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과 따로 노는 2009개정교육과정

[2009개정교육과정 고시 분석]

등록 2010.07.20 11:45수정 2010.07.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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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개정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정리한 선전물입니다. 개정과정의 문제와 수업시수 20%증감, 교과서도 없는데다 집중이수제로 생기는 학습권침해 등의 문제점을 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 전교조


2009개정교육과정(2009-41호)은 작년 1월에 개편논의를 시작하여 12월 23일 고시하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기는커녕 개편과정에 대해 개입하기도 어려웠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7차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고, 2009년은 초등 1, 2 학년에만 2007개정교육과정 교과서로 수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2009개정교육과정은 교육현장과 동떨어진 채, 현장의 비판에 좌충우돌하면서 만들다 보니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으로는 교육과정 총론 자체가 기본적인 내용도 못 갖추고, 결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은 첨부파일 참고).

어라, 국어 시간 계산도 틀렸네

2009개정교육과정은 그간 학년별로 된 시간과 과목 편제표를 학년군으로 만들어 교사가 봐도 무슨 말인지 해석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단순한 시수 계산도 틀려서 학교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2007개정교육과정 국어시간 : 238(3학년) + 204(4학년) = 442시간
2009개정교육과정 국어시간 : 238(3학년) + 204(4학년) = 402시간

2009개정교육과정은 2007개정교육과정 교과내용을 거의 그대로 쓰고 운영방법을 바꿔놓았다. 1, 2학년, 3, 4학년, 5, 6학년 두 학년씩을 묶으려고 교과시수를 기계적으로 합쳐놓았는데 공교롭게 국어만 시간 차이가 났다. 이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작년에 공청회 때는 표만 내놓더니 문제제기를 받고 고시안에는 슬그머니 한 줄을 넣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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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학년군제 편제표입니다. 초등학교는 2년씩, 중고등학교는 3년씩 묶어 제시하였습니다. 학년별로 만든 편제표만 보다가 2년씩 묶인 걸 보니 한 학년에서 얼마나 해야 하는지 해석이 잘 안되고 봐도봐도 잊어먹게 됩니다. 실제 생활은 1년씩인데 편제표는 2년씩이라 두고두고 이런 혼란이 생길 것 같습니다. ⓒ 신은희


④ 3~4학년의 국어과 기준수업시수는 주5일 수업에 따라 감축된 시간 수이므로 학교에서는 442시간을 기준수업시수로 운영할 수 있다(총론 4쪽).


만약 위 말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교과서에 있는 시간대로 수업을 하면 3학년이 4학년보다 주당 1시간이 많아진다. 아마 그러면 학교에서 큰 혼란이 올 것이다. 아니면 국어시간을 34시간 줄여서 운영을 할까? 그러면 이번엔 학생들의 수업내용에 문제가 생긴다. 현재 3학년 국어책을 보면 1년에 238시간 분량이고 학기말까지 수업을 해도 교육내용을 소화하기가 벅차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걸 34시간을 빼고 수업을 하려면 단위시간당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아져 매우 힘들게 된다. 교사들은 진도 빼느라 숨이 차고 아이들은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수업이 팍팍 지나가는 셈이 된다. 3학년은 올해 듣기·말하기와 쓰기 교과서를 기계적으로 합쳐 아이들에게 300여쪽의 무거운 교과서를 받아 힘들어했는데, 이래저래 졸속정책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무겁고 어려운 새 교과서, 불쌍한 초3)

3학년 국어만 주5일제, 나머지는요?

