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고 했더니 감금하고, 하루종일 문자...

[나가사키에서 온 편지 ⑭] 중학생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및 데이트 폭력 예방 교육 현장

등록 2010.07.30 20:09수정 2010.07.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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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고 말하자 남친이 자신의 방에 나를 가두고 보내주지 않아 너무 무서웠다", "하루종일 몇 번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고, 내가 즉시 답장을 안 하면 화를 낸다", "남친이 피임을 하지 않아 임신할까봐 불안했다", "고교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면 남친이 쭉 같이 있어서, 다른 여자친구들이랑 어울릴 수가 없었다. 숨이 막혔다", "옷이나 머리 스타일, 내 친구 관계까지 간섭을 했다", "돈을 빌려가서 갚지 않는다", "발로 차이거나 맞은 적이 있다"

이건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일본 고교생들의 이야기다. 혹시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다. 흔히 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 폭력, 성폭력 등 상당히 가시적인 직접적 폭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힘의 차이가 발생하는 곳, 대등하지 못한 관계 속에서 강한 쪽이 약한 쪽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서 '그건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강변하더라도, 약한 쪽이 강한 쪽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거나 두려움과 불쾌감을 느끼면 그것은 곧 폭력이 된다.

사랑이 무섭고 두렵다면 그건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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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예방 수업 나가사키시 코야기 중학교 3학년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 폭력과 미래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특별수업에서 나카타 케이코 DV방지 나가사키 대표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전은옥


지난 7월 5일 나가사키시 코야기 중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 40명(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 DV 방지 수업'이 진행되었다. 강사는 나카다 케이코(中田慶子) DV방지 나가사키 대표였다. Domestic Violence(가정내 폭력)의 약자인 DV에 '데이트'라는 말을 덧붙인 데이트 DV 예방 교육을 왜 중학교에서 실시하게 된 것일까. 

여성, 환경운동 등을 거쳐 8년 동안 도쿄도 후츄우시의 시원을 지내기도 했던 나카타 케이코는 10년 전 출신지인 나가사키로 돌아온다. 그 직후, 가정 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활동을 하기 위하여 지역 여성운동가들과 힘을 모아, 2002년 'DV방지 나가사키'를 설립했다. 그렇게 2003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 상담을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그 과정에서 부부간의 폭력이 결혼 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연인 시절이나 학생 시절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에 의한 폭력이 여성에게 미치는 몸과 마음의 심각한 손상, 피해자 지원 활동의 한계, 그 자녀에게 미치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 등을 생각하여 피해 당사자 지원이 최우선 과제인 것은 물론이지만, 폭력적인 관계가 발생하기 전부터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성교제를 본격적으로 하는 고교시절이나 대학시절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활동을 개시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나가사키 현내에서 고교생만 해도 96개교의 2만1440명 가량이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나카타씨와 동료들은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사실을 발견했다. 이미 일본 전국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 조사 결과 40% 이상의 고교생이 성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고교생들은 데이트 폭력 방지 수업을 듣더라도, 이미 연애 감정 속에 깊숙히 빠져 버렸기 때문에, "진짜로 좋아서 그러는 건데, 그게 왜 폭력이에요? 사랑하면 그 정도 서로를 구속하고 화도 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진정한 '예방' 교육이 되려면,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의 학생들에게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해 중학생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중학교 졸업 직전의 3학년생을 주 대상으로 했으나, 지금은 파릇파릇한 1~2학년에게도 수업을 해달라는 학교 측의 요청이 많아서 연령이 하향화됐다. 이날 코야기 중학교에서의 수업에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참관하러 방문했는데 여자 교장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의견을 교환하며 수업에 귀를 기울였다. 학부모가 이렇게 수업을 듣고 "저도 배웠어요"라고 "이런 수업은 정말로 꼭 필요해요"라고 하는 등 반응이 아주 좋은 편이다. 

중학생들에게 데이트 폭력을 가르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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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재미있어 하는 표정의 학생들 친구들이 직접 앞에 나가서 다양한 상황극을 통해서 대등하지 못하고 지배와 폭력, 속박과 간섭을 통해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미리 체험해보는 학생들. ⓒ 전은옥


나카다씨는 "때리거나 발로 차는 것, 물건을 던지고 부수는 것, 위협하는 것뿐 아니라, 심한 말로 상대방을 바보 취급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것,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거나 친구관계까지 통제하려 하는 것,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것, 휴대전화를 수시로 체크하고 등록된 번호 등을 함부로 지우는 것, 돈을 빼앗거나 빌리고서 일부러 갚지 않는 것, 키스나 섹스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 포르노 물을 같이 보도록 강제하는 것, 섹스시 피임을 하지 않는 것 등이 전부 폭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이 타인이나 단순한 지인이 아니라, 연인 사이 혹은 부부 관계에서 발생할 때 그것이 'DV'이며, 연인 혹은 부부라 할지라도 폭력은 폭력일 뿐, 사랑의 차원으로 둔갑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하여 "당하는 사람이 두렵다, 괴롭다고 느끼면 그것이 폭력"이라고 말한다.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힘의 논리'에서 뿌리를 찾는다. 그리고 이런 힘의 논리는 이미 유치원, 초등학생, 중학생 등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즉 "힘이 강한 측이 약한 측에게 가하는 것이 폭력인데, 다수가 소수에게, 건강한 사람이 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성인이 어린이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흔히 폭력을 가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힘의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힘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인간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나카타씨의 지론이다.

