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사돈'에게 무례를 범하다

강아지 도난 사건에서 비롯한 오해

등록 2010.08.23 13:34수정 2010.08.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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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 이명재


지난 18일 밤은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 속했다. 우리가 2박3일 휴가를 다녀온 사이에 강아지가 한 마리 없어진 것이다. 아홉 마리 중 세 마리는 분양되었고 여섯 마리가 있어야 하는데, 다섯 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사이 강아지가 없어졌다는 것은 기분 좋을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겠지 하고 수요 밤 예배를 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배를 시작하기 전에 이정우 권사님으로부터 강아지 이야기가 나왔다. 앞집에서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싶다고 해서 갖다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만원을 강아지 값이라며 아내에게 강제로 쥐어 주었다. 아내는 강아지 값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없을 때 가져간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더욱이 그 강아지는 이미 선약이 되어 있어 가져갈 사람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이 일로 관계되는 사람들 모두가 기분 나빠해서는 안 된다. 강아지를 키운 사람, 가져간 사람 그리고 소개해준 사람 등. 밤 늦은 시간에 학원에 간 아이를 데리고 와서 보니 없어졌던 강아지가 그새 와 있었다. 사람의 감정일까? 강제로 가족을 이탈한 입장이 되어버린 그 강아지는 어미 옆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함께 움직이고 같이 놀던 그 기백은 어디로 가고 기가 죽어 어미만 졸졸 따라 다녔다. 어미와 그리고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의 보편적 본능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기도회 때, 예배를 끝내고 개인 기도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개들이 심하게 짖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계속되었다. 주인이 없을 때 사라졌던 개가 있었던지라 혹시나 하고 마당으로 나가보았다. 한 중년 아주머니가 가지 않으려고 깽깽거리는 강아지를 강제로 안고 급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 그 아주머니를 불러 세웠다. 주인 몰래 강아지를 가져가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어제 밤 갖다놓은 강아지 대신 그 사람이 다른 강아지를 가지고 가는지도 모른다.

"여보세요, 잠깐만요!"

나의 부르는 소리에 강아지 안고 가던 그 아주머니가 엉거주춤 발길을 멈추고 어색하게 돌아섰다.


"아니, 주인 몰래 강아지를 안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 강아지는 주인이 저희에게 주신 건데요."
"제가 주인인데, 언제 줬다는 거예요. 당장 갖다 놓으세요!"
"정말이에요. 우리 집 수컷 진돗개와 교배를 한 값으로 저희가 받은 거예요."

그 아주머니는 진돗개 사돈(?)이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에 '우리 9형제는 아버지가 바람 피워 태어났어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강아지 탄생과 어미의 새끼 사랑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다. 그 글을 보고 한 네티즌이 댓글에 '그럼 아빠 진돗개 주인과는 사돈 관계가 되는 군요. 진돗개 사돈요'라고 코믹한 글을 댓글로 올렸는데, '진돗개 사돈'이란 말은 그것에서 원용한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강아지를 데리고 어미 진돗개가 있는 교회 근처로 산책을 나왔다고 했다. 교회 마당에서 강아지를 놓쳤고 그 강아지는 어미 진돗개 있는 곳으로 가서 가지 않으려 하더라는 것이다. 그것을 강제로 안고 간 것이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그 강아지는 예쁘게 크고 있었다. 목욕을 시켰는지 뽀얀 털에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잘 키워 달라는 부탁을 하긴 했지만 돌아서는 발걸음이 몹시 멋쩍었다.

상황이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출타한 사이 한 마리의 강아지가 없어진 것이 다른 사람을 의심하게까지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아주머니는 우리 마을로 이사온 지 반 년 정도 되었는데,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즐기며 사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정년 퇴직을 하고 살아갈 노후 생활의 근거지를 우리 마을로 잡은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선한 사람일 거라고 믿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례를 범한 것 같아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이들과 더 가까이 지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수컷 진돗개 주인 내외를 초청해서 식사라도 같이 해야 겠다.
#진돗개 #사돈 #휴가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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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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