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나포 대승호, 대북제재국면 희생양 만들 건가

[주장] 중국 외면하고 미국 올인외교만 치중...외교라인 전면교체해야

등록 2010.08.10 20:53수정 2010.08.1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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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30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갔다가 북한측에 나포됐던 강원 고성 거진항 선적 ‘800 연안호’ 선원들이 억류 30일 만인 8월 29일 오후 우리측 해경에 인도됐다. ⓒ 뉴시스

2009년 7월 30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갔다가 북한측에 나포됐던 강원 고성 거진항 선적 ‘800 연안호’ 선원들이 억류 30일 만인 8월 29일 오후 우리측 해경에 인도됐다. ⓒ 뉴시스

지난해 7월 연안호가 나포됐다. 사건 발생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는 조기송환을 촉구하는 전통문을 발송했다. 북한 역시 같은 날 오후 "현재 해당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남북 해사당국 간 통신선이 살아있던 1년 전 그날의 풍경이다.

 

지난 8일 대승호가 북한으로 나포됐다. 북한 영해를 침범한 혐의다. 우리 국민 4명은 지금 북한에 있다. 이틀이 지났다. 남북간 교신은 없다.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연안호 통신선이었던 해사 당국간 통신을 차단하면서 군 통신선만 살아 있다. 마지막 통신선은 살아있되, 대화의지가 없다.

 

"현재로서는 대북 전통문 발송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나포 과정에 대한 사실관계와 북측 반응을 보고 판단하겠다(통일부 천해성 대변인)."

 

대단히 신중하다. '기다리는 것이 대책'이라던 통일부답다. 이처럼 신중한 이유는 '5·24 대북조치 기조' 때문이다. 국민 안위보다 중요한 '대북 제재국면 유지'다.

 

지정학적 운명을 외면한 '푸들외교'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분단이라는 현실과 지정학적 숙명상 우리나라 외교안보의 시작은 '남북관계'요, 남북관계는 한국외교의 축이다. 남북외교를 축으로 4강외교, 국제외교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흔들리게 되면 한국 외교가 설 공간이 없다.

 

지난 2년 이명박 정부의 외교는 사실상 '푸들외교'였다. 북한에 대한 제재만을 위한 미국 일극 외교로 한국 외교는 사실상 실종됐다. 천안함 외교 실패, 한중 갈등, 한-리비아 외교갈등, 한-이란 갈등은 남북관계가 파탄이 난 지난 2년의 당연한 결과다.

 

물론 미국은 우리나라의 '혈맹'이며 최고의 우방국가다. 또한 세계패권국가로서 한국 외교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국가이며, 한미외교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미 외교가 우리 외교의 전부일 수는 없다. 중국 역시 동북아는 물론 세계 패권의 또 하나의 축으로 한중 외교는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차이메리카' 중국 외면한 '선진외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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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합동 해상기동훈련이 실시된 지난 5일 오후 서해상 훈련구역 내에서 대잠 탐지 및 공격 훈련이 실시 되고 있다. 작전 중인 대천함에서 어뢰가 투하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뉴시스

서해 합동 해상기동훈련이 실시된 지난 5일 오후 서해상 훈련구역 내에서 대잠 탐지 및 공격 훈련이 실시 되고 있다. 작전 중인 대천함에서 어뢰가 투하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뉴시스

그간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 일극외교만을 지향했고, 이는 곧장 한중 관계의 위기로 이어졌다. 대중관계의 파열음이 급속도로 켜지고 있다.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MD(미사일 방어시스템) 참여에 이어 중국을 사정거리로 둔 동해에서의 한미군사훈련, 이제는 서해에 미국 항공모함이 들어올 예정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는 "항모를 중국 근해인 서해에 파견해 군사훈련에 참가하도록 결정한 것은 중국에 대한 도발"이라고까지 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로 진입할 경우 작전 반경이 600km에 달해 톈진과 베이징이 작전반경 안에 들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안보위협에 따른 한반도 긴장조성은 한국의 국익에 도움될 것이 하등 없다.

 

중국의 패권은 안보영역만이 아니다. 세계경제는 자메리카(일본+미국, Jamerica : Japan+America) 시대를 넘어 차이메리카(중국+미국, Chimerica : China+America) 시대다. 경제대국 중국과의 외교마찰은 곧 한국의 경제를 흔들 수 있다. 2009년 기준 한국과 중국간의 경제관계를 보자.