그녀는 폭력의 피해자가 참는 주된 매커니즘에 대해 "속박을 당하고 맞더라도, 어쨌든 그 사람을 좋아하니까라든가, 항상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상냥한 때도 있으니까, 내가 그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으니까, 헤어지자고 말하면 어떤 일을 당할까 무서우니까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이면 무엇이든지 용서할 수 있나요? 그건 이상합니다"라고 말한다.

폭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상대편이 나쁘니까 다른 쪽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인식, 말로 해도 안 들으니까라거나 내가 항상 상대보다 더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잘못된 생각들 때문"이라며, "'나쁘다'라는 것도 저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상대가 나빠도 폭력은 절대로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폭력은 최초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하는 그녀는 "아주 작은 폭력에 대해서도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 내가 참으면 그만이니까, 혹은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억지로 참으면 몸에도 마음에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혹시 두려워서 저항하지 못했다면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이라도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은 가해 당사자에게 말하는 것이 두렵다면 다른 사람에게라도 자신이 얼마나 불쾌하고 두렵고 고통스러웠는지 스스로의 감정과 아픔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폭력을 당해도 되는 사람이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친구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네가 나쁜 게 아냐. 너에겐 책임이 없다"라고 말해줘야 한다고 한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 피해자 친구가 선생님이나 어른, 상담기관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권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우선적인 것은 우선 나 자신이 친구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 자신이 우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나서, 친구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중고교생의 경우는 전문가나 어른보다는 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의 사실을 털어놓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잘못된 조언이 친구를 또다시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너는 소중한 사람" 깨닫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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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설정극을 공연해보는 학생들 준비된 시나리오를 직접 공연해봄을 통하여 폭력적인 관계와 대등한 관계의 차이에 대해 직접 체험해 보는 학생들. ⓒ 전은옥


반대로 친구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폭력은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용서 받을 수 없다고 확실히 말해주어야 하며, 못 본 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폭력은 주변에서 말려도 사실 멈추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본인이 결심하면 멈출 수 있습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가 바뀌면 됩니다. 그러므로 주변 사람들이 가해자에 대해서 단순히 비방을 하거나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폭력적 언행이 가해자 자신의 인생도 불행하게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피해자가 되었다면? 자기를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성실하고 상냥한 사람일수록 피해자가 되기 쉬운데 이는 폭력을 가한 상대방의 입장을 지나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해 사실에 대해서 혼자서 생각하기보다는 반드시 상담을 받아 상황을 객관화 시켜야 한다. 가장 어렵고 위험한 순간은 가해 파트너와 헤어지려는 타이밍인데, 절대로 단 둘이서 만나서는 안 되며, 사람들이 많은 곳,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을 대동하고 만나야 한다. 자신의 지인이 이런 피해를 당하고 있을 때도 꼭 이렇게 대처하도록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주어야 한다.

나카타씨는 폭력은 상대방을 지배하려 하고,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며, 불평등이 곧 폭력을 낳기 때문에 남녀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어떤 인간관계 속에서도 대등한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등한 관계란, 상대의 마음과 신체, 사고방식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서로에게 싫은 건 싫다고 분명히 의사 표현이 가능한 관계가 이상적인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의 'NO'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서로의 시간과 일, 친구와 가족 등 서로의 인간관계도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하며, 감정을 행동이나 분노의 표출로 전달하는 것보다 말로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관계,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되는 관계, 이런 관계가 바로 대등한 관계입니다."

나카타씨는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이 중학생인 만큼, 좀 더 상냥하고 쉬운 말로 상황설정 연극과 만화와 사진, 텔레비전 광고 포스터나 도표 등을 통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들도 직접 강사가 준비한 시나리오를 연극으로 체험해 보면서,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거나 깔깔대다가도 조금쯤은 마음으로 느끼는 바가 있는 눈치다. 나카타씨는 수업을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상처 받아도 사람의 안에는 아픔을 회복할 능력이 있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앎이나 나의 지혜로운 한 마디가 누군가를 돕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올해 7월까지 이미 200회가 넘는 강의를 실시해온 나카다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처음에 제가 이런 활동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설마 아이들 사이에서 그런 폭력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실제로 앙케이트를 분석해본 결과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청소년기부터 이미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폭력이 꼭 남자가 여자에 대해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현상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가벼운 정도의 데이트 폭력을 자신도 경험한 것 같다고 답변하는 남학생들도 약 11%에 해당했다는 점이다. 이중에서 피해를 당했을 때 '공포감을 느꼈다'고 대답하는 남학생은 거의 없었던 반면, 여학생의 경우는 폭력을 당했을 때 두려움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 통계 자체에서도 여학생의 피해 경험이 남학생보다는 많았으나, 더 주목할 부분은 여학생이 공포스러운 상황에 더 노출된다는 점이다.

