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 엽관제 부활, 친위 쿠테타식 MB 내각

[주장] 이재오 특임장관 임명... 박근혜 견제, 4대강 사업 강행 의지

등록 2010.08.09 12:22수정 2010.08.09 12:31
0
원고료로 응원

8월 8일 단행한 개각으로 입각한 인사들. 왼쪽으로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 오마이뉴스

8월 8일 단행한 개각으로 입각한 인사들. 왼쪽으로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 오마이뉴스

아무리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도 인사를 '멋대로'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권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합리성과 민주성, 투명성의 한계다. 이명박 대통령이 8일 단행한 개각은 어디에도 이런 민주적 한계를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의 이번 인사를 보면서, 번뜩 떠오르는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의 한강대교 폭파사건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시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해놓고는, 자신만 빠져나온 뒤 한강대교를 폭파해 버렸다. 이승만의 한강대교 폭파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반민중적 정책이라면, MB(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가장 대표적인 '반국민적 인사'다.

 

이번 개각은 한마디로 국민은 버리고, 대통령 자신의 후반기 권력 강화와 정치적 안위를 선택한 친위 쿠데타적 홍위병 인사다. 대통령의 민주적 인사권을 남용한 오만한 인사다. 이번 개각 어디에도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여론과 민심을 반영하려 한 고심의 흔적이 없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반영하지 않는 개각은 그 자체로 합리성과 민주성을 상실한 인사다.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오로지 권력 강화 차원에서 감행한 '친위쿠데타 인사'라는 점 말고는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

 

대통령 인사에 반영되지 않는 선거, 해서 뭐하나

 

이런 인사는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개각이다. MB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으로 치러진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투표를 통해 두 가지 분명한 정치적 의사를 나타냈다.

 

하나는 4대강 환경파괴 사업을 중단하라는 메시지였다. 두 번째는 천안함 사태에서 드러난 국가안보 위기와 남북관계 악화, 대중국 관계 실패 등 전반적인 외교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이었다. 그러나 MB는 이번 인사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여론과 민심의 수용을 전면 거부했다.

 

4대강 환경파괴 사업의 주무장관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을 전원 유임시킨 것은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밝힌 국민의 뜻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다. 이번 인사는 국민에 저항하겠다는 국민무시 인사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한반도 대운하'의 적극적 찬성론자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로 내정하고, '4대 강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과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을 장관으로 입각시킨 것은, 국민의 뜻과 달리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국민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다.

 

역사상 최악의 외교안보팀으로 평가받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 장관들을 모두 유임시킨 사실은, MB의 외교안보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 사태와 감사원 감사 결과로 드러난 군의 기강해이, 금강산·개성 관광 중단 등 남북관계 파탄, 리비아와의 외교 갈등 등으로 빚어진 최악의 외교안보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 추궁도 거부한 인사다.

 

'우물 안 개구리식 외교'니 '청맹과니 외교'라는 비판에도 자신의 잘못된 외교안보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MB의 빈약한 역사의식과 철학부재의 리더십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란 왜 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가. MB식 독선적 국정운영과 독단적 인사라면, 선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치적 요식행위일 뿐이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수용하기는커녕,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전면 거부하는 이번 인사를 보면서, MB정권 내내 실질적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다)'가 되어버렸다는 허탈감이 밀려든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거역한 이번 개각은 그 자체로 이미 민주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잃어버린, 형식적으로는 대통령 인사권의 발휘지만 실질적으로는 권력의 사적 행위에 불과한 인사다.

 

4대강 사업 밀어붙이기 위한 엽관 제도의 부활

 

a

이재오 의원 ⓒ 남소연

이재오 의원 ⓒ 남소연

인사의 민주적 기본 원칙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개각 내용을 들여다보더라도 국민 통합이나 능력 우선, 지역균형 등의 인사원칙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의 3대 원칙으로 '세대교체와, 소통, 친서민 정책'을 들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인물이 대부분이니 세대교체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내각이 아니라 오로지 MB와의 소통을 바라는 인사이니 '소통'이 무색하다. 교육과 복지 예산을 빼앗아가는 4대강 밀어붙이기 인사이니 '친서민'이 울고 갈 인사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한 마디로 '국민을 섬기는 국민내각이 아니라, 오로지 MB만을 섬기는 친위내각이며, 홍위병내각'이다.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을 비롯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부 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모두 '친이(이명박)계' 핵심인사들이다. 친위내각의 홍위병 역할로 손색이 없는 인물들이다. 측근 정실인사고, 무덤 속에 있던 엽관제도의 부활이다.

