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낙동강에 있다간 굶어죽게 생겼어"

[4대강 우화 ①] 낙동강서 만난 두 마리 백로가 들려준 4대강의 미래

등록 2010.08.30 13:27수정 2010.08.3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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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때문에 말다툼하는 백로 부부? 낙동강변에서 만난 두 마리의 백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다 ⓒ 정수근


낙동강에서 부부싸움(?) 중인 백로 부부를 만나다


지난주(8월 22일)낙동강에서 만난 백로 두 마리의 모습이 준 여운이 아직도 길게 남아있습니다. 백로 부부로 보이는 그 두 마리의 백로는 마치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말다툼을 하는 것 같더니, 이내 한쪽이 토라져 내외하기 시작하다가 한쪽이 훌쩍 떠나버리고 혼자 남은 백로가 떠난 님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을 만난 곳은 낙동강을 따라 도동서원으로 가는 길의 낙동강변에서였습니다. 강변 숲 덤불에 내려앉아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던 그들을 목격하고 얼른 카메라를 꺼내들고 그들의 모습을 천천히 관찰하면서 셔터를 눌렀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참 행운이지만, 그들이 왜 싸우고 있는지도 알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떠나고 난 빈 자리에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가만히 유추해봤습니다.

그들이 나눈 대화가 들려옵니다.

바로 4대강 토목공사로 하루 하루 달라지고 있는 낙동강과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강을 살린다면서 수많은 물고기와 새들을 비롯한 야생동식물들의 서식처인 낙동강을 깊이 6미터, 너비 500미터로 파내버리는 공사가 지금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대규모 토목공사가 바로 이들 부부가 이별을 고하면서 싸운 이유였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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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백로 부부 ⓒ 정수근


그러면 지금부터 그들의 대화를 한번 들어보실까요?

백순이 : 이제 이곳에서 더이상 살 수가 없어. 도대체 물이 깊어져서 물고기 사냥을 할 수가 없잖아. 인간들은 왜 이리 우리를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어. 물이 깨끗해져서 이젠 좀 살 만하다 싶으면 또다시 무슨 일을 저질러서 괴롭히고 말이야. 그래서 난 결심했어. 이곳을 떠나기로···.

백돌이 : 뭐, 이곳을 떠난다고? 그럼 난 어쩌라구? 난 우리 엄마 아빠의 넋이 스며있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단 말이야.

백순이 : 먹을 것이 없는데, 어떻게 살아? 도무지 물이 깊어 사냥을 할 수가 없잖아? 얕은물이 있어야 물가로 내려가 사냥을 할 텐데, 강속의 모래를 저렇게 다 파내버리고 호수로 만들어버리는데 도대체 어떻게 산단 말이야?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피라미 같은 물고기도 저렇게 깊은 물에서는 살 수가 없단 말이야. 먹이도 없어, 물이 깊어 먹이를 잡을 수도 없어, 그냥 졸졸 굶어 죽을 수밖에 없게 생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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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헤져지고 있는 해평습지 비가 오나 태풍이 부나 작업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그로 인해 해평습지는 사라져가고 있고, 그곳에 깃들어 살고 있는 야생 동식물들이 쫓겨나고 있다 ⓒ 정수근


백돌이 : 그래도 설마 인간들이 강을 모두 파버리기야 하겠어? 이 넓은 강을 어떻게 다 파내버리겠어, 설마 그런 천벌받을 짓을 하려고.

백순이 : 모르는 소리 마. 저 구미 해평습지 사는 사촌 백선이가 그러는데, 그곳도 난리가 아니래. 그 넓은 습지를 죄다 파내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지금 낙동강 저 안동에서부터 저 아래 부산까지 강바닥을 모조리 파낸다고 난리가 났데. 이제 낙동강에 남아 있다간 굶어죽게 생겼어. 그러니 이 낙동강 아니, 이 공해천국 대한민국을 떠나 저기 북쪽에라도 가서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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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 끝에 등저 버린 백로 부부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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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내외하기 시작하는 백로 부부 ⓒ 정수근


백돌이 : 난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인간들이 그렇게 나쁜 짓을 할 리가 없어. 그래도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강 전체를 망가뜨린 적은 없었잖아, 그러니 인간들을 한 번만 더 믿어보자.

백순이 : 저렇게 태평이시네.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는데도 그놈의 인간들을 믿어보시겠다고? 정말 그 느긋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네. 믿어보려면 혼자 믿어봐. 난 떠날테니.

백돌이 : 그래도 조금만 더 참아 보자.

백순이 : 에이구 이 답답아..... 나 간다......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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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떠나다 4대강사업으로 촉발된 말다툼 끝에 낙동강을 떠나고 있는 백로 아내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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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은 백로 떠난 임을 부르면서 망연히 서있는 백로 남편 ⓒ 정수근


백돌이 : 그~래~도........정말 가나?.....백순아 ~~

아마도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지 않았을까요?

그렇습니다. 조금 전 백순이가 이야기하던 그 4대강 토목공사가 지금 미친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낙동강이 살아 있는 강일 수 있는 조건들을 없애고 많은 모래를 파내고 여울이란 여울은 죄다 걷어내고, 강바닥을 6미터 깊이로 파내어서 낙동강을 거대한 인공수로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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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성소, 여울 강은 이렇게 여울이 있어야 한다. 이런 여울에서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산소가 유입되어 강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강은 살아있다>의 저자 최병성 목사는 이 여울을 일러 생명의 성소라고 명명한다 ⓒ 정수근


그래서 백순이가 이야기하듯 여울과 모래와 자갈과 조개가 있어야 살 수 있는 물고기들(즉, 모래무지, 마호종개, 묵납자루, 꾸구리, 꺽지 등)은 더이상 이 거대한 호수로 변한 낙동강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또한 긴 다리로 서서 물속에서 그들을 사냥하던 백로와 왜가리 등과 같은 새들도 더이상 살 수가 없는 것이지요.

낙동강을 죽음의 수로로 만드는 이 4대강 토목공사, 저 백로 부부를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중단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더이상 인간임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에서 4대강사업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낙동강 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 순례중 만난 낙동강의 모습들입니다....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에서 4대강사업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낙동강 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 순례중 만난 낙동강의 모습들입니다....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었습니다.
#낙동강 #4대강사업 #백로 #여울 #도동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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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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