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할인분양' 권리남용 아냐"... 선 입주자들 패소

포항지원 "건설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불가피"

등록 2010.09.09 15:35수정 2010.09.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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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한 입주민들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세대에게 아파트 원래 분양가보다 20%나 감액한 가격에 '할인분양'을 실시한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패소했다.

 

이번 판결은 경기침체로 아파트 미분양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 지연에 따라 할인분양이 속출해 계약대로 입주한 주민들과 건설사 간에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포항시 북구에 아파트 건설사업 착공에 들어간 A건설사는 2007년 6월 아파트 59세대에 대해 사전분양을 실시해 모두 완료했으며, 2009년 8월 완공해 아파트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S(45)씨 등은 분양계약대로 분양대금을 지급하고 그해 12월까지 모두 입주를 마쳤으나, 31세대의 수분양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입주를 미루면서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A건설사는 지난해 1월부터 잔금미납 세대에 대해 입주 및 잔금납부를 독촉함과 동시에 신규계약자를 물색하는 등의 노력을 했으나 여의치 않자, 이들에게 분양대금을 20% 감액해 '할인분양'을 해 줬다.

 

결과적으로 당초 정상적으로 입주한 입주민들이 나중에 할인분양을 받아 입주한 입주자들보다 20% 더 비싸게 아파트를 구입하게 된 셈이다.

 

그러자 S씨 등 기존 입주자들은 "건설사가 잔금지급 등 계약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한 기존 입주자들과 달리 잔금미납 세대에 대해 오히려 잔금미납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포기하고, 잔금을 감액까지 해줘 부당하게 취급했다"며 "이런 할인분양행위는 권리남용에 해당하고,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20% 이상 하락함으로써 하락된 가격 폭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A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S씨 등 입주민 33명이 A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0가합441)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아파트 분양계약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인간이 거래행위로서 분양대금의 결정은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건축이나 분양과정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진행되므로 사업기간 동안의 부동산경기의 변동, 도로나 상권 등 주위 편익시설의 구비 여부나 주변 아파트 시세 등 여러 사정에 따라 당초 분양가격과 시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주택 분양자로서는 이에 대응해 사업수익을 확보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편으로 분양가격을 사후에 변경할 현실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할인분양은 당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파급된 국내 부동산 경기의 악화로 인해 발생한 건설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불가피하게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할인분양으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20% 이상 하락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당시 부동산경기 악화에 비롯된 전국적인 대규모 미분양사태로 인해 아파트 시가가 하락했다고 볼 여지도 있는 점 등에 비춰 할인분양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거나,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0.09.09 15:3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할인분양 #분양계약 #잔금미납세대 #권리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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