 

김태호 국무총리는 지난 6·2 지방선거 때 '친이계'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경남도지사 후보를 양보했고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4월 인천 부평 재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는데, 보은인사의 성격이 짙다. '친박(박근혜)계'인 유정복 의원의 농림수산부 장관 기용은, '친박계'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물러나는 대신의 구색 맞추기 인사일 뿐이다.

 

오바마의 '정적 포용인사'에서 못 배웠나

 

이번 인사가 국민 통합이나 화합 인사와는 동떨어진 '국민 분열과 갈등의 인사'라는 사실은 국무총리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대신,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지명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친이계는 벌써부터 김태호 국무총리 지명자를 '박근혜 대항마'로 띄우고 있다. PK(부산·경남) 출신의 김태호 국무총리 지명자를 내세워 TK(대구·경북) 출신의 '박근혜 대망론'을 견제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적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링컨이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앉힌 오바마의 인사 스타일과도 정반대다.

 

MB는 자신의 정적인 '박근혜'를 국무총리로 임명함으로써 통합과 화합의 인사를 하는 대신, 오히려 '박근혜' 대항마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내세움으로써 정치적 정적에 대한 명확한 반대를 넘어 정치적 제거 의도까지 표출하는 '갈등형 인사'를 선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정치적 반대자나 경쟁자를 포용하거나 중용하기보다는, 철저히 배제하는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인물들에 대해서도 신뢰를 하지 못하는 '폐쇄적 CEO(최고경영자)식 인사'에 젖어 있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다 보니, 정치적 반대세력과의 상생과 화합을 추구하는 민주적 리더십보다는 '너 죽고 나 살기식'의 폐쇄적 기업가적 리더십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박근혜 총리'를 끝내 꺼내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인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MB 인사 스타일은 시종일관 '적이냐 아군이냐'의 이분법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 '박근혜'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MB의 인사 스타일이 링컨이나 오바마, 정조의 인사 스타일을 따르지 못하고, 옛날 전체주의 독재자의 스타일에 가까운 이유다.

 

40대의 김태호 국무총리 지명자를 내정하면서, 국무총리 직속의 특임장관으로 지난 7·28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한 달도 안 되는 이재오 의원을 임명한 것 역시 '박근혜' 견제용이다.

 

현 정권의 2인자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사실상 '상왕 장관'으로 당·정·청의 통합조정 역할을 하면서 '신참내기' 김태호 국무총리 지명자를 뒤에서 수렴청정하고, '이재오-김태호 쌍두마차'로 '단기필마 박근혜'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28 재보궐선거에서 중앙정치보다는 '지역일꾼론'을 내세웠던 이재오 의원이 한 달도 못되어 특임장관으로 중앙정치 무대의 핵심역할을 떠맡게 된 것은, 집권 후반기 이명박 대통령의 친위대장으로 레임덕을 방지하는 '차지철 역할론'과, '박근혜 견제론'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 거부하고 재개각하도록 요구해야

 

지역적으로나 소수자 보호 입장에서도 어떤 철학도 찾을 수 없는 인사다. 경상도 출신의 대통령과 국회의장,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다시 경상도 출신 총리로 이어진다. 경상도 출신 국가정보원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 그리고 이번에 새로 장관으로 들어가는 인사들도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지역균형인사나, 정조의 탕평인사의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각은 이 대통령 자신의 후반기 권력을 강화하고 자신의 정적인 '박근혜'를 견제하기 위한 친위대 개각이고 홍위병 인사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버리면서 자신의 정치적 안위를 보장하는 인사를 선택했다. MB식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거역하면서 국민의 뜻을 거부한 '반국민적 인사'다.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면서 선거의 의미를 무색게 하는 이번 인사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번 인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앞으로 MB의 막무가내 국정운영을 막아낼 아무런 평화적 방도가 없다. 친이계 전면 배치로 특징되는 이번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이 청와대에서 만나, 민주적 정당성을 파괴하면서 감행한 '친위쿠데타 인사'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진보개혁 정당들과, 자유선진당, 그리고 친이계를 제외한 한나라당의 합리적인 의원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회는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한 이번 MB의 '반국민적 인사'에 대해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하고, 이번 개각을 전면 철회한 뒤 재인사를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8.8 개각 #이명박 인사 #김태호 #엽관제도 #친위내각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