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친위내각

[긴급진단 - 8.8개각] ①총론 - '수렴청정'에 감춘 '영남본색' 개각

등록 2010.08.09 19:10수정 2010.08.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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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8.8개각은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참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6.2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소통과 화합 주문을 외면한 '친위내각'이라는 반응이 더 우세하다. 이번 개각의 문제점을 분야별로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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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무총리로 내정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8.8 개각의 뚜껑이 열렸다. 이 대통령 특유의 장고 끝에 둔 수(手)이다.

 

일단 참신하다는 반응이다. 김태호(48) 총리후보자는 경남 거창에서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농고(거창농고)와 농대(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사이클링 히트(경남도의원-거창군수-재선 경남도지사)를 기록한 성공한 풀뿌리 정치인이다. 서울에서 활동한 명망가 위주의 중앙집권적 총리 인사 관행을 깬 참신한 발탁 인사다.

 

게다가 젊기조차 하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초기에는 40대 총리가 곧잘 있었지만, 1971년 당시 김종필 총리(45세) 이후 39년만의 40대 총리다. 총리후보자 본인 스스로 '20~30대에 희망을 주는 인사'란다. 취재진에게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는 젊은 패기와 자신감이 멋있어 보인다.

 

4대강 앞장선 김태호 발탁으로 '4대강 속도전' 강행하나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 영국 노동-보수당의 최연소 총리로 기록된 토니 블레어(1997년 당시 44세)와 데이비드 캐머런(44세)이 다우닝가 10번지(영국 총리관저)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의 복사판이다. 이 대통령도 이번 총리 인선에서 올해 5월에 집권한 캐머런을 염두에 뒀다는 후문이다.

 

여기까지다. '겉볼안'이라고 했지만 8.8개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우선 이번 개각은 6.2지방선거 패배와 6.29 세종시 수정법안 국회 본회의 부결 때부터 예상된 것이다. 다만, 선거민심을 받들어 전광석화처럼 하라는 야당의 주문을 무시한 이 대통령 특유의 신중한 인사 스타일 때문에 개각이 늦어졌을 뿐이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치러진 6.2지방선거의 성격은 분명했다. 그것은 세종시와 4대강사업으로 대표되는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였다. 천안함 사건이 모든 정책 이슈를 집어삼킨 안보선거였음에도 여당이 패배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추구하라는 메시지였다. 야당과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와 4대강사업을 밀어붙인 오만과 독선에 대한 견제였고, 국민과 소통·화합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2008년 5월 당시 청와대를 방문해 낙동강 운하의 필요성을 건의할 만큼 4대강사업에 앞장선 김태호 지사를 총리로 발탁했다. 그뿐이 아니다.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과 이만의 환경부장관도 유임되었다. 이로써 정 장관은 '소장수 아들 총리' 밑의 '최장수 장관'이 되었다. 민심을 거슬러 '4대강 속도전'을 강행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엿보인다.

 

공교롭게도 국토부는 최근 '충남북이 4대강 사업 정상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사실을 왜곡하는 '마사지' 보도자료를 내 물의를 빚었고, 이만의 장관은 최근 고향을 방문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정치인들 얘기를 들으면 애향심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개각을 염두에 둔, 혹은 유임을 통보받은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충성 발언'으로 읽힌다.

 

이재오 역할은 YS의 최형우-DJ의 권노갑 합친 '실세 악역'?

 

또 다른 '견마지로의 충성발언' 의혹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한테서 찾을 수 있다. 그 또한 7.28 재보선 직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찍은 젊은 애들 북한 가서 살아라"는 막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의 유임에 이어 이번 개각에서도 유 장관을 유임시켰다. 그뿐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할 김태영 국방장관과, 취임 이후 아무런 하는 일 없이 세금만 축내는 현인택 통일부장관 등 외교안보 3개부처 장관을 전원 유임시켰다.

