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진정성이 반구대암각화를 살린다

울산시, 사연댐 수위조절에 관한 계획이 있음을 밝혀

등록 2010.06.19 09:42수정 2010.06.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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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는 6월 18일 오전 9시 정각에 언론사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배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연댐 수위 조절을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보도자료의 내용은 크게 환영할 만합니다. 이전에 쓴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사연댐의 수위를 52m 정도로 낮추는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울산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사연댐의 수위를 52m로 낮추기 위해 댐에 수문을 설치하려고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울산시의 입장은 2003년도 용역조사에 의해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물막이 제방을 쌓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닿지 않도록 수위를 낮추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서 수위를 조절하겠다고 하니 진작부터 수문 설치를 주장했던 입장에서는 반갑기 그지없고 고맙기 한량없는 선언입니다.

 

그러나,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분명 울산시의 전향적인 입장전환이기에 환영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연댐 수문설치와 수위조절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울산시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가 하는 점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의 입장은 이러했습니다.

 

"청(문화재청)은 그 동안 이 문제로 울산시와 꾸준히 논의해 왔다. 울산시나 우리(문화재청)나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므로 울산시가 댐의 수위를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안다. 일단 언론에 나갔으니 그대로 진행하지 않겠느냐?"

 

입장을 들어보니, 문화재청은 울산시가 위의 내용으로 발표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원칙적인 내용을 말할 뿐 이번 발표와 직결된 정부부처의 입장을 확인해주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에 나간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위의 링크와 캡쳐화면의 부분입니다.)

 

울산시는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234 - 1번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의 물속 잠김에 따른 훼손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하류에 설치돼 있는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6월중 국토해양부, 문화재청,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과 사연댐 수문설치 문제를 적극 협의, 빠른 시일 내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 수위를 52m(만수위 60m)로 유지하면 상류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지 않기 때문에 침수에 따른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하 생략, 뉴스와이어 6월 18일 배포 기사에서 인용)

 

기자는 울산시가 위와 같은 내용을 언론에 배포했을 때는 명확한 계획이 있으리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 보니 이 기사에서 사실은 "양해각서(MOU) 체결 계획이 있음"입니다. 이는 "양해각서 체결"이라는 뉴스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는 울산시의 일방적인 계획발표이지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상호 교감과 협의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에 대한 보도자료는 아닌 듯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문화재청에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면 2009년 국무총리실의 중재안에는 문화재청이 사연댐 수문공사비를 부담하는 쪽이니까요.

 

2009년 상반기에 국무총리실에서 내놓은 중재안의 내용을 상기해 보면, 핵심내용이 바로 사연댐의 수위낮춤입니다. 그 최선의 방법이 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것이고, 그 수문설치에 드는 비용은 문화재청에서 부담하기로 했고, 용수 공급에 관한 것으로 국토해양부의 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중재안에 대해서 울산시는 거부 입장이었고, 예상되는 물부족에 대한 대책이 없이는 입장의 변화는 없을 듯했습니다. 그런데 18일에 전격적으로 저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수문설치가 울산시의 아이디어인 듯 보이도록 한 것도 무시할 수 없겠군요. 울산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울산시 담당 공무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연댐 수문설치와 수위 조절은 계획단계다.  아직 수자원공사나 국토해양부와 협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될 것으로 본다. 협의가 잘 되어야 예산도 들어오고, 식수 문제도 해결된다.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원론적이고 알맹이는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긍정적 자세로 관련 정부부처와 협의중이라는 것은 사실로 다가왔습니다.

 

자, 이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울산시의 진정성입니다. 저는 울산시가 사연댐의 수위 조절안에 대해 일말의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에 큰 의미를 둡니다. 하지만 그 큰 의미의 전제는 울산시가 이제부터 보일 태도에서 드러날 진정성입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6월 중에 협의가 끝나고 양해각서는 체결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리라 희망합니다. 그러나 저 협의가 틀어질까 걱정스러움 또한 쉽게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울산광역시 살림을 벌써 세 번째 맡은 박맹우 현시장님은 공약 실천도가 매우 높은 분으로 유명하답니다. 그분의 공약실천도를 울산 시민들이 믿기에 재선, 삼선까지 허락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분이 삼선에 성공하자 마자 내린 첫결정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된 내용이라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박시장님의 공약 1번도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었습니다. 다만 그 공약은 너무 오래 전(2003년)의 용역보고 등에 기초한 것이라 걱정했는데, 이번 발표를 보니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어도 좋을 듯합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합시다. 사연댐의 수문설치와 수위조절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논의한 바도 있고, 그에 따라 관련 정부부서의 대응도 빠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미 울산시도 수위조절에 대해 수용할 뜻이 있음을 밝힌 이상, 계획단계를 넘어서서 실행의지를 빨리 보여야 합니다.

 

울산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실제 반구대 암각화의 위태로운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세계유산 등재의 절차와 조건, 그리고 학계나 정부, 울산시의 노력, 반구대 암각화의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치에 대해 모두가 알 수 있게 시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려야 하며, 시민의 식수 문제에 대해 시가 노력하는 만큼 중앙정부와 문화재청, 학계 등도 잘 알고 있으며 그 제안 사항을 객관적으로 제시하여 울산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래서 현 상황에서 시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과 양해각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지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 모든 것을 앞서는 행동은 당연히 '사연댐 수문설치와 수위 조절'에 대한 구체적이고 뚜렷한 계획을 조목조목 밝히는 일입니다. 울산시가 진정성을 보이고, 위대한 문화유산 '반구대 암각화를 살렸다'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6.19 09:42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시 #반구대암각화 #사연댐 #문화재청 #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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