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골목은 골목장미부터

[골목길 사진찍기 18] 해사한 내음을 베푸는 골목꽃

등록 2010.06.08 12:03수정 2010.06.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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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후끈후끈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이토록 무더운 여름날은 봄볕을 받으며 맑고 밝게 빛나던 봄꽃이 모두 저물고 잎사귀가 푸르디푸르도록 달라지는 철입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서 외려 더 곱게 피어나는 메꽃이 동네 곳곳에 고개를 내밉니다. 어느덧 노란 감꽃이 앙증맞게 달리며 부드러운 감내음을 일찍부터 알립니다. 감알은 퍽 굵고 큰데 감꽃은 얼마나 조그마한지. 푸른 잎사귀 안쪽에 살며시 숨어 있는 노란 감꽃을 알아보자면 감나무 밑에서 한참 동안 고개를 들어올리고 있어야 합니다만, 도시에서고 시골에서고 느긋하게 감나무 밑에 서서 감꽃과 감내음을 즐길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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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온갖 빛깔 장미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 최종규


골목길을 거닐면서 여름을 맞이하여 한껏 무르익고 있는 장미꽃 무리를 만납니다. 골목집에서 여러 해에 걸쳐 돌보고 있는 장미꽃은 꽃그릇에 자그맣게 심어 한 두 송이만 피워 올리는 한편, 숱한 장미가지마다 숱한 꽃송이가 온통 뒤덮듯 피워 올리기도 합니다. 푸른 숨결이나 고운 흙결 하나 없는 도심지 한켠에 놓인 꽃그릇이라든지 자그마한 집에서 일구는 텃밭이나 꽃밭이라든지, 이 작은 땅뙈기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목숨붙이들을 심고 가꾸며 어루만지는 손길이란 참 고맙습니다.

여름골목은 장미꽃에서 비롯하고, 장미꽃에서 이제 여름이구나 하고 느낀달까요.

수천 수만 송이가 한꺼번에 피어나며 이루는 장미누리도 즐거울 테지만, 집집마다 한두 송이씩 피어나며 이 골목 저 골목 따라 흐드러진 빨간 꽃빛을 나누는 장미골목 또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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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하나. ⓒ 최종규


86. 인천 중구 내동. 2010.6.7.11:05 + F16, 1/80초
우리 식구 살아가는 골목집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보는 장미꽃 아래로 '2층 임대' 알림판이 내걸립니다. 우리 식구는 이 달을 끝으로 도시를 떠나 시골집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옮길 짐을 꾸리다가 한숨을 돌리려고 아이랑 바깥마실을 하는 길에 계단 짬에서 아래층 집임자 할아버지가 걸어 놓은 알림판과 장미꽃을 함께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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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둘 ⓒ 최종규


87. 인천 중구 중앙동2가. 2010.6.7.12:11 + F11, 1/80초
지난날에는 인천시청 있던 자리가 오늘날에는 인천 중구청 자리입니다. 중구청을 오간다든지 중국인거리를 드나든다든지 하는 사람들 발길을 타지 않는 살짝 후미진 안쪽 골목집은 더없이 멋스러운 꽃밭누리입니다. 저는 '좀더 넓은 골목'보다 '좀더 좁은 골목'으로 다녀 버릇하기에 늘 이 골목집 앞을 지나다니며 봄이면 봄꽃을, 여름이면 여름꽃을, 가을이면 가을꽃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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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셋. ⓒ 최종규


88. 인천 중구 경동. 2010.6.2.14:32 + F13, 1/80초
길 하나 건너면 율목동이 되는 경동 한자락에 자리한 살림집 바깥 붉은벽돌 담벼락에는 언제나 장미꽃만 골목 쪽으로 고개를 내밀며 자라납니다. 해마다 비슷한 숫자에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붉은빛을 띠는 골목장미를 바라보면서 어김없이 사진을 찍는데, 해마다 산뜻함과 싱그러움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이 집에서는 어여쁜 붉은 장미가 골목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 맑은 내음을 선사해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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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넷. ⓒ 최종규


89. 인천 중구 관동3가. 2010.6.7.12:24 + F13, 1/80초
나무가 먼저 자란 다음에 아스팔트가 깔렸겠지요. 골목집 앞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는 뿌리를 느긋하게 뻗기 어렵도록 아스팔트한테 짓눌리고 있지만 그예 잘 살아가면서 해마다 새로운 꽃을 피우고 새로운 잎사귀를 틉니다. 골목나무를 앞으로 놓고 있는 골목집 또한 해마다 숱한 골목꽃을 키워 내면서 고운 꽃내음을 듬뿍 베풀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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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다섯. ⓒ 최종규


90. 인천 동구 만석동. 2010.6.3.17:29 + F16, 1/80초
온통 공장으로 뒤덮인 만석동 골목동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만석동 한켠에서도 꽃그릇 하나에 장미를 심어 마음을 달래고 동네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있습니다. 빨리빨리에서 벗어나고 크게크게에서 홀가분할 때라면 골목집 꽃그릇 붉은장미 몇 송이를 알아보면서 허리를 숙여 눈을 지긋이 감고는 코를 내밀면서 해사한 기운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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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그늘을 드리우는 골목장미.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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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흐드러진 골목길을 거닐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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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집 창문 곁으로 피어난 장미무리.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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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가득한 골목길로 아이들이 뛰어다닙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골목길 #인천골목길 #사진찍기 #장미 #골목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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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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