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제부도'의 풍경들

바다 열린 모세의 기적의 섬 제부도에서의 점심 일품

등록 2010.09.10 10:32수정 2010.09.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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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모레 제부도 갯발과 모레위에 있는 고깃배들 ⓒ 김철관

▲ 갯벌과 모레 제부도 갯발과 모레위에 있는 고깃배들 ⓒ 김철관

약한 자를 구하고 기운 자를 잡아주는 '제약부경(濟弱扶傾)'에서 유래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 제부도(濟扶島)는 서신면 송교리와 섬 사이의 갯고랑을 약한 어린아이는 업고, 힘이 없는 노인들을 부축해 건네줬다는 '제약부경'에서 제(濟)와 부(扶)를 따고 섬(島 섬 도)이라는 의미에서 '제부도'라고 전해져 왔다.

 

9일 오전 서울에서 2시간여 거리에 있는 제부도를 찾았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밤 근무를 마친 직장 동료들이 타 부서에서 발령을 받은 신입 동료를 축하해 주기 위해 주선한 점심 모임 자리였다. 10여명의 동료들이 의기투합해 음식(회)을 맛있게 해준다는 제부도 횟집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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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안개가 자욱한 썰물 상태에서 모레와 갯벌이 보이고 바로 위에 태양이 떠있다. 해안도로를 쭉 따라가면 바다가 열리는 '모세의 기적'일어난 갯벌위 도로가 나온다. ⓒ 김철관

▲ 제부도 안개가 자욱한 썰물 상태에서 모레와 갯벌이 보이고 바로 위에 태양이 떠있다. 해안도로를 쭉 따라가면 바다가 열리는 '모세의 기적'일어난 갯벌위 도로가 나온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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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갯벌위의 작은 섬이 눈길을 끈다. 밀물상태에서는 바다에 떠 있는 숲과 같이 보인다고. ⓒ 김철관

▲ 갯벌 갯벌위의 작은 섬이 눈길을 끈다. 밀물상태에서는 바다에 떠 있는 숲과 같이 보인다고. ⓒ 김철관

섬 면적 0.98㎢의 제부도는 썰물 때는 간석지를 통해 해안이 육지와 이어져 있다. 특히 바닷길이 열려 '모세의 기적'이 펼쳐지는 섬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닷길은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하루 두 번 열리는데, 열리는 동안 길이 시멘트로 포장이 돼 있어 승용차로도 통행이 가능한 곳이다. 하루 두 번 열리는 시간이 매일 달라 인터넷을 통해 잘 알고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제부도는 주민 대부분은 식당을 하거나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다. 농산물로 쌀·보리·콩·고구마·땅콩·마늘 등이 생산되며, 연근해에서는 붕장어·농어·숭어 등이 잡히고, 굴·김 등의 양식이 활발한 곳이다. 경찰지서와 서신초등학교 제부 분교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놀이공원, 해수욕장, 매바위 등도 가볼 만한 곳이다. 단연 일몰의 풍경이 으뜸이라고 알려져 있다.

 

썰물 때는 갯벌체험을, 반 밀물 때는 망둥이 낚시를, 완전 밀물상태에서는 수영이 제격이다. 서울에서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해 거의 점시시간이 다 돼 제부도에 도착했다. 제부도로 들어가기 전, 입구 주변에는 포도, 복숭아, 무화과 등을 파는 과일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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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고깃배 제부도 등대 주변의 고깃배들 ⓒ 김철관

▲ 등대와 고깃배 제부도 등대 주변의 고깃배들 ⓒ 김철관

인근 포도밭에 주렁주렁 매달린 해풍 송산포도가 군침을 돌게 했다. 제부도 입구는 해산물을 파는 많은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과거 절친한 직장 선배가 이곳 주변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 선배는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바닷물이 멀리 밀려난 썰물상태에서 오전 11시 40분경 제부도로 향했다. 갯벌을 가로질러 만든 시멘트도로를 따라 동료들을 태운 승용차가 힘찬 페달을 밟았다. 바로 오후 11시부터 3시까지 썰물상태를 유지하고, 3시 이후 밀물상태로 바뀌는 날이었다. 그래서 2시간이내 점심을 먹고 다시 육지로 나와야 했다. 제부도에 도착한 입구도 역시 해물집이 이어졌다.

 

이날 옅은 안개에 가랑비까지 내려 제부도의 진면모를 디테일하게 관찰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썰물상태에서 바다를 보니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조개, 멍게 등 해산물을 잡은 어민들이 보이련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갯벌위에는 몇 척의 작은 고깃배와 등대만이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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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횟집 음식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고 풍족하게 나온다. ⓒ 김철관

▲ 통나무횟집 음식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고 풍족하게 나온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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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동료들이 마지막 나온 바지락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다. ⓒ 김철관

▲ 동료들 동료들이 마지막 나온 바지락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다. ⓒ 김철관

특히 눈앞에 가까이 보이는 갯벌 위의 '조그마한 섬'이 신비함을 자아냈다. 섬 입구에서 승용차로 700미터정도 가니 목적지인 '통나무횟집(경기도 화성시 선산면 제부리 6-7번지)'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바로 인근 갈대밭에 고개 숙인 푸른 갈대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횟집은 말 그대로 통나무로 지은 식당이었다. 통나무와 옛 기와의 풍미가 어우러져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안으로 발길을 옮기니 보기보다 상당히 넓었다.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동료들은 바닷가가 보이는 2층 가장자리에 자리를 함께 했다. 그리고 회를 시켰다. 주 메뉴가 나오기 전, 제일 먼저 등장한 조개국이 시원한 맛을 냈다. 홍합, 바지락 등이 섞인 조개와 국물을 마시니 입맛이 절로 살아났다. 이어 소라, 키조개, 멍게, 새우, 양파전, 메추리알 등 쉴 새 없이 보조 메뉴(스키다시)가 등장했다. 소주를 연신 서너 잔을 마셔도 맑은 공기와 싱싱한 해물 때문인지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두껍게 썬 광어, 우럭 등 주메뉴 활어회가 나오고도 매운탕과 공기밥, 바지락 칼국수가 이어져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배가 불렀다. 계속 이어지는 음식을 보니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모처럼 바닷가를 찾아 푸짐하게 점심을 먹었다. 기분이 정말 상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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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고개숙인 푸른 갈대가 인상적이었다. ⓒ 김철관

▲ 갈대 고개숙인 푸른 갈대가 인상적이었다. ⓒ 김철관

동료들과 연방 소주 잔을 비운 지 얼마 지나, 먼 바다를 보니 천천히 바닷물이 해안가로 향하고 있었다. 밀물상태로 치닫고 있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동료들과 식당을 나와 앞마당에 주차해 놓은 승용차를 나눠 탔다. 그리고 몇 시간 전에 왔던 갯벌을 가로지른 도로를 따라 육지로 향했다. 육지에 도착하니 길가 과일 집에서 파는 먹음직스러운 복숭아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잠시 내려 맛을 보라고 선보인 포도와 복숭아를 시식했다. 시식한 포도와 복숭아가 제법 입맛을 당겼다. 포도와 복숭아를 사 승용차에 올랐다. 배가 많이 부른 상태였지만 승용차 안에서 동료들과 나눠먹은 복숭아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제부도 해물맛과 이곳 복숭아 맛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된 순간이었다.

2010.09.10 10:32 ⓒ 2010 OhmyNews
#제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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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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