 

청와대측은 유임의 명분으로 'G20 정상회의를 준비해온 외교안보 부처 국무위원들의 업무의 연속성과 일관성 유지'(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를 내세운다. 그러나 개각을 하루 앞두고 G20 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G40(20명의 국가수반과 부인) 요인 경호를 책임진 경찰청장을 경질한 것을 보면 '업무의 연속성과 일관성'은 핑계일 뿐이다. 결국 한미동맹 중심의 대중국 포위전략 및 대북 봉쇄압박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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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의원 ⓒ 남소연

이재오 의원 ⓒ 남소연

그러나 무어니무어니 해도 이번 인사의 화룡정점은 '4대강 전도사'를 자임해온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에게 '특임장관'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특임장관은 당-정-청 가교 역할과 여야 간 중재 구실을 한다"는 것이 청와대측 공식설명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7.28재선거 유세 내내 한껏 몸을 낮추며 "은평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공약한 그의 침이 마르기도 전에 서둘러 기용한 것은 집권 후반기에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대리인'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과 그에 따른 선거구제 개편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인 여권 내부(친이-친박계)의 반발과 분화를 조정하는 '특수임무'가 그것이다.

 

이 의원도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과 관련, "정치환경이 녹록지 않으니 고생길이 훤하다"면서 "(영광의 자리가 아니고) 어렵고 험난한 자리여서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말해 '악역'임을 시사했다. 결국 여권의 구도상 그의 역할은 김영삼 정부 때의 실세였던 최형우 내무장관과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로 통한 권노갑 부총재를 합친 '실세 악역'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40대 초보총리' 뒤의 '수렴청정 특임총리'

 

이번 개각에 대해 '인턴총리 위에 특임총리'라는 혹평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게다가 '개국공신'인 이 의원은 한때 총리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래서 8.8개각으로 외견상 40대 총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4선의 특임장관이 초보총리 뒤에서 수렴청정(垂簾聽政)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만인지상 일인지하(萬人之上 一人之下)라는 표현이 말하듯, 총리는 대통령 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도입했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상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수렴청정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신재민(문화체육관광), 이주호(교육과학기술), 진수희(보건복지), 박재완(고용노동) 등 핵심측근들이 전면 배치된 '친위내각'이다. 벌써부터 친위내각에서 실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특임총리'였던 정운찬이 반면교사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가 들어서는 충남 공주 출신의 정운찬을 사실상 '세종시 특임총리'로 기용해 집권2기 내각의 국정을 밀어붙였다가 야당과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된 쓰라진 실패의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다시 '4대강 특임총리'를 내세운 것이라면 실패는 뻔해 보인다.

 

실패의 조짐은 집권초기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 S라인'(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서울시청 라인)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아 약간 선회했던 인사가 8.8개각으로 지역색이 한결 더 짙어진 데서도 엿보인다.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말마따나, 이번 개각으로 이명박 정권은 정권의 '간판'도, 권력기관도, 권력핵심도 모두 영남 출신이 되었다. 우선 이 정부의 빅4의 '간판'을 보면, 대통령(경북), 총리후보자(경남), 국회의장(경남), 한나라당 대표(경남) 등이 모두 영남이다. 4대 권력기관의 경우, 검찰총장을 빼곤 국정원장(경북), 국세청장(이현동, 경북), 경찰청장(조현오, 부산)이 역시 영남이다. 권력 핵심의 경우, 청와대 60명의 수석 및 비서관 중에서 40%가 영남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 집권3기 내각은 국민을 위한 내각이 아니라 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영남본색' 내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각은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앞세워 40대 젊은 총리 기용으로 국민의 시선을 붙들었으나, 수렴(垂簾) 뒤에는 4선의 '실세 악역'이 지휘하는 '강성 친위대'와 '4대강 돌격대'를 숨긴 '지록위마'(指鹿爲馬) 개각이다. 번쩍 든 손(바닥)에 현혹되어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2010.08.09 19:10 ⓒ 2010 OhmyNews
#8.8개각 #4대강 #이재오 #특임총리 #수렴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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