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집 들어서는 문

[골목길 사진찍기 24] 다 다른 삶에 다 다른 빛

등록 2010.06.24 12:03수정 2010.06.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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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 식구 살아가고 있는 인천 중구 내동 살림집 문간은 1층과 2층과 3층에서 저마다 달리 살아가는 식구들이 함께 드나드는 문간입니다. 1층에는 주인집 할매와 할배가 살아가는데, 두 분은 당신 살림집을 안팎으로 어여삐 가꾸어 놓고 있습니다. 애 엄마와 애 아빠는 동네마실을 하면서 이와 같은 꽃잔치집을 구경할 때면 으레 '우리는 이처럼 예쁘게 가꾸지는 못하겠지요'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이와 같은 꽃잔치집에 방 한 칸 얻어 달삯 치르며 살아갈 줄은 꿈꾸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복닥거리느라 집안은 늘 어지러운데, 우리 식구들 살림새는 어지럽지만 우리 식구가 깃든 살림집은 어여쁩니다. 그만큼 주인집 할매와 할배가 갖은 손길을 꾸준하게 놀리기 때문인데, 동네방네 골골샅샅 골목집 사람들 손길을 타며 한여름 뙤약볕이 무르익는 요즈음, 어디를 다녀 보든 환하고 시원하며 싱그럽습니다. 올망졸망 일구는 텃밭도 환하고, 꽃그릇 가득 심어 키우는 꽃들도 시원하며, 햇볕에 보송보송 마르는 빨래도 싱그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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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림집 문간에는 주인집 할매 할배가 심은 꽃뿐 아니라, 돌 틈에서 자라는 꽃까지 가득합니다. ⓒ 최종규

우리 살림집 문간에는 주인집 할매 할배가 심은 꽃뿐 아니라, 돌 틈에서 자라는 꽃까지 가득합니다. ⓒ 최종규

 

도시에서 살아간다 할지라도 이렇게 환하며 시원한데다가 싱그러운 모습을 마주하거나 맛볼 수 있다면, 우리들 가슴에 빛나며 어여쁜 사랑 씨앗 하나 태어나 자라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작은 꽃씨 하나 꽃그릇뿐 아니라 돌담이나 길바닥 틈에서 뿌리를 내리며 작고 예쁜 꽃일 피우듯, 우리들 작은 가슴에서도 어여쁜 사랑 씨앗이 꽃을 피우며 따스하고 넉넉한 마음결을 이웃하고 나눌 수 있으면 더없이 기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가난한 집 대문이건 가멸찬 집 대문이건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들 한 동네에서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사람들 어여쁜 보금자리 대문입니다. 나무로 만들었든 쇠붙이로 만들었든 고운 대문이요, 나무에 니스를 발랐건 안 발랐건, 쇠문에 노란 빛을 발랐건 푸른 빛을 발랐건, 이 집에서 깃들어 지내는 식구들한테는 애틋하며 살가운 대문입니다.

 

날마다 드나들고 언제나 함께하는 조촐한 보금자리는 동네사람 스스로한테뿐 아니라 이웃사람 누구한테나 함박꽃 같은 웃음을 나눕니다. 그러고 보니, 함박꽃은 골목동네 어디에서나 환하게 피고 지는 흔한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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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하나 ⓒ 최종규

골목길 사진 하나 ⓒ 최종규

 

116. 인천 동구 화평동. 2010.6.14.15:43 + F14, 1/80초

대문 한쪽은 꽃그릇으로 아예 막힙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꾸며 놓고 살지는 않았겠지요. 대문을 한쪽만 여닫으며 지내다 보니, 꽃그릇을 하나하나 이 앞에 놓고 지내다가 어느새 대문 둘레로 꽃밭이 이루어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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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둘 ⓒ 최종규

골목길 사진 둘 ⓒ 최종규

 

117. 인천 동구 송현2동. 2010.6.14.16:03 + F9, 1/60초

외딴 막다른 골목 한켠입니다. 나무문을 밀고 닫으며 드나드는 느낌이란 어떠할까요. 골목집 이웃은 빗자루를 늘 문간에 놓으면서 당신 스스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없기도 하지만, 흙먼지 하나 쌓이지 않도록 날마다 정갈하게 쓸고 치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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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셋 ⓒ 최종규

골목길 사진 셋 ⓒ 최종규

 

118. 인천 동구 화수1동. 2010.6.14.15:46 +  F16, 1/80초

옛날 살림집은 뒷간이 집 바깥에 있습니다. 노란 대문 골목집 뒷간 또한 아직까지 집 바깥에 있습니다. 왼쪽은 살림집 문이요 오른쪽은 뒷간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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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넷 ⓒ 최종규

골목길 사진 넷 ⓒ 최종규

 

119. 인천 동구 송림5동. 2010.5.30.15:12 + F7.1, 1/80초

막힌 대문 한쪽에는 꽃그릇이 놓이고, 자동차 드나들지 않는 집 앞 길가에는 어린이 자전거가 서며, 1층짜리 작은 집 옥상 자리에는 빨랫대를 놓고 해바라기 빨래 널기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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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다섯 ⓒ 최종규

골목길 사진 다섯 ⓒ 최종규

 

120. 인천 동구 화평동. 2010.5.26.13:30 + F14, 1/80초

아파트는 아파트 나름대로 즐겁고 좋은 살림집일 테지요. 그리고 골목집은 골목집 나름대로 즐겁고 좋은 살림집입니다. 땅을 밟고 흙기운을 맡을 수 있는 골목집이라면 더 즐겁고 좋은 살림집이요, 자전거를 타고 동네마실을 하거나 일터를 오가거나 저잣거리 나들이를 한다면 한결 더 즐겁고 좋은 살림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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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과 집 둘레에 텃밭 일구는 손길이란 참 곱습니다. ⓒ 최종규

문간과 집 둘레에 텃밭 일구는 손길이란 참 곱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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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을 예쁘게 꾸미는 손길을 느끼는 골목마실. ⓒ 최종규

문간을 예쁘게 꾸미는 손길을 느끼는 골목마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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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마련한 텃밭은 '문전옥답'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 최종규

집 앞에 마련한 텃밭은 '문전옥답'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2007∼2010)

2010.06.24 12:03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2007∼2010)
#골목길 #인천골목길 #골목마실 #사진찍기 #골목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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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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