게다가 문구대로 하면 3학년 국어만 주5일제를 적용한다는 뜻이 된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주5일제 적용여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원래 2011년부터 주5일제가 적용된다고 하였고, 처음에 주5일제 교육과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고시를 할 때는 주5일제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편제표에 위의 문구가 있어 주5일제 적용이 되는 건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6월 초에 교과부가 운영하는 2009개정교육과정게시판에 이런 내용이 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에 있어서는
  ''''3~6학년의 연간 총 수업 시수는 월 2회 주 5일수업제 실시에 따라 34시간의 범위 내에서 감축''''하는 내용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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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 교과부에서 운영하는 2009개정교육과정 게시판에 뜬 내용입니다. 자초지종 설명이 전혀 없어 무슨 내용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 신은희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 학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단지 저 문구만 실려있다. 무슨 내용인가 싶어 질문을 했지만 지금까지(7월 19일 현재) 답변이 없다.교육과정이 학교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모르는 관료와 학자들이 교육과정을 뜯어고치더니 다짜고짜 공지사항에 몇 줄 올려놓는 불친절함이나, 초3 국어만 월2회 주5일제(지금처럼)를 적용하고 다른 건 아니라는 이런 식의 운영방안은 정말 국격이 떨어지는 고시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자신들이 제대로 만들었어야 할 고시안의 문제를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돌려버리고는 홍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심지어는 교과부에 교육과정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 전화하면 잘 모르니 자문회의에 하라거나 불친절하게 대답해서 당황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 강화? 실제론 시간 줄이고 한자, 정보 끼워넣고선

교과부가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가장 선전하고 있는 것이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교과학습 부담을 줄이고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인성과 창의성교육을 강화하고 입학사정관제도까지 연관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등학교는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려서 강화했다고 선전하는데, 정작 초등학교 4-6학년은 1시간이 줄고 공부할 게 더 늘었다.

⑹ 정보통신활용교육, 보건교육, 한자교육 등은 관련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이는 2007개정교육과정에 비해 '개악'된 것이다. 7차교육과정에 정보화교육이 주당 1시간 운영되고, 2009년부터 보건교육과정이 5-6학년에 17시간씩 운영된다. 2007개정교육과정은 정보화교육규정을 따로 두지 않아 관행상 시도교육청에서 주는 교재로 정보화교육을 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학교나 학급에서 자율적으로 교육내용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2009개정교육과정은 여기에 한자까지 집어넣어놓고 자율성이 커진다고 자랑하고 연수하고 다닌다.

이렇게 되면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특별활동이나 교사 특성, 학교특성을 살린 자율적 교육은 할 시간이 없다. 현재 5-6학년에 배정된 연간 136시간(재량+특활)에서 재량시간은 정보화교육 34시간, 보건교육 17시간 빼면 특활과 통합해 체험학습 하는데 조금 이용할 시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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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교 5학년 재량활동과 특별활동 운영 사례입니다. 재량특활을 합쳐 주당 4시간이지만 고정 내용을 빼면 시간이 거의 없어 체험활동에 9시간, 어린이회 9시간 확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주당 3시간으로 줄면 재량권은 거의 없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 신은희


특활시간은 자치, 적응, 봉사, 행사, 계발영역에서 계발활동 68시간에 10시간 이상이 각종 학교행사로 빠지고 봉사활동 몇 시간 넣고 나면 1달에 1번 학급회의 할 시간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6차교육과정까지 주마다 하던 학급회의가 지금은 거의 액세서리 수준인데, 앞으로는 이나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당 1시간이 또 빠져버리고 한자까지 들어왔으니 이건 교과목시간으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교장들이 눈치보며 하던 한자교육을 국가교육과정 대접을 받으며 하게 되었다. 죽어나는 건 불쌍한 학생들 뿐이다.

당장 올해부터 학교에는 정체도 모를 단체들로부터 한자교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홍보를 위해 공짜로 오는 것도 많지만, 앞으로는 다 학교운영비나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한글도 제대로 안 가르쳐 주는데, 영어, 거기에 한자까지. 이러니 교과목 줄여 학습부담 줄인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교육과정이다.

