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MB정부를 '먹통권력'이라 한 까닭

이만열 교수 2007년~2009년 칼럼 모아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 출간

등록 2010.07.15 14:46수정 2010.07.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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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 ⓒ 지식산업사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 ⓒ 지식산업사

'의자왕' 하면 삼천 궁녀가 떠오를 정도로 그는 타락한 왕이었다. 그런 의자왕에게도 '성충'이라는 충신이 있었다. 그러나 의자왕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충언하는 성충을 감옥에 가뒀다. 그 사건 이후 "이로 말미암아 감히 말하는 자가 없어졌다"고 <삼국사기>는 기록했다. 이만열 교수는 백제 쇠망의 원인을 여기에서 찾았다. 소통이 막히면 위정자의 판단력이 흐려진다고 보았다. 그는 언로를 막는 것이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했다.

이만열 교수는 2007년부터 3년 동안 <경향신문>, <한겨레>, <국제신문> 등을 통해 발표했던 칼럼을 모아 책을 내면서 제목을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로 지었다. 불통의 현실에도 예언자의 소리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에서다. 이만열 교수가 칼럼을 썼던 기간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용산 참사 등 한국 사회에 굵직한 일들이 일어났던 때다. 사건들을 맞이하면서 이 교수는 MB 정부에게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부아가 치민다며 '먹통 권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정부의 품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도 꼬집었다.


이만열 교수는 자신이 비판하는 이유는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의 의무감은 역사의식에서 비롯한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과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고, 우리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 오면서 이 교수는 불의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부끄러운 식민지' 역사도 승화시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제 강점기 같은 민족 차별과 서러움의 역사도 더 이상 수치와 오욕의 기억으로만 남기면 안 된다는 말이다. 지난 역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동남아 근로자들을 차별한다고 했다. 이 교수 말대로라면 우리는 그들을 차별하는 대신 그들의 눈물을 씻어 주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민족이 그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분단의 고통, 파쇼적인 독재에 맞선 민주화 투쟁, 빈곤을 극복한 산업화 등도 나누고 섬기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기 위해 이만열 교수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과거사 청산이다. 그는 부끄러움을 스스로 폭로해서 무거운 짐을 털어 버리면 오히려 떳떳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죽음을 택한 만큼 결단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사즉생'(死卽生 :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산다)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즉생'한 사람의 고백이 사회 전체를 정직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만열 교수 역시 사즉생하는 반전을 꿈꾸며 나라에 충언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감히 말하는 자가 없는' 시대에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책을 통해 들어 보자.

"공직 사회에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국가 체통이 서게 되고 그만큼 국민은 통치 권력을 신뢰하게 된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불신을 키우고 허무주의를 부추겨서 통치 영역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적시에 책임을 묻고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은 결코 통치권에 누가 되지 않는다. 국민을 보듬는 감격을 준다.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면책되는가. 아니다. 그 파장은 가깝게는 정권 교체로, 장기적으로는 역사 앞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끄러운 세대를 양산할 뿐이다." - 본문 93쪽


"오늘날 시민적 자유가 공권력에 의해 제압당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시민 사회가 누려야 할 기회와 권리도 균형 있게 주어지지 않는다. 정치의 핵심 가치라 할 형평과 공의의 문제가 여기서 대두된다. 형평 없이는 공의를 거론할 수 없다. … 법질서 확립을 외치며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이성과 절제는 바로 이런 곳에 절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권력의 무질서한 행사로 시민적 자유와 창의성은 움츠러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는 침체에 빠진다." - 본문 7쪽

2010.07.15 14:46 ⓒ 2010 OhmyNews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 #이만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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