가 출연해 합조단 2차 발표를 토대로 대북제재 방안과 남북관계의 향후 전망 등을 논의했다. 두 출연자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비판하는데 한 목소리를 냈고, 홍 연구원만이 향후 정부 대응에서 '개성공단 유지', '북한에 대한 평화적 관리'를 강조했다.

 

30일에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초강경 대북정책 이후 불거진 '코리아 리스크'와 남유럽 재정위기로 불안해진 금융시장 상황을 다뤘다. 프로그램은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시장에 미친 영향이 컸으며, 여러 차례 '코리아 리스크'가 있었지만 회복되어 왔다는 등 그동안 정부가 밝혀온 입장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취재파일4321> '1번 어뢰의 비밀'(5/23)은 합조단이 발표한 천안함 침몰 원인과 그 증거로 공개된 '어뢰 추진체'를 다루며 합조단 발표를 다시 한번 설명하고, 군의 경계태세 허점을 지적했다.

 

5일 방송된 <추적60분> '천안함 무엇을 남겼나'는 합조단의 1차 조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제기되는 '어뢰 폭발설'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른 가능성으로 '좌초설'을 비중 있게 다루고, 군의 기밀주의를 비판하는 등 여타 프로그램들과 다른 내용을 다뤘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KBS의 대부분 프로그램들은 정부 입장에 힘을 실으며 북한의 도발 우려와 안보태세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충분한 정보 제공, 정책 보도로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 관권선거와 부정선거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 등 선거 시기 '공영방송'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러나 지난 한 달 KBS 시사프로그램에서 '선거'는 없고 '북풍'만 불었다. KBS가 지방선거에서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6.2지방선거 민언련모니터단의 KBS시사프로그램 모니터입니다. 기사 내용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10.06.01 21:30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6.2지방선거 민언련모니터단의 KBS시사프로그램 모니터입니다. 기사 내용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천안함 #지방선거 #KBS #북풍 전도사 #시사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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