더 심각한 것은 초등학교에서 6차나 7차교육과정기부터 교과, 재량, 특활시간을 통합하여 자유롭게 체험학습을 운영하던 것이 이제는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영역이 들어와 오히려 축소되고 경직되는 것이다. 초등에서는 교과활동자체가 체험을 강조하기 때문에 교과나 학교특색에 따라 체험활동을 많이 해왔다.

이때 걸림돌이 되는 건 교과 진도와 비용문제, 안전 확보였다. 체험을 하기 위해 기본내용을 익히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9개정교육과정대로 하려고 보면 교과시간에서 체험활동 할 시간을 빼야 하므로 진도 나가기가 어렵고 그러다보면 오히려 체험활동보다는 교실 안 수업으로 끝내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2009개정교육과정에 와서도 이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가 없다. 어릴 때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라는 이야기는 있지만, 비용문제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교과별로 필수학습내용 중심으로 내용을 20% 줄이면 아무래도 체험과 조작활동을 요구하는 내용이 가장 먼저 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초등 전체적으로는 체험과 조작활동이 늘 수업의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수업이 지식내용과 체험활동 이렇게 이분화될 수도 있다.

학생들은 2년 학년군제, 담임은 1년마다 바꿔?

2009개정교육과정은 학년별 체제를 학년군(초등은 2년씩, 중등은 3년씩)으로 운영하라고 한다. 현재 교과서는 학년, 학기별로 나와있는데 2년씩 묶은 시수를 가지고 20% 증감을 하라고 한다. 즉 초등 1, 2학년이면 1-1, 1-2, 2-1, 2-2학기 교과서를 가지고 학급 담임이 학생들 수준에 따라 4학기 분량에서 재구성해 가르칠 수도 있다.

이런 구조라면 학급이 2년 단위로 운영되어야 한다. 즉 1-2, 3-4, 5-6학년을 같이 올라가야 2년간 배울 내용을 빠짐없이 융통성있게 배울 수 있고 교사도 연임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정작 현재 학급담임체제는 1년제이고 교과부는 연임제를 운영하기 위한 기초 연구나 정책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나 학부모 모두 연임제 반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학년군제, 담임은 1년씩 돌아간다면 교육과정을 융통성있게 운영하기가 어렵다. 외국의 학년군제는 한 학급을 담임이 2년에서 길게는 4-6년까지 끌고 가는 것을 전제로 하고 불가피할 경우에나 중간에 바뀐다. 이런 기반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 발달 수준에 맞춰 교육과정을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담임이 1년마다 바뀐다면 학기별로 있는 교과서를 그대로 쓰는 것이 학생들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결국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학년군제는 언론에 선진국형이라고 선전할 때나 쓰이거나, 예체능교과 무리하게 20% 감축하는 데나 도움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래저래 학년군제는 뜨거운 감자이다. 교과서를 봐도 학년군제에 따라 만드는 교과서는 2014년부터나 나올 예정이니 2007개정교과서와는 맞지 않고, 교과서가 나온다 해도 학부모, 교사 모두 연임제를 탐탁지 않아 하는데 무리하게 적용해서 부작용 만들기는 싫고.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우리 나라 현실에 맞춰 적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민주적인 의견수렴과 치밀한 연구가 뒷받침되었어야 하는데 2009개정교육과정은 이런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전학 가면 무조건 피해자?

2009개정교육과정이 선진국형이라고 선전하는 집중이수제도 학교현장에서는 문제가 많다. 주당 1-2시간 하는 교과를 한두 학기에 집중해서 배우게 하면 내용도 심도깊게 배우고 학생들의 학기당 이수과목수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자율이라서 배우는 교과가 다 달라져서 전학을 가면 의도하지 않게 배운 걸 또 배우거나 못배우는 교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는 그동안 이에 대해 시도교육청에서 책임지라는 말 외에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이 말 때문에 2009개정교육과정을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수업을 하다보면 운동 경기나 체험학습으로 며칠만 빠져도 보충하기가 쉽지 않다. 수업 겨우 끝내고 아이를 가르치려하면 아이는 나름대로 자기 시간이 빡빡해서 싫어한다. 교사도 업무가 밀려 마음이 편치 않다.