 

중국은 2003년 이래 우리나라의 최대수출시장임과 동시에 2007년 이래 최대 수입시장(일본이 2위)이다. 2009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투자 누계는 286억 불(해외투자의 10.7%)로 우리나라의 제1 투자대상국임은 물론 교역규모 역시 2009년 1410억불로, 2004년 이래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대상국(미국이 2위)이다(외교통상부, <2010년 중국개황>). '평화는 곧 경제'라는 한반도 디스카운트의 현실이 바로 여기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차이메리카' 중국을 외면한 '선진외교'는 존재할 여지조차 없다

 

한-리비아 외교, '스파이 혐의' 외교관 일방적 추방 최초사례

 

미국 일극외교는 주변 4강 외교 외에도 리비아, 이란 등에서도 파열음을 유발 시켰다. 스파이 혐의로 우리나라 외교관이 일방적으로 추방된 사례는 이번 리비아대사관의 사례가 처음이다. 정부와 언론은 1998년 당시에도 외교관이 추방당한 사례가 있었음을 굳이 강조한다.

 

하지만 사례가 명백히 다르다. 지난 1998년 7월 주러시아 대사관의 외교관이 추방당한 사례는 당시 주러시아 대사관 참사관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참사관이 양국 정부로부터 '비우호 인물(persona non grata)'로 규정돼 서로 추방됐던 것이며, '스파이 혐의'로 일방적으로 외교관이 추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리비아 외교 실패는 곧장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리비아 정부는 한국 국정원의 스파이 행위에 대한 배상 차원에서 10억 달러(1조 2000억 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외교라인은 리비아 외교실패 책임을 면하기 위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리비아측 배상요구를 경제지원으로 둔갑 시키려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테헤란로', 도로만 남고 정신은 없어질 처지

 

한국과 이란은 '1200년 전부터 비단길을 따라 교류했던(모하메드 레자 바크티아리 주한 이란대사)' 사이다. 중동 진출이 한창이던 1977년 6월 17일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 시장이 방한하면서 삼릉로에서 명칭을 바꾼 '테헤란로'는 한-이란 외교의 상징이다. 마찬가지로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는 '서울공원'과 '서울교'가 있다.

 

2010년 8월 한-이란 외교는 위기 그 자체다. 한국은 미국의 독자적인 '이란 제재'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란 역시 "이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할 것(바크티아리 대사)"이라며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잃어야 할 경제적 손실규모는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

 

이란으로부터 들여오는 원유는 우리나라 원유 공급량의 9.5%에 달한다. 이란산 원유 도입이 중단되면 국내 석유시장은 물론 물가상승, 수출품 가격경쟁력 저하 등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나다. 이란에서 활동중인 한국 중소기업은 2000개에 달하고 있으며, 수출 중소기업의 56%가 이란 제재로 피해를 보고 있다(8월 8일 중소기업중앙회). 테헤란로는 도로만 남고 정신은 없어질 지경에 처했다.

 

'푸들외교'를 벗어나는 시작은 외교안보라인의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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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5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나서고 있다. ⓒ 인터넷공동취재단

천안함 사건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5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나서고 있다. ⓒ 인터넷공동취재단

'4강 외교'도 못되는 '미국 올인외교'가 유일한 외교책일 수는 없다. 이제 '푸들외교'를 중단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 외교의 축은 남북관계다. '푸들외교'의 중단 역시 남북관계의 복원에서 시작된다. 이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 한국외교를 복원해야 한다.

 

그 시작은 외교안보라인의 교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등 외교라인을 교체하고,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를 기점으로 최근 잇따른 외교문제를 풀어가야 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8·8개각에서 외교안보라인을 그대로 유임했다. 이는 남북관계를 복원할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것이요, 사실상 외교안보 포기선언이다.

 

외교복원의 시작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현인택 통일부장관 역시 경질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민족문제인 동시에 외교문제다. 한데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은 '통일을 지향하는 동반자'가 아닌 '국제법상 또다른 국가'이자 '적성국가'로서만 존재한다. 헌법상 통일을 지향해야 할 '통일부장관'이 아니라,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안보위협만 높이는 '분단부장관'이다. 통일부장관을 유임한 것은 결국 대북강경정책을 지속하여 남북관계 파탄상황을 임기 말까지 지속하겠다는 '반통일세력 선언'이다.

 

'튼튼한 외교'는 '굳건한 안보'에서 비롯된다. 알다시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안보무능의 책임자다. 총 한 방 쏴보지 못하고 46명의 장병들을 수장 시킨 장본인이다. 본인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임했다. 천안함 침몰은 '북풍'의 소재일 뿐 안보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교체하는 것이 맞다.

 

8·8개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인사청문회는 물론이요, 정부의 자발적인 후속인사나 후속개각을 촉구하는 야당의 주장은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

#8.8개각 #유명환 #현인택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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