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못넘은 민주당 486, 후보단일화 사실상 좌초

최재성·이인영 합의 불발... 486 모임 삼수회, 이인영 지지 선언

등록 2010.09.13 17:52수정 2010.09.13 19:19
0
원고료로 응원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486 주자들이 약속한 단일화가 사실상 좌초됐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486 3인방 중 '친노' 백원우 의원의 후보 사퇴에도 불구하고 최재성·이인영 두 후보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486그룹이 끝내 단일화에 실패함에 따라 독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해 놓고도 여전히 계파별 이해관계라는 '하청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86 그룹, 단일후보로 이인영 지지 선언

 

a

9일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예비경선에서 이인영, 백원우, 최재성 후보가 각각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9일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예비경선에서 이인영, 백원우, 최재성 후보가 각각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486 전·현직 모임인 '삼수회'의 대변인격인 우상호 전 의원은 13일 삼수회 차원의 이인영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우 전 의원은 "민주당내 젊은 정치인 그룹은 격론 끝에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다득표자로 확인된 이인영 후보를 단일후보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 전 의원은 다득표자 확인 경로에 대해 12일 신뢰할만한 방식을 통해 다각도로 확인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486 그룹은 예비경선 결과를 기준으로 486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당 지도부가 본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 차질을 빚었다.

 

우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예비경선 직후 각 후보자들 모두 모인 가운데 삼수회는 간접 확인을 통해서 예비경선 결과를 확인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이에 승복하기로 합의했다"며 "만약 간접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이번 주 중 대의원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는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후보들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내부 협의는 난항을 거듭한 끝에 결렬 됐다. 삼수회에서는 이인영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기로 결정했지만 최재성 후보를 끝내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486 후보단일화 대신 반쪽 짜리인 지지 후보 추대에 그치고 말았다.

 

우 전 의원은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새로운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루 이틀 더 기다린다고 해서 아름답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백원후 후보 사퇴로 예견됐던 단일화 결렬

 

486 그룹의 후보단일화 결렬은 12일 백원우 의원의 후보직 전격 사퇴 이후 그 가능성이 거론됐다.

 

백원우 의원은 이날 사퇴 결심을 밝히면서 "남은 두 명의 젊은 후보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해 민주당의 단결과 새 변화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본인의 사퇴를 계기로 함께 본선에 올라온 최재성, 이인영 두 후보를 둘러싼 단일화 논쟁을 끝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이는 자신의 사퇴를 486 그룹이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속죄물로 내놓을 테니 '한번 봐 달라'는 메세지로 읽혔다.

 

그는 13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퇴 결심의 배경에 대해 "원래 목표는 486의 지도부 진출이었고 그 수단이 단일화였다"며 "수단이 목표를 제약하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저의 사퇴를 계기로 관심의 초점이 단일화 여부가 아니라 486의 지도부 진출 여부로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백 의원의 사퇴를 놓고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예비경선 전은 물론 예비경선을 통과하고 나서도 "무조건 단일화한다"는 약속을 내놨지만 지키기 어려워지자 백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명분 챙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실 486 내부에서 단일화 논의가 순탄하게 진행됐고 성사 가능성이 높았다면 굳이 백 의원이 선도 사퇴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삼수회가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486세대 대표성을 지닌 이인영 전 의원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최재성 의원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렸다.

 

당사자인 이인영 후보와 최재성 후보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두 사람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후보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고 "삼수회의 결정을 따르겠다"(이인영), "사퇴한 백 의원과 상의하겠다"(최재성)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계파 벽 못넘은 486... 독자 정치세력화 선언 무색

 

두 후보간 단일화가 결렬된 것은 이들을 둘러싼 정세균·정동영·손학규 '빅3' 계파간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세균 후보 측은 지지 세력의 한 축인 '친노'의 백 의원이 물러난 상황에서 직계인 최 후보 마저 중도 사퇴할 경우 전당대회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당내 김근태계인 이인영 후보가 손학규정동영 후보 쪽과 가까운 만큼 이 전 의원으로의 단일화는 정 후보 측에게 악재라는 것이다.   

 

이 후보 측도 삼수회의 지지를 받는데다 예비경선에서 486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권 레이스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최 후보가 삼수회의 결정에 승복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삼수회가 최 후보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지 후보를 발표한 이상 이미 파국을 맞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보단일화가 무산됨에 따라 486 그룹은 "하청정치를 끝내겠다"며 거창하게 독자 정치세력화를 천명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약속을 던져버렸다는 비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의 단일화 약속을 믿고 486 후보 3명 모두를 예비 경선에서 통과시킨 당내 표심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따라 두 후보의 선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486 의원은 "만약 두 후보가 모두 빅3의 지지로 지도부에 들어간 들 독자적인 정치를 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486 그룹도 국민들의 평가를 받겠다는 태도다. 우 전 의원은 "각 후보의 정치적 합의에 따라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애초 합의된 대로 결과가 나온 만큼 승복 문제만 남은 것"이라며 "(후보단일화가 실패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국민들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0.09.13 17:52 ⓒ 2010 OhmyNews
#486 #민주당 #전당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