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각', 형식은 '파격'···내용은 '일방통행'

헌법 절차 무시한 개각, 본질은 당·정·청 '장악'

등록 2010.08.09 13:35수정 2010.08.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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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8·8개각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은 '39년 만의 40대 총리 기용'을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개각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젊은 사고'를 강조해 온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마인드가 반영됐다고 본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개각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마인드에 일말의 긍정적 변화라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넘어서 절망을 안겨주었다.

 

국정 수행의 막중한 임무를 가진 대통령에게 요일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마는 입각 뚜껑을 여는 순간까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폭염에 지쳐 휴식을 취하는 일요일에 개각 인사 발표를 단행한 것 등이 형식적인 면에서 파격이라면 파격일 것이다. 굳이 꼽자면 이번 개각이 가지는 긍정적 의미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무력화된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청와대의 발표에 따르자면 40대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은 세대교체와 소통·통합에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해석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개각 과정 자체가 소통을 전면 무시한 일방통행이었을 뿐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적법한 절차도 무시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 헌정의 특징을 말할 때 내각제의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라고 한다. 이 권력구조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는데 일정한 역할(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하고 내각을 총괄 지휘하는데 일정한 권한을 두는 것이다. 헌법 제 87조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여 신임 국무위원에 대해서 국무총리의 임명제청을 거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임 총리와 국무위원을 일괄 발표한 이번 개각 과정이 헌법 조항으로 명시된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뚜껑을 여는 순간까지 보안을 유지한 인사스타일도 MB 특유의 일방주의의 산물이다. 총리와 국무위원은 임명 과정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질을 검증받게 되어있지만 이에 앞서 여론의 검증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 이번 개각은 보안이란 이름으로 대상자에 대한 여론의 검증 기회를 교묘하게 회피한 것이다.

 

개각의 '본질'은 당·정·청 장악

 

이번 개각의 문제점은 헌법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과정이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더 심각한데, 소통·통합을 표방하는 청와대의 발표와 달리 인사 내용은 일방통행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의 무게 중심은 총리가 아니라 정권의 실력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기용이다. 이주호, 신주민 등 MB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들의 장관 기용이 임기말 레임덕을 예방하기 위한 친정체제 강화의 포석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부처 장관들이 모두 유임된 것이나, 구호는 '친서민 정책'을 외치면서 반 서민 행보를 지속해온 경제부처 인사들이 모두 유임된 것, 천안함 사태와 관련하여 안보 무능과 국민 기만을 일삼은 국방장관의 유임, UN 무대와 리비아 사태, 그리고 최근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무능과 자질 부족을 드러낸 외교장관이 유임된 것 등은 이번 개각의 방점이 화합이나 소통은 아니며 쇄신은 더욱 아니라는 점을 명백하게 한다.

 

뚜껑을 연 8·8 개각은 굳이 의미나 특징이란 것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대통령이 여전히 일방통행 방식의 국정운영 방식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의 관심은 화해니 소통이니 친서민이니 같은 발언과 달리 오로지 레임덕 회피나 차기 대선 관여 같은 권력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아무래도 6·2 재보선 이후 '민의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던 대통령의 마인드를 백팔십도 돌아서게 한 것은 야당이 참패한 7·28 재보선 결과일 터이다. 그러고 보니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기도 하는 세옹지마의 교훈이 정치판에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각의 반전이 이 나라 국민들에게는 물론 대통령과 정권에게도 불행의 단초가 되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8.09 13:3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8.8개각 #김태호 #이재오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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