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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위구르자치구 지도 ⓒ 이상기
사막과 초원, 어디에서 더 많은 음악이 나올까? 그건 말할 것도 없이 초원이다. 그 이유는 사막보다는 초원에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초원의 자연풍경이 훨씬 더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사막과 초원으로 이뤄져 있다. 신장 가운데를 동서로 천산(天山)산맥이 흘러간다. 그 남쪽으로 타클라마칸 사막과 타림분지가 펼쳐진다. 타클라마칸 서남쪽으로는 곤륜(崑崙)산맥이 있어 티벳과 경계를 이룬다. 천산산맥 북쪽에는 준가르(准噶爾) 분지가 있고, 그 너머에 알타이산맥이 있다.
사막과 분지와 산악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에는 모래사막과 황무지와 초원이 펼쳐진다. 산악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고 물이 있어 초원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민족음악을 발전시켰다. 중국 사람들은 민족음악을 민족가곡(民族歌曲)이라 부른다. 이것을 줄여서 민가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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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의 사막과 초원 ⓒ 이상기
중국 사람들은 민가를 내용에 따라 6가지로 분류한다. 노동가, 의례가, 시정가(時政歌), 생활가, 정가(情歌), 아가(兒歌)가 그것이다. 시정가란 시사와 정치를 풍자한 노래고 정가는 인정과 사랑을 다룬 노래다. 아가란 우리식으로 하면 동요다. 형식은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다르다. 대개 4자 내지 8자가 1구절을 이루고, 이러한 구절이 6개 내지 8개 모여 하나의 시가를 이룬다.
이들 노래는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서정적이고 해학적이다. 그리고 낭송 위주고,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구전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이들 노래 중 북방민가가 솔직하고 호방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신장지역의 민가는 아련하고 서정적이다. 사막과 초원 같은 척박한 환경이 오히려 이들을 자연에 적응하고 순응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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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산과 천지 ⓒ 이상기
"천산에 올라도 여전히 번화한 도시가 생각난다."
"룬타이(輪臺)의 구월은 바람이 매섭고, 빙산의 큰 바위 덩어리들 또한 용맹스럽다."
"이쪽 산이 푸른가 하면 저쪽 산은 흰 눈으로 뒤덮였네.
푸른 산 안개가 자욱한 때 다른 산은 희디 흰 눈으로 가득하네."
다양한 민족 수만큼 각양각색인 민족 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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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르키스족의 기악 합주 ⓒ 이상기
신장은 서역과 중국의 중간지대에 위치한다. 광활한 사막과 높은 산으로 이루어진 신장은 오아시스 주변에 도시를 이루고, 물과 호수를 찾아 마을을 형성했다. 그 때문에 여러 민족이 각기 다른 풍속과 문화를 만들어갔다. 문화적인 흔적을 남긴 것도 1만 년전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씨족으로 출발해, 부족이 되고 더 나가 민족을 형성하며 독특한 문화와 풍속을 이룩했다.
현재 신장의 주된 소수민족은 위구르족, 카자크족, 회족, 키르키스족, 몽골족, 타지크족, 시버족, 타타르족 등 13개 민족이다. 그 중 위구르족이 가장 많아 900만 명쯤 된다. 두 번째로 많은 게 카자크족으로 140만 명쯤 된다. 그 외 인구가 더 적은 소수민족을 포함하면 신장에는 47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이들 소수민족이 만들어내는 가무는 수없이 많다. 이들 중 대표적인 것만 해도 대여섯 가지가 넘는다. 위구르족의 무카무(木卡姆 : Muqam)와 마이시라이푸(麥西來甫), 카자크족의 아컨탄창(阿肯彈唱), 회족의 화얼(花儿), 몽골족의 장가르(江格爾), 키르키스족의 마나스(瑪納斯)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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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오랑 무카무 ⓒ 이상기
위구르족 민족음악의 정수는 12가지 무카무다. 이것은 위구르 음악의 전형적인 멜로디이자 음악의 유형이다. 15세기 후반 아마니사 칸(1526-1560)에 의해 12가지 유형으로 정리된 후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다. 이들 12가지 무카무는 다시 170개의 곡패(曲牌)와 72개 악곡으로 분류된다. 무카무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위구르 음악은 부드러운 곡조와 넘치는 정열을 잘 연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민속춤은 동작이 부드럽고 빨리 돌아가며 표정이 풍부하다. 악기 편성도 어떤 다른 민족보다 다양하다.
위구르족 가무와 오락을 결합시킨 마이시라이푸는 일과 후나 휴식시간에 행해지는 소규모 연희다. 춤과 노래를 통해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명절이나 결혼 때에는 대형 마이시라이푸가 개최되는데, 화려한 민속의상과 전문적인 악단이 동원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카슈가르의 다오랑(刀郞) 마이시라이푸다. 이것은 정열이 넘치는 다오랑 무카무와 결합되기도 한다. 다오랑 무카무는 고대 다오랑인들의 수렵활동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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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크족의 아컨탄창대회 ⓒ 이상기
카자크족의 아컨탄창은 카자크족 방랑시인인 아컨이 악기에 맞춰 부르는 노래다. 그러므로 아칸은 시인이고 가수고 악사이다. 그는 카자크족의 역사와 문화, 일상생활을 소재로 해서 곡을 만들고, 즉석에서 그것을 노래 부른다. '좋은 말(馬)과 노래는 카자크족의 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카자크족은 즉흥가곡을 즐겨 부른다.
