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여왕 '망태버섯'만나 행운을 낚다

공주 태화산에 오르다 마주친 망태버섯

등록 2010.08.28 11:49수정 2010.08.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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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산행에서 만난 망태버섯. 독버섯으로 알려졌지만 화려한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 전갑남


공주 계룡산을 탐방하고, 대전에서 하룻밤을 더 묵었다. 계룡산을 이끈 산악대장이 일정을 꺼낸다.

"인천으로 그냥 올라가기는 아쉽죠? 아산에 있는 광덕산이 멋진데…."
"광덕산이요? 거긴 얼마나 높은데요?"
"해발 700m쯤 될 걸요. 그런데 계룡산보다는 수월해요."
"계룡산이 힘들었는데…. 가볍게 공주 마곡사나 들렀다 갑시다."


일행들은 의견을 나눈 끝에 마곡사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래도 다섯 시간 남짓 계룡산을 탄 등반이 모두에게 힘들었던 모양이다. 거기다 간밤에 마신 술로 인한 숙취 영향도 있는 듯싶다.

마곡사를 안고 있는 태화산

우리는 해장국집에서 든든한 아침을 먹고, 공주 마곡사를 내비게이션에 찍었다. 찾는 길을 잘 몰라도 길잡이를 해주는 기계가 있어 참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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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사곡면 있는 천년고찰 마곡사. ⓒ 전갑남


우리는 태화산 마곡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안내문을 자세히 읽는 산악대장이 일을 벌인다. 출발할 때와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 마곡사를 안고 있는 태화산에 올라보죠. 태화산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저도 이곳은 처음이거든요."


가볍게 마곡사나 다녀가자던 일행들도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더니 산행이 즐거운 우리도 그런 셈이다.

결국, 태화산 산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럼 두어 시간 걸리는 코스나 찾아보지!"
"활인봉을 밟고 나발봉을 거쳐 내려오자고요. 세 시간 정도면 될 것 같네요."
"세 시간씩이나?"
"산을 타면 그 정도는 타야죠."

모두 괜찮다는 표정이다. 출발시간과 내려오는 시간을 대충 맞춰보니 점심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마곡사는 경내를 가로지르는 마곡천을 중심으로 두 개의 영역으로 구성되는 독특한 가람배치(사찰건물 배치)를 하고 있다.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남쪽 가람은 수행영역이고, 대광보전을 중심으로 한 북쪽 가람은 교화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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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의 여러가지 모습. ⓒ 전갑남


태화산 마곡사는 신라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란다. 천왕문을 뒤로하니 화려하지는 않지만 위풍당당한 팔작지붕의 대광보전(보물 802호)이 버티고 있다. 지붕 처마를 바치기 위해 짠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다포형식을 한 게 특이하다.

대광보전 앞 절 마당에 우뚝 서 있는 5층 석탑(보물 제779호) 또한 당당한 풍채를 자랑한다. 탑신의 몸돌에 조각해 놓은 부처, 보살의 모습에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꼭대기의 머리장식이 눈에 띈다. 이는 중국 원나라의 라마탑과 그 모습이 비슷하다고 한다. 고려 후기 원나라와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뤄지면서 라마교 계통의 문화도 고려에 유입되는데, 이 탑이 그 문화의 한 예라고 한다.

대광보전 뒤에는 한창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마곡사 본전건물인 대웅보전(보물 801호)이 있다. 외관상으로는 2층 건물 형태이나 내부는 하나의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싸리나무 기둥이 넷 있는데, 이 기둥을 여러 번 돌면 극락길에 가깝다고 전해진다. 그냥 지나치기가 못내 아쉽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서 만난 버섯

"자, 이제는 활인봉을 향해 출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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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숲길이 있는 태화산 등산로이다. 산림욕을 즐기기에 참 좋다. ⓒ 전갑남


산악대장이 길을 재촉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태화산 산행이다. 산행 들머리 흙길이 너무 좋다.

태화산 활인봉은 423m의 나지막한 산이다. 우리 일행은 여유를 부리며 오르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나무 계단길이 이어지며 산길이 가팔라진다. 세상에 오르기 쉬운 만만한 산이 없다는 말이 맞다. 찌는 듯한 무더위도 쉽게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 같다.

"벌써부터 힘드니 태화산에서도 땀꽤나 빼겠구먼!"

