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김문기, 격랑에 빠진 상지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상지대 이사진 구성... 비대위 "이사회 인정 않을 것"

등록 2010.08.09 20:37수정 2010.08.0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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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정이사 8명 중 구재단 추천 인사 4명을 선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한 학생이 김문기 구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 유성호


'부패 사학의 상징' 김문기 전 이사장이 다시 상지대에 안착하게 됐다. 이에 따라 힘겹게 정상화된 상지대학교는 다시 깊은 격랑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정이사 8명과 임시이사 1명으로 구성된 상지대학교 이사진 9명을 최종 확정했다.

정이사 8명 중 4명은 김문기 전 이사장이 추천했고, 2명은 현 상지대 측이, 2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각각 추천했다. 임시이사 1명은 이종서 전 교과부 차관이 맡게 됐다. 

부패 사학의 상징, 김문기가 돌아온다

이날 사분위의 결정은 1993년 사학비리로 구속된 김문기 전 이사장을 상지대 복귀를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분위는 이사진 9명 중 절반에 미달하는 4명을 김 전 이사장 측에 배정했다. 그런만큼 언뜻보면 김 전 이사장이 학교를 좌지우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내용은 달라진다. 상지대 전체 9명 이사 중 과반인 5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은 여전히 김 전 이사장이 갖고 있어, 9일 사분위가 임명한 임시이사를 언제든 김 전 이사장이 자신의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지대 이사 9명 중 김 전 이사장 측 사람이 5명이 돼, 학교장악이 가능하다. 게다가 9일 임명된 정이사 김길남 상지문학원 이사장은 김 전 이사장 아들이다. 

'김문기 반대'를 전면에 내건 상지대 교수, 학생, 교직원으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사분위 결정에 극렬히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비리재단을 다시 학교로 불러 들였다며 앞으로 강력한 저항 운동을 예고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분위가 희대의 교육비리 전과자 김문기 씨의 상지학원 탈취를 끝내 허용하고 말았다"며 "또한 교과부는 이른바 김문기 비리 구재단 복귀 2단계 음모를 관철시켜, 사분위의 사학비리 복귀 시나리오의 들러리 역할을 떠맡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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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정이사 8명 중 구재단 추천 인사 4명씩이나 선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진광장 상지대 노조위원장이 사분위의 결정에 반발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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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어 비대위는 "임시이사는 한시적 조치에 불과할 뿐 결국 옛 재단 인사의 추천으로 채워질 몫"이라며 "사분위의 결정은 옛 재단의 복귀 시나리오를 충실히 따른 것에 불과할 뿐이고, 그동안 전체회의를 연기한 것도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상지대 "사분위 결정 인정 못해...모든 투쟁 벌이겠다"

박병섭 비대위 위원장은 "17년 간 추진해 온 우리의 정상화 노력이 비리재단의 복귀로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사분위가 선임한 이사회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재심청구와 효력정지가처분 등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이번 사분위의 결정으로 미뤄볼 때 사학분쟁을 겪은 다른 사립대에도 사학비리로 내몰린 옛 재단 측에 다시 대학을 넘기는 그릇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공동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석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옛 재단의 학원 복귀를 반대하는 차원에서 범시민 탄원서와 서명운동을 벌일 방침"이라며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내 구성원 간의 협의를 통해 수업거부와 시험거부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리재단 복귀 저지와 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도 이날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기 비리재단의 손을 들어준 오늘 사분위 결정은 교육 투명성과 사학민주화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린 심각한 퇴행"이라며 "앞으로 상지대는 끝을 알 수 없는 갈등과 분쟁,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에 몰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오늘의 결정으로 끝난 게 아니다"며 "반역사적인 결정을 내린 사분위 위원들과 이를 방조한 교과부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지대 학생 등 150여 명은 사분위의 결정에 반발해 교과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정부중앙청사 후문 도로 1차선을 점거하고 30여 분간 연좌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이병석 상지대 총학생회장 등 3명의 학생을 연행했다.
#상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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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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