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렬 귀환 즉시 체포... 보수단체 "평양으로 추방하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파주경찰서로 연행... 보수·진보 동시 집회

등록 2010.08.20 20:15수정 2010.08.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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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한상렬 목사 입국 저지대회'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을 찢고 있다. ⓒ 권우성


한상렬(61·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목사가 지난 6월 12일 정부의 승인 없이 방북한 지 70일 만에 귀환했다. 20일 오후 3시경 판문점을 통해 남쪽으로 넘어온 한 목사는 그 자리에서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경찰은 한 목사를 경기도 파주경찰서로 이송해, 입북 경위와 북한에서의 행적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당초 한 목사는 서울시 내곡동 국가정보원이나 경찰청 소속 홍제동 보안분실 등으로 이송될 것이 예상됐으나 보수단체의 반발 등 이동시 신변안전을 고려해 파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고엽제전우회, 라이트코리아, 탈북자협회 등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은 판문점 인근 통일대교 입구에서 한 목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보수단체들 "한상렬 목사 북으로 돌려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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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타고 온 구급차 수십대가 세워져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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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고엽제전우회, 탈북자단체 회원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국가보안법 위반 한상렬 목사 입국 저지대회'에서 한상렬 목사를 북한으로 되돌려보내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오후 2시 30분, 보수단체의 집회는 전시를 방불케 했다. 헌병대와 해병대뿐만 아니라 'HID(북파공작원)', '고엽제 전우회', '베트남 참전용사회' 등 각양각색의 군복을 입은 참가자들은 '김정일 추종하는 반북세력 추방하라', '가짜 목사 한상렬 지옥문이 열려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열을 맞춰 섰다. 집회장 뒤편에는 가스통을 매단 사진으로 유명한 고엽제전우회 소속 승합차량 100여 대가 도열했다.

이날 집회는 한상렬 목사를 다시 북으로 돌려 보내자는 내용의 퍼포먼스가 진행될 때 최고조에 이렀다. 고엽제 전우회에서 준비한 퍼포먼스는 한 목사의 얼굴을 탈로 만들어 쓴 사람에게 칼(과거 죄수에게 씌우는 형구)을 씌우면서 시작됐다. 칼에는 '민족의 반역자 한상렬,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목사로 분장한 사람이 헌병대 복장을 한 남성들에 의해 무대 뒤로 끌려 나가자 집회 참가자들은 함성을 크게 질렀다.

이어 이들은 규탄 발언을 통해 한 목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참가자는 "한상렬은 김정일의 지령을 받고 촛불집회, 평택 미군기지 반대 투쟁, 맥아더장군 동상 철거 투쟁 등 대한민국의 갈등을 조장해온 인물"이라며 "이런 작자는 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평양으로 추방하자"고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고엽제 전우회 소속의 한 참가자는 "이명박 정부가 중도실용이나 친서민 정책을 앞세우면서 정작 종북좌파 척결에는 소홀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뽑아달라던 한나라당은 지금 뭐하고 있나"라고 성토했다.


흥분한 일부 참가자들은 규탄대회가 끝난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과 인공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 목사가 통일대교를 통해 들어오게 되면 진입을 막을 계획이었지만 주변에 다수의 경찰이 배치되고 귀환이 늦어지면서 오후 4시 30분경 철수했다.

진보단체들 "행동하는 양심, 죽음 각오하고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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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앞에서 진보연대 등 통일운동단체와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상렬 목사 귀환에 즈음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촉구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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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렬 목사 귀환에 즈음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촉구 기도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상렬 목사 방북을 기념하는 그림을 행사중 주위에 내걸었다. ⓒ 권우성


이에 앞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역에서는 한 목사의 귀환을 환영하는 진보진영의 집회가 열렸다. '6. 15 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한상렬 목사 방북 기독교대책위'와 '한상렬 목사를 지지하는 전북기도인 모임' 등 종교인과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200여 명은 오후 2시 '한상렬 목사 귀환에 즈음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촉구 기도회'를 열고 한 목사의 귀환을 환영했다.

이광익 목사는 이날 기도문에서 "행동하는 양심 한상렬 목사가 삶을 다 걸고 죽을 것을 각오하고 그동안 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선배의 뜻을 이어 방북한 것"이라며 "현실법에는 저촉된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법과 민족의 양심법으로 방북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어 "통일을 향한 염원이 위해 받지 않게 하시고, 남북갈등을 이용하고 사상대립으로, 빨갱이로 몰고 가는 일이 없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 목사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 목사의 방북은 이명박 정권의 반통일정책으로 인해 6·15선언 10주년임에도 단 한 명도 방북하지 않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천안함 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몰아 남북관계가 전쟁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결행된 애국적 행위"라며 "이는 국가보안법으로 재단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한 목사의 귀환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의 통일인사 한상렬 목사가 오늘 15시 판문점을 통하여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라며 "안경호 위원장을 비롯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성원들, 관계부문 일군들이 목사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포옹하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가 통일기를 들고 분리선을 넘어서자 사복차림의 괴한들이 그의 두 팔을 결박하고 황황히 꼬리를 사리었다"라며 한 목사의 연행 순간을 전했다.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김정일 #이명박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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