수업을 한다해도 전체가 공유한 느낌이라거나 새롭게 해석하는 이런 것은 불가능하고 내용만 겨우 이해시키는 수준이 된다. 게다가 집중이수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예체능 교과는 이런 식으로 수업해서는 교육효과가 별로 나지 않는다.

전학생이 교육청이나 다른 거점 학교로 가서 수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 과연 누가 이 학생의 안전을 책임질 것인가? 고등학교도 이런 문제 때문에 교과별 거점학교 운영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신성하다고 강조한 학습권을 보장받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결국 교과부는 교육청에 책임을 미뤄놓고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공은 학교로 돌아온다. 학교는 형식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이래저래 전학온 학생과 학부모만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장자율성 없애고도 학교자율화라니

이 외에도 교육과정 고시안을 보면 논리적인 문제가 많다. 2009개정총론은 글로벌 창의인재를 기르기 위해 학년군, 교과군제 안에서 집중이수제를 활용해 학기당 7-8개 교과를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구하는 인간상 첫 번째에 나온 전인적 인간상은 원래 글로벌 창의인재와 충돌해 사라졌다가 마지막 고시안에서 겨우 살아났다. 교육과정심의회 마지막 회의에서조차 없었던 것이 고시안에는 인쇄만 되었다. 헌법이나 전인교육을 주창한 초중등교육법과 어긋난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 2009개정교육과정이 운영방안변경에 중심을 두다 보니 교육과정 구성 방침이 이전에 비해 많아졌다. 운영 주체는 국가와 학교로만 두고, 시도교육청의 역할은 지원사항(돌봄교실, 집중이수제 피해 규제방안 등)에 중심을 뒀다. 사실 단위학교자율성은 2007개정교육과정에서부터 강조된 것인데 새로운 것인양 홍보를 하고 있다. 

구성방침을 보면 그간 단골메뉴였던 교육내용의 양과 수준의 적정화나 현장 자율성 확대가 없어졌다. 학교자율화가 실은 학교장 자율화이기 때문이다. 결국 집중이수제나 수업시수 20%증감은 교사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학교가 뺏어가는 셈이다.

교사들이 요구했던 것은 국가교육과정을 대강화해서 학생들의 발달단계나 지역 특성을 살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자는 것이었다. 이제 교사는 교육내용 정선도 안된 상태에서 더 경직되고 진도 나가기 식의 수업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90년대 초 6차교육과정에서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라"고 했던 초기 방침보다 후퇴했고, 교사의 자율성을 원천적으로 보장하는 선진국 조류와도 어긋난다.

이제사 예술교육활성화 방안? 두더지 게임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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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꿈꾸다"-7월 15일 교과부에서 온 메일입니다. 이제와서 초중학교에서 예술교육을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각 교과에서 예술기법을 도입한다니 그게 갑자기 끼워넣기라도 한다는 걸까요? 앞뒤없고 뒤죽박죽인 교육과정에 학교는 또 다시 실험현장이 될 것 같습니다. ⓒ 신은희


이 방침은 올해부터 현장에 학교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강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국영수 입시중심 교과만 늘어나고 인성교육이나 예체능교육은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과부가 야심차게 예술교육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국영수만 늘리지 말라고 지도를 할 예정이란다. 작년에 공청회때마다 입시교과 집중문제가 나왔는데, 학부모 수준이 높아서 그럴 리가 없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했던 교과부다.

이제 와서 두더쥐게임처럼 새로운 방안, 그것도 실제적으론 아무 효과도 없는 지침을 내린다. 처음에 제대로 안 만들고 자꾸 새로운 지침을 만드는 건 사실 교육과정고시안을 무력화시키는 것과 같다. 이래저래 졸속에 졸작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제은행도 포기, 서술식 평가도 포기

2009개정교육과정은 평가부분에서도 변화가 많다. 학업성취도평가 등을 통한 질관리 강화는 초기에 구상한 3, 6, 9학년 일제고사(안)을 떠올리게 한다.

