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옆 골목고양이

[골목길 사진찍기 23]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

등록 2010.06.21 11:46수정 2010.06.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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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고양이 또한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이 있을 테며, 사람을 싫어하는 녀석이 있겠지요.


사람들은 개를 길들이고 고양이한테 목줄을 달아 곁에 놓고 기른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사람 쓸모에 따라 들짐승을 집짐승으로 바꾸어 냈습니다. 들판을 뛰놀며 살아갈 짐승들을 사람들이 고기로 삼는다든지 알이나 털이나 가죽을 얻는 데에 쓴다든지 합니다.

사람들은 짐승뿐 아니라 풀과 나무를 길들입니다. 그리고 사람 스스로 사람을 길들입니다. 같은 사람이지만, 돈과 이름과 힘이 있는 이들은 다른 이들을 노예처럼 부린다든지 기계처럼 다루곤 합니다. 서로서로 같은 목숨이요 같은 넋이요 같은 삶임을 헤아리지 못하곤 합니다.

골목고양이한테 먹이와 물을 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골목고양이 먹으라고 몰래 먹이와 물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까닭 때문에 골목고양이를 싫어하든, 이냥저냥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이든, 퍽 많은 사람들은 사람들이 들고양이 삶터를 몰아내거나 없애 버렸음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들고양이 삶터뿐 아니라 들개 삶터와 들새 삶터와 들목숨 삶터를 모조리 빼앗았습니다. 이 나라는 온통 사람 삶터일 뿐, 솔개나 산양이나 미꾸라지나 해오라기가 지낼 삶터가 아닙니다. 도룡뇽 한 마리 느긋하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비둘기 한 마리 비둘기답게 지낼 수 없습니다. 꾀꼬리와 딱따구리가 움틀 숲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요. 하늘소와 멧토끼가 깃들 숲은 어느 만큼 있는가요. 들이고 논이고 뻘이고 멧부리이고 온통 아파트요 길이요 관광단지요 골프장이요 공장이요 하는 판입니다.

도무지 숨을 쉴 수 없는 들짐승인데, 이런 들짐승들이 사람만 바글거리는 도시에서 용케 목숨을 건사합니다. 이제는 시궁쥐이든 들쥐이든 도시에서는 쥐마저 살아남기조차 힘든데, 사람들은 이웃 목숨붙이한테 조그마한 땅뙈기이든 밥부스러기이든 나눌 마음이 없습니다.

나무와 풀포기 하나 넉넉히 깃들 자리 없는 한편, 숱한 목숨붙이 가운데 사람만 살아야 한다고 하는 이 터전이란, 사람들한테 얼마나 아름답거나 살기 좋은 곳일는지 궁금합니다. 골목고양이가 되어 살아가는 가녀린 목숨한테마저 매섭고 매몰찬 사람들 터전이란 어느 만큼 좋은 동네라 할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재개발과 재건축 따위는 가난한 사람뿐 아니라 골목고양이까지 송두리째 밀어내고 쫓아내며 죽음으로 내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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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하나 ⓒ 최종규


111. 인천 중구 내동. 2010.6.14.15:13 + F14, 1/80초
동네 한켠을 갖은 풀과 나무와 꽃으로 꾸미는 이웃집 분들은 골목고양이 먹을 밥과 물을 늘 집 앞에 놓고 있습니다. 골목고양이들은 새끼를 낳고 키우는 동안 이 집에서 걱정없이 밥과 물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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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둘 ⓒ 최종규


112. 인천 동구 금곡동. 2010.5.30.14:14 + F11, 1/100초
어슬렁어슬렁 동네마실을 하는 골목고양이만큼 동네를 잘 알고 읽는 목숨붙이는 없겠지요. 돌 틈에 피어난 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디에선가 슬며시 골목고양이 한 마리 다가와서 꽃 있는 쪽을 한동안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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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셋 ⓒ 최종규


113. 인천 중구 내동. 2010.6.19.12:58 + F13, 1/80초
골목집 앵두나무 앵두알이 발갛게 잘 익었습니다. 봄날 꽃이 폈을 때에는 무슨 나무인지 잘 몰랐는데, 열매 맺힌 모습을 보며 비로소 알아챕니다. 발간 앵두야 반갑구나 인사를 하며 바라보고 있자니, 앵두나무 집에 들른 골목고양이가 껑충 뛰어 담벼락으로 올라서다가 화들짝 놀랍니다.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자리에 저가 뛰어올라 그랬겠지요. 제풀에 놀라고 제풀에 부끄러워 하던 골목고양이는 퍽 오래 쑥스러운 티를 내다가 조용히 담 밑으로 다시 뛰어내려 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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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넷 ⓒ 최종규


114. 인천 동구 만석동. 2010.6.3.16:54 + F16, 1/80초
골목집 빨래가 만들어 준 그늘에서 낮잠을 자던 골목고양이는 동네마실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이 귀찮습니다. 저 혼자 지나갔다면 이 골목고양이는 그냥 빨래 밑 그늘을 즐겼을 텐데, 우리 아이랑 함께 지나가다 보니, 아이가 야옹야옹 하며 달려드니까 느리고 무거운 걸음으로 다른 데로 내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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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다섯 ⓒ 최종규


115. 인천 남구 학익2동. 2010.6.11.17:29 + F5.6, 1/50초
오래된 동네 빌라 텃밭 가장자리에서 쉬고 있는 골목고양이입니다. 오래된 동네라면 으레 텃밭을 일구고, 이 텃밭 가장자리는 높이 자란 풀포기와 꽃잎이 저를 가리거나 숨겨 주곤 합니다. 텃밭을 일구는 할매 할배가 저를 다치게 할 까닭이 없고, 오래된 빌라에는 낯선 사람이 찾아올 일이 없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금자리요 쉼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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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즐기고 싶지만, 사람 때문에 다른 데로 가고 있는 골목고양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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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포기 심은 꽃그릇 옆 그늘에서 쉬는 골목고양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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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는 골목고양이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2007∼2010)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2007∼2010)
#골목길 #인천골목길 #골목고양이 #골목마실 #사진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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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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