여름 산행의 묘미는 땀을 흠뻑 흘리는 재미에 있는 거 아니냐며 산악대장이 길을 이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며칠 내린 비로 인해 습기를 잔뜩 머금은 숲이 더운 수증기를 내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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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는 아름다운 버섯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 전갑남


습한 숲 속 여기저기 피어난 버섯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하얀색, 붉은색 버섯들이 꽃처럼 참 예쁘다. 엄청나게 피어난 버섯을 보면서 이름도 모르고,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도 가리지 못하는 걸 보면 자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면서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참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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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활인봉 정상. ⓒ 전갑남

한참을 오르다 보니 산행코스 안내도가 보인다. 아마 이곳에서 막걸리를 파는 장사꾼이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 매직으로 그려놓은 지도가 참 친절하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시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힘이 부쳐갈 무렵, 정자 하나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활인봉 정상이다. 정자 옆에는 해발 423m의 활인봉 표지석이 서 있다. 여느 산 정상과는 달리 시야가 울창한 숲에 가로막혀 시원스럽지가 않다.

정자 의자에 앉으니 편안하다. 가져온 음료로 목을 축이니 힘든 것들이 모두 사라진다. 시원한 산바람에 흥건한 땀도 마른다.

이제 나발봉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그랬지만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숲길이 너무 좋다. '태화산 솔바람길'이라고 할만하다. 그러고 보면 이곳 산길이 삼림욕을 즐기기에 최고인 것 같다. 맑은 산의 정기가 온몸으로 파고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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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소나무가 우거진 등산로는 흙길로 걷기에 좋았다. ⓒ 전갑남


산길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오르막이 길어져 힘이 부칠 때쯤이면 어김없이 쉼터 의자가 있다. 쉼터에서 땀을 식히고 산바람을 맞으니 산행의 묘미가 절로 난다.

망태버섯을 만난 행운

한참을 걷다보니 노란색의 희한한 버섯이 눈에 띈다. '아! 이거 망태버섯아냐?' 난 의식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군데군데 지금 막 피어난 버섯, 시들어 고개를 숙인 망태버섯이 있다. 그중 막 피어난 버섯의 그물 모양의 레이스 펼친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사진으로만 대했던 망태버섯을 직접 목격하다니! 행운이 따로 없다.

난 흥분이 되어 앞서가는 일행들을 불렀다.

"자, 여기 좀 보라구! 망태버섯이 피어났어요!"
"노랑 털실로 망을 뜬 것처럼 피어난 게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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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의 변신. 서서히 화려한 그물모양의 망토를 펼치다 두세 시간이 시들어버린다. ⓒ 전갑남


숲 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귀부인이었다.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기기묘묘하다. 노랑망태버섯은 그 화려한 자태때문에 '버섯의 여왕'이라 불린다. 높이는 15∼25㎝, 굵기는 3㎝ 정도다. 망태버섯은 자루의 꼭대기 끝에 종 모양의 갓이 있는데, 그 속에서 그물 모양의 레이스 같은 망토를 펼친다.

망태버섯은 습한 잡목림 사이에서 아침 일찍 자루가 나온다. 그리고 서서히 그물모양의 망토를 펼치다가 두세 시간이면 시들어버린다고 한다. 일부러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산행 길에 우연히 만난 망태버섯이 나에게 행운을 안겨주는 것 같다.

망태버섯의 화려한 외출을 감상한 후, 우리는 드디어 나발봉 정상에 도달했다. 나발봉에도 쉴 수 있는 정자가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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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나발봉 정상. ⓒ 전갑남


해발 417m 나발봉.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이곳 태화산은 예부터 도적들이 많이 살던 곳이었다고 한다. 깊은 산골이라 관에서도 도적떼를 토벌하기가 만만찮았다는 것이다. 도적들은 조직적으로 태화산을 요새화하고, 이곳 정상에서는 도적의 파수꾼이 보초를 서며 유사시에 나발을 불어 은신처에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나발봉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일행 중 한 명이 손으로 나발을 불어본다. 예전 일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산행을 이끈 산악대장이 하산을 서두른다.

"울창한 소나무숲의 삼림욕도 즐기고, 행운의 여신 망태버섯도 보았으니 태화산 산행 만점이네요! 이제 내려가 맛난 점심이나 들자고요. 시원한 막걸리도 한 잔 걸치고요!"
#마곡사 #태화산 #망태버섯 #활인봉 #나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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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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