교육과정 평가와 질관리 - (2) 국가 수준의 평가 문항 은행을 구축하여 에듀넷 등 통신망을 통해 학교가 평가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삭제)
 ⑺ 초등학교의 교과 활동 평가는 학생의 활동 상황과 특징, 진보의 정도 등을 파악하여, 그 결과를 서술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삭제)
 (2007개정교육과정 총론 항목과 비교 자료)

먼저 문제은행 구축 포기는 현장교사들의 오랜 염원을 시행도 하기 전에 버리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 혼자 업무에 시달리며 교과와 학생수준에 맞는 평가를 고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국가에서 문제은행을 만들어 제공하고 지역이나 학교에 맞춰 활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어 결국 2007개정교육과정에 적용되었다고 보인다. 그런데 일제고사를 보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이 조항도 삭제되었다.

평가에서 "선다형 일변도의 지필평가를 지양한다", "초등 교과 활동 평가는 서술적으로 기록한다"는 문구는 초등학교에서 지필중심평가를 막아내고 일제고사 여파속에서도 초등교육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이걸 폐지한다는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작년 9월 공교육정상화공청회에서는 점수와 평어 제시, 3단계나 5단계 평어 표시, 점수와 석차 표시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 때문인지 현장에서는 개인 점수에 학년 평균, 학급평균이 나가고 심지어 중학교처럼 석차를 매기는 불법성적표까지 나돌고 있다.

지금까지 보면 교과부는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교육과정 파행 근거의 단골로 제시되던 항목이나 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은 미련 없이 없애고, 정권에 큰 부담이 없는 내용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또 사전 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앞으로 실현하고 싶은 내용을 미리 집어넣어 정책자료 같은 느낌도 든다. 좋은 말만 늘어놓아 혹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안 맞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서 많은 교사와 학자들이 결국 이번 교육과정개정이 학문적 맥락도 없고 비교육적이며 정권의 입맛에 맞춘 곡학아세라고 비판을 하는 것이다.

결국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될 것인가?

2009개정교육과정은 이렇게 정권의 입맛에 맞췄다는 비판에다가 교육과정고시안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틀조차 갖추지 못해 졸속에 수준미달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 바뀌면 또 바꿀 거 아니냐고 비아냥거린다. 학교현장에서는 학년제와 맞지 않는다, 발달단계와 맞지 않는다, 교과서랑 안 맞는다, 주지교과만 늘리고 예체능이 줄어든다, 집중이수제로 전학생 피해가 크다, 과원교사만 1300명 생긴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면 교과부는 "학교 자율이니 학교에서 협의를 잘 해서 운영해라"는 취지로만 답변하고 있다. 교육과정 자체를 엉터리로 만들어놓고 학생, 학부모, 교사가 어려움을 겪든 말든 나몰라라하고 홍보만 하고 있는 걸 보면 침대에 맞춰 팔다리를 잘라낸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난다.

이제 내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이렇게 준비도 안 된 교육과정을 무리하게 현장에 적용하여 교육현장을 혼란스럽게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무리한 개정작업을 중단하고 교육과정을 제대로 손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게 할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학부모와 교사를 비롯해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첨부파일
2009 개정 교육과정(총론).hwp
덧붙이는 글 국가교육과정은 적어도 학생들의 수십년후를 내다보면서 지향점이 될 만한 내용이 되어야 한는데 2009개정교육과정은 입시교육에 휘둘리는 걸 자율화라고 포장하고, 심지어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안갖춰져서 아이들에게 내놓기가 참 부끄럽습니다. 무리하게 시행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보류하여 꼼꼼하게 살펴보고 제대로 시행준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2009개정교육과정 #학교자율화 #학년군제도 #집중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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