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부르카 착용 금지는 신인종주의

등록 2010.07.24 17:21수정 2010.07.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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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 하원에서 우파정당에 의해 부르카(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용 겉옷) 착용 금지 법안이 표결 처리 되었다. 또한 유사한 법안이 스페인 의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영국인들도 여론조사에서 부르카 금지 법안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는 유럽에서 나타나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적대의식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부르카 착용 금지의 이면에는 신인종주의가 있다. 신인종주의는 흔히 생각하는 인종주의와 다른 것이다. 흔히들 인종주의하면 종족 간에 생물학적 위계를 설정하는 태도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치는 독일 민족의 생물학적 우수성을 전제하면서 타민족에 대한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신인종주의에서는 종족 간의 생물학적 위계를 전제하지 않고 문화적 상대주의를 수용한다. 문화적 상대주의하면 흔히 상대방의 문화를 인정하는 관용적인 태도로 생각하기 쉽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만 여성 차별 등의 보편적 인권을 침해하는 문화도 다른 것으로 인정하는 극단적 문화적 상대주의를 문제 삼는다.

 

하지만 문화적 상대주의는 단순히 이러한 문제만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신인종주의가 그렇다. 자기들이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 타민족이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아프리카나 아랍지역 등의 이민자가 프랑스의 고유한 문화를 침해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신인종주의를 기반으로 성장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은 10%이상의 지지율을 꾸준히 획득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소수의 인원으로 출발한 정당이지만 지금은 프랑스에서 제3당의 자리에 있다. 처음에 국민전선은 자신들의 이민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언급하기 꺼려했다. 왜냐하면 그 때문에 자신들의 이미지의 손상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인종주의가 힘을 얻게 된 것은 70년대부터 마그렙 이민이 증가하고 80년대엔 이민에 반대하는 주장들의 동력을 얻기 시작한 것에 있다. 이는 프랑스의 이민자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도 잘 드러나는 바다. 1992년 11월 여론조사에서는 이민노동자가 프랑스 경제의 짐이라고 63%가 답했다. 2001년 3월 여론조사에서는 69%의 자신이 인종주의적 감정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민전선에서는 이민을 프랑스의 위기로 삼기 시작했고, 200만의 이민은 200만의 실업이라는 선동적인 구호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전선이 언급하는 정책은 이민자에게 무척 적대적이다. 예를 들어 복지서비스 등을 이민자에게 차별을 두어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국민전선은 프랑스의 인종주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제3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좌파 정당조차 이민자 정책에 너그럽지 못하다. 국민전선은 이민 문제로 성장했지만 이민 문제를 정책적 논의의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공산당이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1969년 파리 지역의 불공평한 지역 분배에 항의하기 시작하여 이민의 중지를 제안했고, 심지어 불도저로 말리 지역 노동자의 주거지를 파괴하기도 했다. 사회당은 비교적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너그러웠지만 불법 이민에 대해서는 철저한 통제를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1989년에 이슬람을 믿는 중학생이 수업 시간에 히잡을 벗는 것을 거부해서 학교에서 쫓겨난 일이 있었다. 이는 리베라시옹에서 처음 보도되었고, 그 후로 무슬림 학생에게 수업시간에 히잡 착용을 허용해야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전국적인 논란으로 퍼졌다. 히잡 착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교분리원칙을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상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의 표출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유대학생들의 십자가니 키파 착용을 별 문제 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는 이민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실시하고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이민자의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고 프랑스 사회의 문화로 동화시킨다는 비판을 가한다.

 

부르카 착용 금지 사태는 이러한 프랑스의 신인종주의적 문화가 다시 한 번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외국인 노동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편견과 차별에 놓여있으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위치해있다. 프랑스의 이러한 부르카 금지 법안은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2010.07.24 17:21 ⓒ 2010 OhmyNews
# 프랑스 #부르카 #신인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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