장가르는 몽골족의 장편서사시다. 중국의 3대 서사시 중 하나로 민간에 구전되고 있다. 장가르에 맞춰 연주되는 악기는 마두금(馬頭琴)이다. 그리고 마나스는 키르키스족의 영웅서사시다. 키르키스족의 전설적인 영웅이었던 마나스와 8대에 이르는 그의 자손들 이야기다. 8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부의 제목은 마나스를 비롯한 8명의 영웅이름으로 되어 있다.
옛 것의 아름다움, 전설적인 투와 음악 담긴 '신장민가경전'
이번 여행에서 최근에 나온 '신장민가경전(新疆民歌經典)을 입수할 수 있었다. 5개의 CD와 1개의 VCD로 된 것으로, 신장지역 소수민족 음악을 내용과 형식에 따라 분류해 실었다. 5개의 CD는 주제에 따라 고려(古麗), 신장쿠냥((新疆姑娘), 신장소수민족기악곡, 신장지련((新疆之戀), 애정으로 나누어진다. VCD는 투와족(圖瓦族)의 음악을 영상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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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족의 화얼 연창 ⓒ 이상기
'고려'는 옛 것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대체로 자연의 아름다움, 삶의 축복, 사랑, 애석한 일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 중에 회족의 화얼 연창(演唱)이 특징적이다. '신장쿠냥'은 말 그대로 신장 아가씨다. 이곳에는 신장의 도시인 투르판, 다반성 등을 내세워 신장의 자연과 인간을 묘사하고 있다.
'신장소수민족기악곡'은 노래가 없이 악기 연주로만 이루어져 있다. 여기 수록된 음악은 앞에 언급한 가곡에서 노래만 뺀 것도 있고, 창작기악곡도 있다. '신장이 좋아'나 '신장의 봄' 등은 전통을 토대로 새롭게 창작된 것이다. 그 외 '신장지련'과 '애정'도 자연 사랑과 인간이 느끼는 정한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에 비해 VCD는 알타이산 깊은 곳에 살고 있는 투와족의 음악을 싣고 있다. 투와족은 크게 보면 몽골족에 속한다. 이들은 목축과 수렵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신장에 사는 투와인은 현재 2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고유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문자는 없다. 이들은 신장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카나스호 주변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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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와족의 소이 연주 ⓒ 이상기
이들 투와족 음악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소이(蕭爾) 연주다. 이름 그대로 막대기 모양의 피리를 통해 바람소리 같은 것을 낸다. 멜로디의 높낮이가 별로 없고 느려서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 이들이 묘사는 것은 주로 자연과 사람 그리고 동물이다. 자연으로는 카나스호, 아륵태, 준가르 등이 다뤄진다. 동물로는 말, 곰, 새 등이 다뤄진다. 특히 말은 이 지방에서 방목하는 동물로 우리가 아는 천리마를 생각하면 된다. 사람은 감정표현의 대상으로 나타나는데, 어머니와 아가씨가 많이 등장한다.
그 중 '카나스호의 물결(喀納斯湖波浪)'은 카나스호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투와족은 신장지방 알타이 지구 포이진(布爾津)현에 살고 있다. 이들이 사는 곳에 있는 카나스호는 물이 맑고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그래서 이 음악은 카나스의 유장한 흐름과 호수 양안의 아름다운 경치를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눈 덮인 알타이산과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말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음악은 애이더스(額爾德什)가 연주한다.
실크로드 따라 들어온 서역 음악, 고구려 음악의 다양성을 만들다
실크로드의 음악은 북위(386-534)를 통해 고구려로 전해졌다. 구자기, 소륵기, 고창기, 안국기로 알려진 이들 서역 음악은 고구려에 들어와 음악의 다양성을 가져다주었다. 이때 들어온 음악이 가곡과 춤곡이었다. 가곡으로는 '부살단의 곡'이 있고, 무곡으로는 '말해해곡', '거화지곡'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공후, 비파, 피리 등 서역의 악기가 들어왔고, 이들을 연주하는 악공과 무공(춤꾼)이 함께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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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을 연주하는 우륵 동상(충주) ⓒ 이상기
이들 서역음악의 전파를 알려주는 또 다른 내용은 『삼국사기』「악지」'가야금'조 에 나온다. 우륵이 지은 12곡 중 보기(寶伎)와 사자기(獅子伎)가 서역음악이다. 보기는 최치원의 향악잡영(鄕樂雜詠) 5수 중 금환(金丸)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되고, 사자기는 향악잡영 5수 중 산예(狻猊)와 관련된 음악이다. 여기서 금환은 금빛의 공을 가지고 노는 일종의 곡예이고, 산예는 사자춤(獅子舞)의 다른 표현이다.
금환(金丸)
몸을 돌리고 팔 휘두르며 금환을 희롱하니,
달이 구르고 별이 흐르는 듯 눈에 가득 신기롭다.
산예(狻猊)
일만 리 머나먼 길 사방 사막 지나오느라
털옷은 다 해지고 티끌만 뒤집어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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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산탈춤의 사자춤 장면 ⓒ 이상기
사자춤의 기원은 서역의 구자국이다. 이 춤은 한나라 때 중국에 들어왔고, 수당시대에 널리 보급되었다. 위의 기록을 볼 때 이 춤이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 중기이고, 좀 더 대중화된 것은 삼국시대 후기로 볼 수 있다. 사자춤의 전통은 봉산탈춤이나 북청사자놀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악은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음악과 맥이 닿아있다. (실크로드 여행 연재 완료) 덧붙이는 글 | 신장의 음악을 들려줄 수 없는 게 유감이다. 위구르족의 무카무를 듣고 싶으면, 다음 사이트로 연결하면 된다. http://www.uyghurensemble.co.uk/en-html/nf-uyghur-muqam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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