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차명계좌 존재여부, MB가 직접 밝혀야

[주장] 단순히 수사기록만 확인하면 되는 일, 곧바로 진실 말해야

등록 2010.09.01 09:25수정 2010.09.0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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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차명계좌 존재 여부가 정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사 청문회 때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더 이상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답을 피하는 논법을 택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실제 존재한다는 암시를 보내고자 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특검이 도입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그러한 의도를 더욱 확실히 드러낸 것으로 여겨졌다.   

 

이 대통령은 모든 후보자 가운데 국민들이 가장 문제가 많다고 판단한 조현오씨를 경찰청장으로 임명하는 무리수를 뒀다. 그가 경찰청장으로 임명되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이 여권 내에 몇몇 주요 인사들이 노 대통령 차명계좌가 존재하는 것처럼 연막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홍준표 의원의 말은 일파만파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자신이 없다면 현재 고발이 돼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 있겠냐"면서 "청와대에서 차명계좌 존부(存否)에 대한 자신이 있으니까 임명한 것 아니겠냐"느냐고 말했다.

 

그는 "수사가 미온적으로 끝나거나 수사가 잘못됐을 때는 여야가 합의해서 특검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같은 날 "만약 특검을 해서 차명계좌가 드러나면, 진보세력은 향후 10년의 권력 기반을 잃을 것", "안희정, 이광재 등 노무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당 차세대 주자들의 존립 근거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이에 대한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마치 뭔가 있는 듯한 암시를 하고 있다. 홍 의원의 이같은 태도는 조현오 후보의 태도와 같은 것이다.

 

서프라이즈의 이기명 선생은 홍 의원의 이 같은 행태를 "밤중에 남의 집 마당에 똥 싸고 도망가는 치사한 비겁자"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의 특검 발언이 알려지자 조영택 민주당 대변인은 '시정잡배들이나 할 수 있는 의혹제기식의 치졸한 발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유언비어를 날조해 사람을 모함하는' 공작정치 수법은 그만 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자신 있다면 당 차원에서 진지하게 공론화해 특검법을 제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고 민주당을 짓밟는 일이고 서거하신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진상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이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다. 차명계좌 존재유무만 살피면 되는데 당시 서거 직전까지 수사기록을 우리 변호인들이 다 봤다. 전혀 있지 않은 허위사실을 악의적으로 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정치적으로 보면 철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제 품격과 금도를 지킬 때가 됐다"면서 홍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홍준표 의원이 몇 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축하금으로 당선자 시절에 수천억 돈 받았다고 무슨 CD, 무기명 CD 복사본까지 들고 나왔는데 그게 전부 가짜 CD로 밝혀진 사건, 혹시 기억하시느냐"고 말하면서 홍 의원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홍 의원 말고도 여러 보수인사들이 조사 또는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31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노대통령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해 "들은 바는 있지만 본 게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반드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갑제씨는 지난 달 29일 '노 대통령 차명계좌 특검'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라이트코리아, 비전21국민희망연대, 실향민중앙협의회 등은 노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특검을 실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나라가 일대 혼란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 관련 수사기록은 존재하고 그 수사 기록만 확인하는 문제가 특검 논란으로 비화되어 버린 것이다.

 

단순히 수사기록만 확인하면 되는 일을 마치 특검을 해야만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양 말하는 것은 뭔가 정략적인 꿍꿍이속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노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담당 검사가 "사실무근이라"고 말해도 조현오씨는 청문회에서 사실 확인을 거부하고 이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고 여당 인사들은 믿으려하지 않은 채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홍 의원이 대통령은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알고 인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말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노 대통령 차명계좌 존재여부와 특검 논란에 뒷짐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는 일을 해주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모든 걸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이면 사실대로 말해야 하고 사실이 아니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만약 사실이 아닌 경우 고인이 된 노 대통령과 유족들의 짓밟힌 명예는 어찌할 것인가?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 대통령은 즉시 진실을 확인해 주기 바란다.

2010.09.01 09:25 ⓒ 2010 OhmyNews
#노대통령 차명계좌 #홍준표 #특검 #수사기록 만 확인 #조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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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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