나카타씨는 수업을 마치면 반드시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수업에 대한 소감도 쓰게 하는데 학생들에게서는 이러한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휴대폰 소설이나 인터넷 소설에는 데이트 폭력 같은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요", "가정폭력은 술이나 안절부절 못하는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것을 처음 알았어요", "지금까지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랑은 헤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폭력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게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부터 주의해야겠어요", "수업을 받고나서 나도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좋아하는 기분이 넘쳐 흘러서 좀처럼 남자친구에게 자기 감정을 확실히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이야기해볼까 생각했어요", "사귀는 사이에도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게 좋은 거구나 알게 됐어요."(여학생의 경우)

"이건 남녀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동성 친구 사이에서도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성희롱도 폭력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속박하는 것도 폭력이라는 걸 알고 지금까지 내가 해온 행동을 후회했어요. 어떻게 해도 속박을 안 할 자신이 없는데 더 이상 사귀지 않는 게 좋을까요", "내가 어른이 되어서 똑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기분에 두려웠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서 다행이에요"(남학생의 경우)

물론 강사의 의견에 대한 반발성 소감도 종종 발견되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이의 속박은 불가피하며 그것도 사랑이다"는 반론, "남자만 나쁘다는 건가, 여자가 남자에게 가하는 폭력의 통계는 없나", "페미니즘 이야기 따윈 지겹다", "겨우 잊고 지냈는데 왜 떠오르게 하느냐"는 등의 반응 등 여러가지 유형이 있었는데, 나카타씨는 이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속박도 사랑이라구요? 아뇨. 대등한 관계가 가능해야 진짜 사랑입니다. 그리고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폭력도 물론 있습니다만,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에서 남성이 주로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또 저는 DV이야기를 하면서 페미니즘과 관련한 이야기는 입도 뻥끗한 적 없습니다.(웃음) 가끔 수업을 들으면서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이거나 폭력 가정의 자녀인 학생들이 마음이 괴로워져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피해자가 나쁜 것이 아니므로 '너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어른으로서 마음이 참 아픕니다."

대등한 관계가 가능해야 진짜 '사랑'
아직은 어려 보이기만 하던 코야기의 중학교 3학년생들의 마음 속에서는 그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특별히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전교생의 절반 정도가 이혼 가정), 조부모와 함께 사는 가정의 비율이 압도적인 마을 코야기의 학생들은 아마 가정폭력을 경험해본 피해 아동도 상당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카타는 수업을 하다 보면 특별히 주의를 집중해 수업을 듣는 아이나, 표정이 어두워지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면 '아, 이 아이는 피해자 가정의 아이일지도 몰라', '이 아이는 자신이 똑같은 피해를 당했는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울컥한다고 한다.

대중매체와 휴대폰, 인터넷,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폭력적이고 남녀차별적인 연애 지상주의가 넘쳐나는데 이런 정보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것을 학부모와 교사가 전부 차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른들이 우선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않고, 또 아이들이 폭력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대등한 인간관계및 폭력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풍부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물을 주는 것은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일본 나가사키현 고교생 '데이트 폭력' 실태 앙케이트
고교생 설문조사 결과 (2006년 1월~2008년 3월)

                                                                  여자           남자           합계
수업을 받은 인원 총수                                    10786          5869          16655

데이트 DV란 단어를 알고 있다                        3235(30%)  1257(21%)   4492(27%)       
데이트 DV를 가까이서 보고 들은 적이 있다       2464(23%)   658(11%)    3122(19%)  
과거 혹은 현재 이성 교제 경험이 있다             6131(57%)   2650(45%)   8781(53%)
데이트 DV의 가해 경험이 있다                        692(11%)     402(15%)   1096(12%)
(교제경험이 있는 학생 중)
데이트 DV의 피해 경험이 있다                        1123(18%)   314(12%)    1437(16%)
(교제경험이 있는 학생 중)

고교생 남녀의 피해경험과 가해경험

                     성적 폭력            신체적 폭력             정신적 폭력              휴대폰 메일 감시
고교 남자    피해 3%, 가해 5%  피해 6%, 가해 7%   피해 10%, 가해 14%     피해 11%, 가해 9%
고교 여자    피해 7%  가해 1%  피해 7%, 가해 6%   피해 12%, 가해 11%     피해 16%, 가해 9%

나가사키현 2008년 인공 중절 수술 통계

(*19세 이하 총 346건 )
15세 이하   16세    17세    18세    19세
    9           35       67      103     132

피해 당시 의논 상대 (2004년 DV방지 나가사키 조사)

                                     친구     하지 않음    부모님    선배    선생님
여자 고교생  151명 중         102          36            8           6          1
남자 고교생   93명 중          22           71            1           2          1  
여자대학생    54명 중          31           18            4           1          1
남자대학생    36명 중          7             29

(자료 출처: NPO법인 DV방지 나가사키 편, 「(신판) 데이트 DV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2008)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청소년 교육 #성교육 #양성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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